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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와이어투와이어' 첫 우승..무승 신인왕 한 풀었다(종합)

김인오 기자I 2017.04.09 15:57:47
이정은(사진=골프in 박태성 기자)
[서귀포=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드디어 ‘무승 신인왕’의 아쉬움을 풀었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 이정은(21)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짓궂은 제주도 날씨가 방해했지만 사흘 동안 1위 자리를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을 뽐내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정은은 9일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롯데스카이힐 제주CC(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마지막 날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198타를 기록한 이정은은 2위 박성원(24·14언더파 202타)을 4타 차로 따돌리고 오래 기다린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 상금 1억2000만원을 받은 이정은은 상금랭킹 2위(1억4759만원)으로 올라서며 상금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또한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지난해 KLPGA 투어에 입성한 이정은은 데뷔 시즌 내내 안정적인 플레이를 뽐내며 신인왕에 올랐다. 하지만 우승이 없다는 점은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난해에는 컷 통과가 목표였고, 올해부터는 우승을 위해 샷을 하겠다”고 다짐한 이유다.

태국 전지훈련 기간에는 부족했던 쇼트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어프로치 연습장에서 보냈다. 거리별로 볼을 쌓아두고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 또 반복했다.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7위에 올랐다. 전지훈련 성과를 확인하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번 대회 첫날 선두에 오른 이정은은 마지막 날까지 1위 자리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폭우와 안개가 훼방을 놓았지만 자신만의 플레이로 착실하게 타수를 줄여나갔다. 지난해 단 한 차례도 챔피언 조에서 경기를 치르지 않아 부담스러울 수 있는 최종라운드에서도 경쟁자들을 ‘2위 싸움’으로 내몰 정도로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출발부터 상쾌했다. 1번홀(파4)에서 티샷을 페어웨이에 잘 보낸 이정은은 홀 1.5m에 붙여 우승을 예감하는 버디를 잡아냈다. 9번홀까지 버디 5개를 몰아친 이정은은 2위권을 5타 차 이상으로 따돌리고 기분좋게 반환점을 돌았다.

후반에는 무리하지 않았다. 11번홀(파4)에서 다시 1타를 줄인 이정은은 13번홀(파4)에서 첫 보기를 적어냈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침착한 플레이로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근처까지 보낸 이정은은 우승을 확정하는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구며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그린 주변에 모인 갤러리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새로운 챔피언을 맞았다.

이정은은 “아마추어 때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경험이 있다. 그 기억을 떠올려 긍정적인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올해 목표가 첫 우승이었는데 첫 대회에서 이뤄 기분이 좋다. 빨리 다음 목표를 정해야 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아버지가 대회장을 거의 따라다니시는데 제주도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힘들어서 이번에는 오시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우승 영광을 돌리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 이정호 씨는 이정은6이 네 살 때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됐다.

챔피언 조에서 경쟁한 이소영(20)은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로 단독 3위에 올랐다. 김효주(22), 김자영(26), 김해림(28)은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해 공동 4위에 자리했다. 장하나(25)는 공동6위(9언더파 207타)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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