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종호, 말레이전 대승에도 웃을 수 없는 이유

이석무 기자I 2014.09.15 14:08:40
이광종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말레이시아와의 첫 경기를 3골 차로 크게 이긴 뒤 이광종 감독은 크게 한숨을 내쉬고 나서야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경기 내용에 대한 이 감독의 심경이 잘 드러난 모습이었다.

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4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남자 축구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결과는 분명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내용을 파고 들어가면 마냥 함박웃음을 지을 수만은 없었다. 말레이시아의 객관적 전력과 홈그라운드라는 주변 상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았다.

후반 중반 이후 말레이시아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2골을 터뜨렸지만 그전까지는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전체적인 공격 조직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늦고 패스 정확도가 떨어지니 말레이시아의 밀집수비를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광종 감독도 15일 훈련을 앞두고 “아직 선수들의 전체적인 움직임이나 연계 플레이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골이 터졌을 때 크게 기뻐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특히 와일드카드 공격수 김신욱(울산 현대)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김신욱은 1-0으로 앞선 후반전에 추가골을 터뜨렸고 제공권 싸움에서 위력을 발휘했지만 결정적인 찬스를 많이 만들지는 못했다. 움직임의 폭이 넓지 않고 제한적이다보니 상대 수비의 집중마크에 다소 고전했다.

이광종 감독은 “김신욱이 공간 활용과 기동력 면에서 부족했다. 너무 전방에만 머물러있었다”며 “다음 경기에선 측면으로 자주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측면 공격수들이 가운데로 들어가면서 공간을 만들 수있다”고 주문했다.

그래도 말레이시아전 3골 차 대승이라는 결과는 승점 3점뿐만 아니라 자신감이라는 선물이 됐다. 홈에서 열리는 경기라는 점은 분명 어드벤티지도 있지만 동시에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말레이시아전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이 날카롭지 못했던 것도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부담감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17일 오후 8시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차전은 부담감을 털어낸 만큼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말레이시아전에서 경기 초반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조직력이 살아났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말레이시아전에서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한 김승대(포항 스틸러스)는 “경기를 치를수록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며 “말레이시아전을 통해 손발이 잘 맞춰졌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광종 감독은 “말레이시아전에서 공격과 상대 역습 대처 전술이 99% 완성됐다”며 “사우디아라비아도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밀집수비를 펼치겠지만 후반전에 상대가 체력적인 문제를 보일 때 우리 공격력이 더욱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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