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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축구 굴기] 최용수도 떠난다...한국 축구 지도자 중국행 러시 가속화

이석무 기자I 2016.06.23 12:18:59
중국 장쑤 쑤닝의 감독을 맡게 된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안산 무궁화와의 FA컵 16강전을 마친 뒤 열린 고별식에서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한 뒤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최 감독이 떠나는 FC서울 사령탑은 황선홍 전 포항스틸러스 감독이 맡는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축구지도자들의 중국행 러시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결국에는 K리그 클래식 1위 팀 감독이 시즌 도중 중국으로 떠나는 초유의 사태까지 일어났다.

FC서울은 21일 최용수 감독의 중국 수퍼리그(1부리그) 장쑤 쑤닝행을 공식 발표했다. 다음날인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안산 무궁화와의 FA컵 16강전을 통해 팬들에게 고별인사를 전했다.

▲연간 50억원 이상 수입...도저히 거부할 수 없었다

시즌 도중 최 감독이 팀을 떠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최 감독은 지난해 7월 장쑤로부터 연봉 20억원에 계약 기간 2년 6개월, 총액 50억원 이라는 엄청난 제안을 받았다.

당시에는 최 감독이 서울과의 의리를 이유로 장쑤의 제안을 거절했다. 세부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맞지 않았다는 뒷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장쑤는 포기하지 않고 1년 만에 다시 최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계약조건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1년 전에 제안했을 때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됐다. 2년 6개월의 계약기간에 연봉 35억원에 각종 수당을 더해 최소 50억원 이상을 보장했다.

최용수 감독으로선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중국 최고 명문인 광저우 헝다를 이끄는 세계적인 명장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연봉(약 65억원)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돈이 넘쳐나는 중국리그에서 톱클래스 수준의 연봉이다.

▲중국 축구는 왜 한국 지도자에 목을 매나

최 감독이 장쑤를 맡게 되면서 중국 내 한국 감독은 5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최 감독 외에도 이장수 감독(창춘 야타이), 박태하 감독(옌벤FC), 장외룡 감독(충칭 리판), 홍명보 감독(항저우 뤼청)이 중국 프로팀을 이끌고 있다.

5명은 국적별로 나눌때 가장 많은 숫자다. 심지어 중국 자국 감독(4명)보다도 1명 많다. 중국 프로축구에서 한국 지도자가 대세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프로축구가 한국 지도자를 이처럼 간절히 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만족스런 결과를 내기 때문이다.

중국 프로축구에서 잔뼈가 굵은 이장수 감독은 약팀을 강팀으로 만들고 우승으로 이끄는 ‘미다스의 손’으로 유명하다. 박태하 감독은 2부리그팀 옌벤FC를 맡은 뒤 1년도 안돼 1부리그로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중국 프로축구 사정에 밝은 한 축구 관계자는 “중국은 오래전부터 아시아 축구 정상인 한국을 부러워했다. 특히 최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력이 떨어지는 K리그 팀들이 중국팀을 이기는 모습을 보면서 항상 놀라워한다. 한국 축구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지도자들은 유럽이나 남미 출신 감독 보다 중국 리그와 문화에 빨리 적응한다”며 “중국 선수들에게 가장 부족한 정신력을 키우는데 있어 한국 지도자 특유의 카리스마가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큰 물’로 뛰어든 최용수 감독 “두려움은 없다”

먼저 중국에 진출한 한국 지도자들은 대부분 중하위권 팀을 맡고 있다. 알려진 것과 달리 투자에 적극적인 것도 아니다. 연봉도 10억원대 정도 수준이다.

반면 최 감독이 맡게 된 장쑤 쑤닝은 사정이 다르다. 중국 최대 가전유통기업인 쑤닝 그룹이 모기업이다. 올시즌 잉글랜드 첼시 출신의 하미레스 등 세계적인 스타 4명을 영입하면서 무려 1000억원을 쓸 정도로 막대한 자금력을 갖췄다. 100년 전통의 아시아 일류 명문 구단을 만들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있다.

최 감독으로선 엄청난 조건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부담도 크다. 시즌 도중에 팀을 맡게 돼 더욱 그렇다. 빠른 시간내로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찍 짐을 싸서 돌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최 감독은 담담했다. 부담은 느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실패를 하더라도 두려움은 없다“며 ”세계적인 감독들과 한번 붙어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 감독은 ”1년 전에는 (장쑤의 제안에)약간 당황스러웠다. 지금은 여유가 생겼다. 언젠가 한번 가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작년엔 서울의 성적이 바닥이었지만 올해는 팀이 안정됐고, 경쟁력이 있는 선수들로 알차게 꾸려져 있다. 이제 도전을 해봐도 될 것 같았다“고 중국행 이유를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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