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욱호 CJ 부사장 “상금 104억원 CJ컵, 우리 입장에선 손해 아냐”

조희찬 기자I 2017.10.24 14:15:07
경욱호 CJ그룹 마케팅 부사장 (사진=CJ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골프업계에선 CJ그룹이 국내 첫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이하 CJ컵)을 개최한 이유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을 이루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가 돈다. 일각에선 CJ가 이 대회 개최를 위해 매년 3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한다.

CJ컵이 끝난 제주 서귀포의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만난 경욱호 CJ그룹 마케팅 부사장은 이같은 소문을 들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리로선 고심 끝에 결정한 글로벌 마케팅 툴(tool)이다”며 “정지 마찰력이 최대 마찰력이라고 하지 않나, 물건이 서 있을 때가 가장 마찰이 셀 때고 한 번은 점프 스타트를 해야 되고 그래서 이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CJ컵 개최를 선택한 건)글로벌 시장 개척을 놓고 마케팅 측면에서 볼 때 CJ가 글로벌 생활 문화 기업으로 자리 잡는 데 어떤 마케팅 도구를 쓸 것이냐가 문제였다”라고 말했다.

경 부사장은 “우리 입장에서 마냥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투자에 대한 수익을 이야기할 때 유형과 무형적인 것이 있고 무형적인 건 훨씬 더 크게 잴 수 있다”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알게 되고 호감을 갖는지 여부는 돈으로 잴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그런 부분을 보고 계획했다”고 밝혔다.

앞서 CJ가 총상금 925만 달러(약 104억원) 규모의 PGA 투어 대회를 연다고 발표하자 골프 업계는 술렁였다. 계약 기간은 무려 10년이었다. 총 운영 비용을 고려하면 2017년 한국프로골프(144억원)와 한국여자프로골프(209억원) 투어의 총상금과 맞먹는 금액을 한 대회에만 10년간 ‘올인’한다는 셈이다. 이 돈을 국내 남자골프 발전을 위해 써야 했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경 부회장은 2002년부터 4년간 개최한 국내 첫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 나인브릿지 클래식의 성공을 떠올렸다.

경 부사장은 “(KPGA 코리안투어) 양휘부 회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어떻게 하면 남자골프를 여자 골프만큼 발전시킬지 함께 고민했다”며 “한국에 대회를 여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우리가 아는 방식으로 하고 싶었다. 2000년대 초반 아무도 여자골프를 시장에서 알아주지 않을 때 (국내에서) LPGA 대회를 처음 개최했고 ‘박세리 키즈’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강조했다. 또 “박세리 키즈들이 나오면서 15년이 지난 지금 리더보드에는 태극기가 쫙 있다”며 “CJ와 KPGA의 목적은 국내 남자골프의 발전이며 출전권을 KPGA에 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덧붙였다.

CJ컵은 ‘흥행카드’였던 저스틴 토머스(미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성공리에 끝났지만 작은 문제도 발견됐다. 갤러리의 사진 촬영과 포털사이트 중계권 등이다. 경 부사장은 “포털사이트 중계를 위해 여러 시도를 했으나 PGA 투어와 로컬 방송사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개선해야하는 점 중 하나다”라고 공감한 뒤 “(갤러리들의 휴대폰 반입은) 대회 전부터 PGA 투어 측과 이야기를 나눴다. 금지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갤러리들의 편의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나흘간 3만5000여명을 동원하며 제주도에서 열린 골프대회 중 역대 최다 갤러리 수를 경신했다. 특히 3·4라운드에선 하루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골프장을 채웠다. 경기 운영 면에서도 첫 대회로선 합격점을 받았다.

대회 내내 4시간 이상을 누워본 적 없다는 경 부사장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갤러리가 찾아왔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며 “첫 대회인만큼 미흡하고 불안한 부분이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대회였고 내년에는 부족했던 부분을 더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내년을 기대했다.
경욱호 CJ그룹 마케팅 부사장 (사진=CJ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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