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패밀리→형제..'나영석 예능', 감성을 달리는 힘

강민정 기자I 2015.08.11 09:32:13
나영석 PD.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최근 예능사를 본다. 2013년은 시니어 시대였다. 2014년은 패밀리 시대였다. 2015년은 형제의 시대가 될 전망이다.

나영석 PD 프로그램은 국내 예능사의 큰 축으로 역할했다. 2013년 초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시리즈 물이 연이어 성공했다. ‘삼시세끼’는 본편에 속편, 다시 본편으로 이어지는 성공하기 힘든 시리즈 구성에도 기대를 뛰어 넘는 재미를 줬다.

2015년 여름은 조금 달랐다. 무엇이든 ‘믿고 보겠다’는 시청자의 마음이 흔들렸다. ‘신서유기’의 새로운 도전 때문이다. 나 PD 스스로 ‘문제아 데리고 떠나는 여정’이라고 했지만 특히 이수근과 관련해서는 출연진의 호와 불호가 엇갈리는 아픔을 봤다. 어느 때보다 말 많은, 가늠하기 힘든 모험으로 우려를 살 수 밖에 없었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나 PD가 ‘신서유기’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할배에서 패밀리로 시선을 옮겨 예능의 따뜻한 묘미를 알려준 그가 이번엔 ‘형제애’를 말했다. 남 다른 감성을 달리는 ‘나영석 예능’, 그 역사를 돌아봤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할배’, 연륜은 대단했다

시니어가 중심인 예능은 없었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내로라하는 배우이고, 웬만한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고 만날 수 있는 익숙한 연예인으로 알고 있었다. 인생의 어른으로, 연륜 있는 선배로 이들을 바라보게 한 건 ‘꽃보다 할배’가 처음이었다.

여행의 탁월한 묘미를 알고 있던 나 PD는 그 주인공을 시니어에 맞췄다. 어쩌면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 유럽, 대만, 그리스로의 배낭여행이었다. 넉넉하지 않은 돈으로 되는대로 편한 숙소와 꼭 먹어야 하는 음식, 꼭 봐야 하는 명소를 둘러보며 할배들이 보여준 감동은 예상 외의 것이었다. 할배 4인방을 보며 60대 이상의 노년층 시청자가 TV 앞으로 모여 공감과 로망을 동시게 품었다. 30~50대 중장년층은 나의 부모를 생각하며 심장 뜨거운 맛을 봤고, 어린 10대부터 청년 20대는 인생의 보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 ‘할배’라는 콘텐츠를 전 세대가 공유한 셈이다.

유해진 차승원
△‘삼시세끼’, 밥 한끼의 정은 대단했다

함께 밥 먹는 사이. 이 관계를 식구라고 말한다. 의미를 모르고, 생각하지 않고 쓸 때가 많지만 사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깝게 만드는 것 또한 없다는 뜻이다. 밥 한끼를 먹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보여줌으로써 식탁 위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싶었다는 나 PD는 ‘삼시세끼’를 만들었다. 방송 초반엔 이서진과 옥택연 등 출연자들이 서툰 솜씨와 부족한 살림, 재료로 한끼를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웃음을 줬다.

회를 거듭하며 ‘삼시세끼’는 밥 먹으며 쌓여간 ‘어마무시’한 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선편 시즌1,2를 거친 이서진과 옥택연은 가족처럼 가까워졌다. 최지우, 손호준은 최근 ‘식구끼리 특집’으로 게스트가 아닌 가족과 같은 사이가 됐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옥순봉에 하루 자고 갔을 뿐인데, 세끼 함께 했을 뿐인데 이렇게 서로를 잘 알게 될줄은 몰랐을 터. 스핀오프로 제작된 어촌편 역시 잔소리 많아도 속 깊은 ‘엄마 차승원’과 묵묵히 제 할 일 해주는 ‘아빠 유해진’의 감성으로 프로그램에 몰입할 수 있었다.

‘신서유기’
△‘신서유기’, 형제는 뜨거웠다

나 PD는 강호동과 이수근, 이승기, 은지원을 형제라고 불렀다. ‘1박2일’ 초기 시절부터 함께 한 세월 때문에 자연스럽게 붙은 표현이라고 했지만 ‘4형제’의 웃음 가득한 에피소드들은 ‘신서유기’를 채울 알맹이가 될 전망. 할배의 연륜과 패밀리의 정을 알게 해준 나 PD 예능에서 이젠 형제애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는 대목이다. 마침 요즘 방송가에서 유행한 감성이 ‘브로맨스’이기도 하다. 남녀의 사랑을 뛰어 넘는 남자와 남자의 뜨거운 조화는 드라마를 극대화시켰고,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보여준 바 있다.

‘신서유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형제애를 굳이 강조하고 엮는 연출이 필요 없다는 부분에서 강점을 갖는다. 나 PD의 말처럼 4형제는 늘 만나고,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던 사이. ‘1박2일’ 이후론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활동했기 때문에 일하는 스타일과 역량은 달라졌지만 마치 어제 만난 듯, 원래 같이 살았던 듯 자연스러운 호흡을 끌어냈다. 이들 4형제의 오랜 시간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나 PD는 “파워풀한 MC인 강호동, 노래하고 연기하는 이승기, 이수근과 은지원은 말할 것도 없이 그동안 대중이 몰랐던 잊고 있던 4형제 본연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며 “우리끼리 참 재미있게, 편하게 농담하고 얘기하고 즐기다 돌아왔는데 그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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