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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팬심 앞에서 끝내 복귀 의지 꺾은 강정호

이석무 기자I 2020.06.29 17:12:53
[이데일리 스타in 이영훈 기자] KBO리그 복귀를 추진 중인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정호는 지난 2016년 국내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낸 후 조사 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의 음주운전 적발 건이 추가로 확인됐다. KBO 상벌위원회는 임의탈퇴 복귀를 신청한 강정호에 대해 임의탈퇴 복귀 후 KBO리그 선수 등록 시점부터 1년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야구를 다시 하고 싶다는 의지도 싸늘한 여론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는 29일 SNS를 통해 “긴 고민 끝에 히어로즈 구단에 연락해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팬 여러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팬들 앞에 다시 서기엔 제가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도, 히어로즈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모두 저의 큰 욕심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제 욕심이 야구팬 여러분과 KBO리그, 히어로즈 구단 그리고 야구선수 동료들에게 짐이 됐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며 “복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받은 모든 관계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강정호는 “제 생각이 히어로즈 구단과 선수들을 곤경에 빠뜨리게 하였음을 이제 깨닫게 됐다”며 “히어로즈 팬들과 구단 관계자분들 그리고 선수 여러분들께 너무나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전한다”고 재차 고개 숙였다.

강정호는 “어떤 길을 걷게 되던 주변을 돌아보고 가족을 챙기며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다”며 “또한 봉사와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정호는 선수 시절 ‘악마의 재능’이라 불릴 정도로 최고의 실력을 자랑했다. KBO리그를 평정한 뒤 2015년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하며 선수로서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음주운전이라는 씻을 수 없는 실수는 그의 선수 인생을 망쳐놓았다. 강정호는 2016년 12월 서울 강남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다. 조사 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죄질이 중하다고 판단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때부터 그의 선수인생은 꼬여버렸다. 미국 당국은 강정호의 형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업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미국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려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8년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예전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강정호는 2019년 피츠버그에서 방출됐고 이후 미국에서 새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KBO리그 복귀를 결심한 뒤 KBO 사무국에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제출했다.

KBO는 5월 25일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3년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결정했다.

하지만 KBO 징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여론의 싸늘한 반응이었다, KBO 상벌위의 가벼운 징계에 비판이 쏟아졌고 이것은 복귀를 원했던 강정호에게 더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강정호는 싸늘한 여론을 조금이라도 반전시키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고 공개 사과했다. 그는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며 여러차례 고개를 숙였다. 심지어 기부와 봉사활동도 약속했다.

그럼에도 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 결국 강정호도 현실을 받아들였다. KBO리그 복귀 신청을 스스로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강정호 거취 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키움 구단은 강정호가 스스로 포기를 결정하면서 부담을 덜게 됐다.

이번 강정호 사건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사생활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프로 선수로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특히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이 얼마나 큰 지도 확인됐다.

이번 일은 현재 프로스포츠 업계에서 활약 중인 모든 선수들에게 경기장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올바른 행동을 해야 한다는 쓰디쓴 교훈을 될 전망이다.

KBO리그 입장에선 음주 뺑소니 사고 같은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그라운드에 돌아오는 선례를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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