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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세계 랭킹 41의인 정현은 7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주니어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지안루이지 퀸치(주니어 7위·이탈리아)에게 세트스코어 0-2(5-7 6<2>-7)로 패했다.
비록 윔블던 우승이라는 대기록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준우승도 대단한 성적이다. 지금까지 한국 선수가 메이저 대회 주니어 단식에서 최고 성적은 1994년 윔블던 전미라, 1995년 호주오픈 이종민, 2005년 호주오픈 김선용이 기록한 준우승이다. 특히 세계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윔블던에서 주니어 남자단식 결승에 오른 선수는 정현이 처음이었다.
41위라는 세계랭킹에서도 알 수 있듯 누구도 정현이 이 정도까지 올라올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가 거듭될수록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를 이어갔고 결국 준우승이라는 큰 성과를 이뤘다.
1세트를 놓친 것이 무엇보다 아쉬웠다. 정현은 안정된 스트로크와 절묘한 투핸드 패싱샷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왼손 강서브를 자랑하는 퀸치의 서브게임을 세 차례나 브레이크하며 5-3까지 리드했다.
하지만 1세트 승리의 단 1게임을 남겨두고 고비를 넘지 못했다. 아홉 번째 자신의 서브게임을 어이없이 브레이크 당한 정현은 이후 내리 3경기를 더 내주며 5-7로 첫 세트를 역전패했다.
정현으로선 서브 위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고 말았다. 이날 정현의 서브 최고 속도는 113마일(약 182km)인 반면 퀸치의 최고 기록은 124마일(약 200km)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정현은 2세트 2-1로 앞선 상황에서 오른쪽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 치료를 받아야 했다. 발이 아픈 상황에서도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며 접전을 이어갔지만 2세트 마저 내주면서 경기를 마무리지어야 했다.
정현은 아버지 정석진 씨가 소속팀 삼일상공 감독을 맡고 있고 형 정홍(건국대)도 대학무대에서 활약하는 등 ‘테니스 가족’의 피를 물려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각종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정현은 2011년에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주니어 대회 오렌지볼 16세부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한국 테니스의 희망으로 등장했다.
지난달 경북 김천에서 열린 퓨처스 대회에선 한국 선수로는 역대 최연소(17세1개월) 퓨처스 단식 우승 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