김혜준·박세진 "난 떨어져도 얘는 붙겠다 확신"(인터뷰)

박미애 기자I 2019.04.21 13:30:00

영화 '미성년'이 발굴한 '미(美)성년' 김혜준과 박세진

‘미성년’에서 어른들의 잘못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10대 소녀 주리와 윤아를 연기한 김혜준(오른쪽)과 박세진(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젊은배우 기근현상이 심한 영화계에서 최근 눈에 띄는 신인배우 2명이 언론과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배우 김윤석이 감독에 도전한 ‘미성년’의 김혜준(24)과 박세진(23)이다.

김혜준과 박세진은 최근 중구 통일로에 위치한 이데일리 사옥을 찾아 오디션 후일담을 들려줬다. 두 사람은 사전에 의논을 한 것처럼 이구동성으로 “나는 (오디션에서) 떨어져도 얘는(언니는) 붙겠다고 생각했다”며 서로를 치켜세웠다.

김혜준과 박세진은 ‘미성년’에서 각자의 아빠와 엄마의 불륜을 알아차리고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열여덟 살 소녀 주리와 윤아를 연기했다. 두 사람은 500대2의 경쟁률을 뚫고 서사를 끌어가는 주역을 당당히 꿰찼다. 김윤석을 물론이고 염정아·김소진 베테랑 선배들 앞에서 꿀리지 않은 당찬 연기로 눈도장을 찍었다. 영화 ‘미성년’이 발굴한 ‘미(美)성년’, 김혜준과 박세진을 이데일리가 만났다.

-500대2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을 따냈는데 여느 오디션과 다른 점이 있었나.

△박세진(이하 박)=1,2차 때는 다른 오디션과 비슷했다. 조감독과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했다. 3차때 감독님을 만났고 함께 시나리오를 읽고 1대1로 한 시간 가량 대화했다. 최종 오디션이 기억에 남는다. 최종 오디션에 오른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랜덤으로 주리와 윤아가 돼 호흡을 맞추는 것이었다. 연기가 끝난 뒤에 감독님이 각자 한 명씩 불러 ‘누구와 가장 잘 맞느냐’고 물었다. 혜준 언니와 했을 때가 가장 잘 맞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서로를 지목한 것 같더라.하하.

△김혜준(이하 김)=즉흥적으로 연기를 하다 보니 미흡한 점들이 많았다. 그런데 유난히 세진이가 잘 받아줬다. 당황스러운 순간이 많았는데 세진이는 받아칠 수 있게 납득이 갈 만한 연기를 해주니까 핑퐁을 하듯이 재미가 있었다. 내가 떨어져도 얘는 되겠다 싶었다.

△박=언니도? 나도 꼭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떨어져도 언니는 되겠다 싶었다.

-현장에서 감독 김윤석은 어땠나. 현장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는 목소리를 높였을 것 같기도 한데.

△김=하필이면 제가 본 감독님의 영화들이 스릴러가 많아서 촬영에 들어갈 때 겁먹었던 것 같다. 오디션 이후에 감독님의 초대를 받아서 본 영화가 ‘1987’이었는데 피디님이 ‘감독님이 박처장처럼 디렉팅하면 어떡할 거냐’고 놀리셔서 더 무서웠던 것 같다. 그런데 프리(프러덕션) 단계 때부터 딸처럼 엄청 챙겨주더라. 저희들의 자존감이 낮아질까 늘 북돋워주고 격려해줬다.

△박=내 경우에는 감독님이 출연한 영화 중에 ‘완득이’ 같은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영화들을 봐서 포근한 인상이 있었다. 준비 단계부터 거의 매일 같이 밥 먹고 할 때 얼마나 아끼는지 느껴졌다. 어느 순간 감독님만 믿고 간 것 같다.

△김=감독님이 현장에서 단 한 번도 언짢아하거나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인 적은 없다. 오히려 기쁠 때 목소리가 높아지는 편이었다. 촬영이 잘되면 기뻐서 큰 소리로 ‘컷’을 하곤 했다.

-학교 복도에서 머리채를 낚아채며 싸우는 장면은 실제처럼 보이더라. 촬영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박=합이 잘 맞는 것도 중요했고 다치면 안돼서 그 장면을 위해서 한 달 정도 액션 스쿨에서 훈련을 받았다.

△김=고강도 훈련이었다. 훈련을 하다 보니 안 다치게 넘어지는 법을 터득하게 됐다. 하하. 소리를 지르면서 연기를 해야 해 연습을 할 때에도 체력 소모가 컸다. 암묵적으로 한 번에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슛 들어가자마자 몰입해서 했는데 다행히 한 번에 오케이가 떨어졌다.

‘미성년’의 윤아와 주리
‘미성년’의 주리와 윤아
-부모들의 불륜 상황, 실제로 그런 일을 겪는다는 어떨 것 같나.

△김=주리처럼 적극적으로 뭔가 해결하려고 하거나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실제로는 주리보다 나이가 많은데 연기를 하면서 주리가 멋있고 대견하고 본받고 싶었다.

△박=윤아 같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저 역시 똑같이 했을 것 같다. 윤아가 부모의 충분한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아이는 아니니까. 자라면서 외로움이 컸을 테니까 동생만큼은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애썼을 것 같다.

-작품을 하면서 성인, 어른에 대한 생각은 변했을 것 같은데

△김=‘미성년’이 고마운 게 어른이 된다는 게 뭔지 평소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주민등록증이 나오고 법적으로 성인이 되면 어른이지 생각하며 살았다. 영화를 찍고 나서 ‘지금의 나는 부끄럽지 않은 어른인가’ ‘좋은 어른으로 가는 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다.

△박=그 전까지 어른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어른들의 말은 옳고, 그러니까 무조건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통해서 나이가 어리든 많든 상관없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공감하려고 애쓰는 노력하는 모습이 어른과 가까운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

△김=계기가 있었다기보다 TV드라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진로를 정할 때 연극영화과를 결정했고, 연극영화과를 다니면서 목표의식이 더 뚜렷해졌다. 성격 자체가 앞에 나서지 못하다 보니까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다. 어릴 때 발표 같은 걸 시키면 그 자리에 서서 10분간 울곤 했다. 하하. 배우란 게 재능이 특출 나도 잘될지 안 될지 모르는 직업인데 내성적인 성격 탓에 부모님은 공부하면서 안정적인 길을 걷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박=고2때 친언니의 권유로 슈퍼모델에 나갔고, 고3때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연극영화과 에 갔다. 주변에서 해보라고 하니까 용기가 나더라. 학교 다닐 때부터 모델 일을 했으니까 부모님도 매니저처럼 붙어 다니면서 도와줬다. 가족과 선생님의 지지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미성년’에 합격하기까지 숱하게 오디션을 봤을 텐데. 붙고 나서 기분은 어땠나.

△김=정말 거짓말하지 않고 100번 넘게 본 것 같다. 처음 오디션을 볼 때에는 붙으려고 아득바득 거렸는데 ‘미성년’ 때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인연이 있으면 나한테 오겠지란 생각으로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고 했다. 이 작품이 안 되면 학업으로 돌아가자는 생각도 했었다. 붙고 나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계속 하라는 기회를 준 것 같았다.

△박=내 경우는 오디션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같이 시작했던 친구들은 조금씩 일을 하는데 나는 되는 게 없어서, 되더라도 스쳐지나가는 단역이니까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미성년’ 때에도 당연히 안 될 거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됐을 때에는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나.

△김=예전에는 단순하게 연기 잘하는 배우, 실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활동을 시작한 뒤 운 좋게도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연기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분들을 통해서 ‘좋은 사람이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기는 기본이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박=‘저 친구가 하는 것을 보면 몰입해서 보게 되는 것 같아’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그런 관객들이 보기에 어색하지 않게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박세진(왼쪽)과 김혜준(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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