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伊 축구레전드' 말디니-토티 "김민재 활약 놀라워...대단한 선수"

이석무 기자I 2023.09.22 14:23:24
내달 2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레전드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프란체스코 토티(왼쪽부터), 파올로 말디니, 안정환, 최진철이 나란히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라싱시티그룹 코리아
파올로 말디니. 사진=라싱시티그룹 코리아
프란체스코 토티. 사진=라싱시티그룹 코리아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1990년대와 2000년대 이탈리아 축구 전성기를 이끈 ‘레전드’ 파올로 말디니(55)와 프란체스코 토티(47)가 지난 시즌 나폴리의 세리에A 우승을 견인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향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말디니와 토티는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레전드 올스타전’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기자회견 이후에는 일반 팬들과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비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말디니는 현재 이탈리아 축구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래서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펼친 김민재의 활약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만년 중하위권 팀이었던 나폴리는 김민재를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33년 만에 세리에A 정상에 올랐다. 세리에A 최고 수비수로 인정받은 김민재는 불과 한 시즌 만에 유럽 최고 명문클럽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해 주전 수비수로 활약 중이다. 한 해 동안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로’상의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말디니는 “나폴리가 지난 시즌 이상하리만큼 잘했던 것은 김민재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체력이나 정확도에 있어서 정말 잘하는 선수라는 걸 알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잘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김민재의 활약에)많이 놀랐다”고 칭찬했다.

역시 이탈리아 축구의 전설적인 공격수였던 토티 역시 김민재에 대해 찬사를 쏟아냈다. 그는 “나도 역시 많이 놀랐다. 나폴리가 가장 잘한 것 중 하나가 김민재를 영입한 것이었고 나폴리가 우승한 이유였다”며 “선수들이 다른 나라 리그로 가면 적응 기간이 필요한데 김민재는 너무 빨리 적응해 놀라웠다”고 말했다.

말디니와 토티는 개인적으로 아픈 상처라 할 수 있는 2002 한일월드컵 한국과 16강전에 대한 기억도 떠올렸다. 2002년 6월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이탈리아는 개최국 한국과 연장전 승부를 펼쳤지만 안정환에게 헤딩 골든골을 허용, 끝내 무릎을 꿇었다. 당시 이탈리아를 무너뜨렸던 장본인 안정환과 최진철도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했다.

말다니는 “정말 아픈 기억이지만 이분(안정환, 최진철)들과 함께 뛸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그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이탈리아가 2006 독일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골든골 실점 상황에 대해 말디니는 “월드컵이었으니 당연히 기억한다”며 “그것도 골든골이었으니 더 생각난다”고 인정했다. 이어 “실점하는 순간 ‘내 커리어는 끝났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솔직히 밝힌 뒤 “스포츠 세계에서는 아픈 결과도 감내해야 한다. 그래야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말디니는 한국 대표팀의 ‘젊은 피’였던 이천수와 여러 차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화가 난 이천수가 분을 참지 못하고 말디니의 머리를 가격하기도 했다. 이천수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당시 행동에 대해 수차례 사과했다.

말디니는 당시 이천수와 충돌에 대해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경기에선 여러 일이 일어난다”며 “굳이 이천수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뒤 환하게 웃었다.

당시 한국전을 앞두고 “한국을 이기기 위해선 한 골이면 충분하다”고 말해 한국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토티는 당시 발언이 실수였음을 인정했다. 그는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뼈아픈 기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말디니와 토티는 ‘원클럽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말디니는 AC밀란에서 줄곧 활약한 뒤 은퇴했다. 토티 역시 AS로마에서만 프로선수 생활을 했다. 두 선수 모두 구단을 대표하는 최고 영웅으로 계속 추앙받고 있다.

말디니는 “난 밀라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아버지도 AC밀란에서 뛰었다. 운이 좋게 영입됐고 뛸 수 있었다”며 “굳이 팀을 바꿀 필요도 없었다. 밀란에서 뛴 걸 행복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토티도 “어렸을 때부터 로마 유니폼을 입는 것이 꿈이었다. 나 역시 운이 좋았다”면서 “쉽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끝까지 남았다”고 밝혔다.

말디니와 토티는 다음달 2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레전드 올스타전’에서 이탈리아 팀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레전드 올스타전’은 한국·이탈리아·브라질 3개국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가 맞붙는 이벤트 경기다. 전후반 20분씩 치러질 예정이다.

말디니는 “2002년 월드컵보다 재밌는 경기를 만들겠다”며 “많은 분들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토티 역시 “10월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돌아오겠다”면서 “마음 같아선 골을 넣고 텀블링을 두 바퀴 돌고 싶지만 참아야 할 것 같다. 일단 꼭 득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