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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못한 언더독 기적, 그래도 키움의 가을야구는 빛났다

이석무 기자I 2022.11.08 21:08:21
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3회초 키움의 임지열이 주자 1루에서 2점 홈런을 친 뒤 이정후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키움히어로즈는 불가사의한 팀이다. 성적이 투자에 비례한다는 프로스포츠 상식을 무참히 깬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즌 전 공시한 키움 선수단의 상위 28위 기준 참가활동보수 총액은 47억3500만원이었다. 평균 연봉은 1억6911만원이었다. 총액과 평균 모두 10개 구단 중 9위였다, 키움 보다 아래인 팀은 공개적으로 리빌딩을 선언한 한화이글스(총액 39억4000만원, 평균 1억4071만원) 뿐이었다.

연봉은 밑에서 두 번째지만 성적은 위에서 두 번째였다. 정규시즌 3위 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넘어 한국시리즈(KS)까지 올랐다.

키움은 KS에서 슈퍼스타 추신수, 김광현을 앞세운 ‘호화군단’ SSG랜더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래도 일방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뒤집어졌다. 마지막 6차전까지 쉽게 물러서지 않고 접전을 펼쳤다. 결과와 상관없이 키움이 보여준 투지와 저력은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키움 라인업에는 FA 대박 선수가 없다. 주전급 가운데 키움과 FA 계약을 맺은 선수는 포수 이지영 뿐이다. 계약조건(3년 18억원)도 소박하다. 물론 그들도 슈퍼스타는 있다. 이정후와 안우진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키움이 지명한 뒤 키워낸 자원들이다. 김혜성, 전병우, 송성문 등도 마찬가지다.

방출된 선수도 잘 써먹는다. 베테랑 이용규는 한화이글스에서 방출된 뒤 총액 1억5000만원에 데려왔다. 4년 67억원 FA 계약을 맺었던 스타플레이어를 사실상 거저 데려왔다. 김준완도 1년 전에는 방출 선수였다. 키움에선 주전 리드오프로 180도 변신했다.

김태진은 올해 4월 KIA와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포수 박동원이 KIA로 가면서 김태진이 왔다. 혼자 온게 아니었다. 신인지명권에 현금 10억원이 딸려왔다. 언론이나 팬들은 지명권과 10억원에 더 주목했다. 하지만 트레이드 후 김태진은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유틸리티맨이 됐다. 존재감이 박동원 못지 않았다.

외국인투수 타일러 애플러는 올해 10개 구단 외국인선수 가운데 최저연봉(40만달러) 선수였다. 정규시즌 활약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가을야구에선 100만달러 선수 못지 않았다. 애플러가 아니었다면 키움의 포스트시즌 돌풍도 없었다.

2022년 키움은 이런 팀이었다. 프로스포츠는 돈을 많이 쓰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돈으로 채울 수 없는 뭔가가 있다. 투혼과 팀워크다. 키움 선수들은 포스트시즌 15경기를 통해 그게 뭔지 보여줬다. ‘언더독 우승’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들의 가을야구는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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