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고레에다 히로카즈 "'괴물', 의도 못했지만 생겨나는 가해·피해 그려"

김보영 기자I 2023.11.22 17:13:1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신작 ‘괴물’을 연출하며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괴물’의 화상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동성애와 성역할, 가족 등 이 영화를 관통하는 일본의 제도적 문제 및 사회적 화두와 관련해 “일단은 일본 사회에서는 성적인 문제 이런 것들은이 아직도 굉장히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아직 대부분의 지역에서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가족, 부부, 사랑의 형태에 대해 (일본이 아직까진)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면에 있어선 매우 좁게 정의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만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일본의 제도 자체를 비판하려는 마음이 없다. 다만 인간의 내면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쓰는 ‘일반적’이라는 말부터 ‘남자가’, ‘여자가’란 표현 등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그 단어 자체는 상처를 주려는 의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인데 결과적으로는 그 말들이 아이들에게 매우 억압적이고 폭력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누구도 가해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해를 받는 사람들이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알지 못한 채 생겨나는 가해와 피해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부연해 눈길을 끌었다.

‘괴물’은 올해 5월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화제작이다.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브로커’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감정과 관계에 집중하며 일상의 순간을 섬세하게 다루는 연출로 관객들을 사로잡아왔던 일본 영화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선보인 신작이다. 몰라보게 바뀐 아들 미나토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다.

특히 ‘괴물’은 ‘마더’, ‘최고의 이혼’, ‘콰르텟’,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며 일본 최고의 각본가로 자리매김한 사카모토 유지가 각본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음악에는 영화 ‘마지막 황제’로 제6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을 수상한 故 사카모토 류이치가 맡아 세 거장의 만남으로 주목받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각본의 틀을 써서 먼저 자신에게 연출을 제안한 사카모토 유지에 대한 고마움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재미있어서 끌린 글”이라며 “이야기를 읽고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무슨 글인지, 무슨 일인지 모른 채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런데 그것이 지루하지 않다고 느꼈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는데도 긴장감이 지속됨을 느꼈기에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 플롯과 각본을 읽었을 때 3장으로 이뤄진 구성인데 3장에 이르러서야 아이들의 세계가 나온다. 사카모토 유지님은 아마도 이 아이들의 세계를 제게 맡기고 싶어서 내게 제안을 주신거구나 느꼈다. 누군가가 아주 잘 던진 공을 제가 잘 받아 표현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미 플롯이 명확했기에 촬영하고 편집하면서도 다른 작품과 비교해 고민이 길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미 완벽히 완성된 글을 받은 건 아니고 그 긴 플롯을 받은 후 약 3년이란 시간동안 글을 함께 고쳐나가는 과정이 있었다”면서도 “보통은 주위에서 여러 가지를 보며 현장에서 고민이 많은데 이번 같은 경우는 각본가님이 쓰신 플롯이 바탕돼 있었기에 연출하며 고민이 많지 않았다. 이때까지 찍은 영화들에 비해선 모든 면에서 답이 명료히 보이는 현장이었다. 편집 과정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한편 ‘괴물’은 오는 11월 29일 개봉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