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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롯데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영화 ‘대가족’(감독 양우석)의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김윤석, 이승기, 박수영, 그리고 양우석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이승기 분)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김윤석 분)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 생활을 하게 되는 가족 코미디다.
‘대가족’은 천만 영화 ‘변호인’과 흥행작 ‘강철비’를 배출한 양우석 감독의 스크린 연출 컴백작이다. 시대 정신과 문제의식, 휴머니즘을 녹인 작품들로 관객을 감동시킨 양우석 감독이 이번엔 ‘가족’을 화두로 휴먼 코미디 장르로 돌아와 기대가 컸다. 특히 매 작품 울림있는 연기로 연기 장인에 등극한 배우 김윤석이 ‘대가족’을 통해 필모그래피 처음 가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것은 물론,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직접 삭발까지 감행하며 스님 캐릭터로 연기 및 비주얼에서 파격 변신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다. 두 사람은 각각 수십 년 전통의 노포 맛집을 고집스레 이끌어온 ‘평만옥’ 사장 함무옥, 촉망받는 의대생에서 속세를 떠나 주지 스님이 된 아들 함문석 역을 맡아 서먹한 부자 관계를 연기했다.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 함문석 때문에 대가 끊길 상황에 처하면서 갈등의 골도 깊어진 ‘평만옥’ 사장 함무옥에게 어느 날 함문석의 자식이라고 주장하는 어린 남매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소동극 같은 작품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함무옥은 스크루지처럼 뭐든 아끼는 구두쇠에 꼬장꼬장하고 불같은 성정으로 아들 함문석마저 외면한 외롭고 결핍많은 인물이다. 영화는 속세를 떠난 스님 함문석에게 어떻게 숨은 자식이 생길 수 있었는지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을 유쾌한 코믹 막장극처럼 풀어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동시에 고집스레 전통과 뿌리에 집착하던 함무옥이 갑작스레 찾아온 어린 손주들을 만나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며 진정한 가족, 부모의 의미를 깨닫고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따뜻한 인간애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대가족’은 함무옥과 함문석의 관계, 두 부자를 찾아온 어린 민국(김시우 분)-민선(윤채나 분) 남매의 존재, 이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가족의 의미와 가족애, 인간적인 가치들을 조명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불교의 교리와 가치를 상당 부분 녹여낸 대사 및 장면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속세 시절 함문석이 별 생각없이 행했던 작은 행동이 수많은 사람들의 탄생과 삶에 영향을 끼친 과정, 주지 스님 함문석이 신자들에게 한 강연에서 세상이 우리의 부모이며, 연결돼있음을 강조하는 대목들은 ‘세상의 모든 현상과 사물은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없음’을 설파한 불교의 ‘연기설’을 떠올리게 한다. 제도와 혈연, 시대의 변화, 종교의 변화를 떠나 우리에게 찾아온 모든 인연들이 가족이며 어떤 것과 대체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값짐을 강조하는 장면들도 마찬가지다.
양우석 감독은 이에 대해 “가족이라는 건 형태가 잘 안 변하면서, 오랜 기간 인류를 보수적으로 만드는 존재였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선 가족의 형태, 의미가 굉장히 많이 변했다. 인류사 어딜 봐도 이렇게 급격히 가족의 형태가 변한 곳이 없을 정도로 빨리 많이 변했다”라며 “제가 천착한 것도 그런 부분이다. 함무옥이란 캐릭터는 변치 않는 가족관을 그대로 갖고 있는 인물이다. 한옥이 있던 종로에 빌딩이 올라가며 변하면서도 본인이 살던 한옥을 반드시 지키려 버텨온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함무옥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며 1년 정도를 고민했다, 그러면서 ‘삶이란 인내하고 버티는 것’이란 말하는 캐릭터로 연결이 됐다. 그렇다면 그의 아들, 함무옥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가족의 연을 끊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더라. 인간이 가족의 연을 자기 의지로 끊을 수 있는 대표적인 일은 ‘출가’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고, 스님 캐릭터를 그리는 과정에서 불교 공부를 더 파볼 수밖에 없었다. 원래도 불교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번 영화로 더 공부를 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김성령, 강한나, 박수영부터 아역 김시후, 윤채나 등 주변 인물을 연기한 조연 및 아역들의 열연과 앙상블도 알차다. 전 연인에서 찐친이 된 한가연(강한나 분)과 함문석(이승기 분)의 찐한 우정, 쌈인 듯 썸인 듯 티격태격하면서도 누구보다 함무옥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여사(김성령 분)와의 로맨스, 깁스를 핑계삼아 주지스님과 ‘평만옥’ 가족들을 부려먹는(?) 능청스러운 수행승 인행(박수영 분)까지.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극을 빈틈없이 메우며 든든히 지원사격한다.
12월 11일 개봉. 러닝타임 10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