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성공개최 돕는 우리 핏줄, 우리 민족들

이석무 기자I 2018.06.26 16:26:49
니즈니노브고르드에서 한국어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약 중인 고려인 박유리 씨. 사진=이석무 기자
박유리 씨는 한국의 고궁을 팔에 문신으로 새기며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모국’이라는 글씨도 밑에 씌여있다. 사진=이석무 기자
[카잔=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우리에게 아직 낯선 러시아에서 열리는 2018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대회. 세계적인 축제인 월드컵의 성공을 위해 우리 동포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의 조별리그 첫 경기 스웨덴전이 열렸던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한 동양인 자원봉사자가 눈에 띄었다. 다가가 말을 걸자 그는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다. 말투는 약간 어눌했지만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는 자신을 모스크바 공대에 재학 중인 20살 대학생 박유리라고 소개했다. 박유리 씨는 러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고려인이다. 아버지는 고려인 3세지만 어머니는 부산 출신이다. 그래서 다른 고려인들에 비해 한국어를 더 유창하게 할 수 있었다. 다만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12살 때까지는 부산 사투리를 썼다고 하다.

대학을 다니던 도중 짬을 내 통역 자원봉사자로 지원했다는 박유리 씨는 “모스크바에 한국 사람이 별로 없어 한국어를 쓸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여기서 한국어를 마음껏 쓸 수 있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자신의 뿌리인 한국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팔에 한국의 고궁을 문신으로 새겼다. 그 밑에는 ‘모국’이라는 한글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박유리씨는 올해 초 직접 한국을 찾아 평창 동계올림픽을 관전하기도 했다. 그는 “스켈레톤 윤성빈과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의 경기를 보고 너무 즐거웠다”며 “너무 재미있었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나는 한국인이 아닌 고려인”이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박유리 씨는 “원래 고려인들이 한국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음악이나 드라마 등을 통해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월드컵 기간 계속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예정인 박유리 씨는 “한국이 계속 잘해서 오랫동안 러시아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로스토프나도누 중심가에서 한국 축구팬들을 위한 안내활동을 벌이는 한정민씨(오른쪽)와 러시아 친구들.
한국의 두 번째 경기가 열린 로스토프나도누에선 중심가 시내 한가운데서 붉은 티셔츠를 입고 태극기를 등에 꽂은 한 무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로스토프나도누를 찾은 한국 축구팬을 위해 안내를 하는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자세히 보니 한국인 1명과 러시아인 3명이 함께 팀을 이루고 있었다. 한국에서 대학 재학 중 교환학생으로 이곳에 온 24살 한정민 씨가 러시아 친구들과 함께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한국을 알리고 있었다.

사방에 멕시코 축구팬 무리가 거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서도 이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맡은 일을 이어갔다. 한정민 씨는 “주위에 멕시코 축구 팬들만 보여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한국을 알리고 한국 팬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으로 보람있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정민 씨는 “한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러시아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길 바란다”며 “끝까지 한국을 열심히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 유럽의 힘·아프리카의 역동성…프랑스의 우승 원동력 - 전쟁의 아픔 이겨낸 모드르치, 4년 뒤 더 기대되는 음바페 - 현영민 "관중 난입, 경기력에 영향無…크로아티아 손해 아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