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엠아이비(M.I.B) 출신 래퍼 영크림(Young Cream)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와 같이 말했다. 영크림이 정식으로 언론 인터뷰를 진행한 건 올해 5월 대마초 흡입 논란에 휘말린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반성’이라는 단어를 꺼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너무나도 힘든 상황에 놓여 있을 때 해서는 안 될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어요. 대마초 같은 건 절대 다시 하고 싶지 않아요.”
영크림은 공황장애,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간질, 조증 등의 증상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당시 술자리에서 만난 외국인에게 대마초를 권유받았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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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크림은 경찰 조사에서 대마 흡입 사실을 인정했고, 초범인 점 등이 고려돼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법을 어긴 점에 대해서 꼭 사과를 드리고 싶었어요. 정신을 차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해명하고 싶은 부분도 있다고 했다.
“첫 기사에는 제가 마치 악의적 목적을 가지고 약에 취해 모르는 여성을 미행한 것처럼 나와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았어요. 당시 공황장애 증상으로 건물을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급해진 상태에서 나가는 길을 물어보려고 했던 것인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요. 여성 분께는 제가 경찰 조사 후 입원치료를 받고 있을 당시 어머니가 대신 사과를 해주셨고, 감사하게도 이해를 잘 해주셨어요. 그 분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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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크림은 지난 5월 대마 논란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침묵을 지켜왔다. 그런 그가 반년이 지난 뒤 기자에게 연락을 해와 사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한 건 지난 5일이다. 그렇게 하루 뒤 만나게 된 영크림은 사과 입장을 밝히는 것뿐 아니라 자신이 그간 정신적, 심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모두 털어놓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크림이 가장 먼저 꺼낸 건 엠아이비 시절 소속사와 얽힌 이야기였다. 영크림은 당시 정산은 물론 정산서조차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 소속사 관계자가 엠아이비의 활동 수익금을 몰래 빼돌린 사실을 알게 되어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회사 작업실에서 저에게 수익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었다는 내용의 문서들을 우연히 발견하고 충격에 빠졌어요. 본 적도 없는 문서들인데 제 서명이 되어 있더라고요. 또 하나의 가족처럼 여겼던 회사였던 만큼 배신감이 컸고 정체성에 혼란이 왔던 순간이에요.”
영크림은 계속해서 음악 활동을 하고 싶었기에 그 당시 관련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엔터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인맥 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하던 시기였기에 섣불리 그런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어요. 문제를 제기할 경우 배신자로 낙인 찍혀 가수 활동의 길이 막히게 될까 봐 두려웠죠. IMF 이후 힘들어진 집안의 빚을 갚으려면 제가 열심히 돈을 벌어야 했고, 할 줄 아는 게 음악밖에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영크림은 정산 문제를 비롯해 소속사 관계자들의 폭언과 자유를 빼앗긴 생활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그런 상황을 억지로 버티다가 조금씩 정신적인 아픔이 찾아오게 됐다고 털어놨다.
“공황장애 증상이 찾아와서 공연을 할 때마다 가사를 틀릴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렸고, 해외 공연을 위해 비행기를 타야 할 때마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이 들어 힘들었어요. 그때마다 ‘이런 것도 못 견디면 가수로서 성공할 수 없고 집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멤버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저도 제가 올린 게시물이 이해가 되지 않아요. 조증 증상이 심해지면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고 하는 데 아마 그때 제가 그랬던 게 아닌가 싶어요.”
영크림은 “반성의 의미로 새긴 것”이라면서 티셔츠의 목 부분을 내려 왼쪽 가슴에 있는 태극기 문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간 그는 태극기 논란 이후 사과문을 올렸지만 악플 공격이 지속되어 불안증상 등이 더욱 심해졌다고 털어놨다.
◇“저와 같은 실수하는 후배 없길”
문제는 영크림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고 강행군을 이어나갔다는 점, 그리고 엠아이비가 공중분해 된 이후 솔로 래퍼로 새 출발에 나선 이후에도 뜻대로 일이 잘 풀려나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크림은 새 둥지를 튼 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활동을 펼치기가 어려워졌다. 그 뒤로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차린 신생 엔터사에서 대표 직함을 달고 신인 아이돌 그룹 트러스티의 프로듀싱과 방송 홍보 활동 등을 돋는 일을 했다. 그러나 올해 초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벽에 부딪혀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고 한다.
그는 “마음의 상처가 곪고 곪아서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인터뷰 말미에 영크림은 대마 논란에 대한 사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간 정신적,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일을 털어놓는 이유가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예계 생활이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웃기 싫은 상황에서도 웃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비극적 일을 당한 가운데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저처럼 마음의 병을 앓고 있음에도 말하지 못할 이유로 인해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분들이 저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고, 조금 더 현명한 대처를 하셨으면 좋겠어요.”
약물 치료를 통해 건강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영크림은 다시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서 후배 뮤지션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스타성과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시장의 시스템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계약구조를 잘 몰라서 받아야 할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불합리한 처우를 받는 친구들도 많고요. 일단 과거 잘못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음악을 해나가면서 제가 도울 수 있는 친구들에 힘을 보태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