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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길과 유해진이 그랬다.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으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50점 짜리 현장을 100점 짜리로, 100점 짜리를 그 이상으로 끌어올려준 주역이다. 두 사람을 비롯해 손예진, 이경영, 신정근, 김원해, 박철민, 김태우 등 내로라하는 명품 연기의 달인이 출연하는 영화인지라 말도, 의견도, 생각도, 주장도, 웃음도 많았던 현장에서 김남길과 유해진은 밀고 당기는 중추적인 인물로 마음을 맞춰갔다.
처음부터 이렇게 통했던 것은 아니었다. 전작인 KBS2 드라마 ‘상어’를 끝낸 뒤 연기적으로 사춘기를 겪었다는 김남길은 쉽게 생각했던 코미디 장르에서 또 한번 어려움을 겪었다. 카메라 앞에서 몸이 떨리는 자신을 발견하며 “연기적으로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자신감이 움추러드렀던 ‘상어’에서의 기억은 약 2개월의 ‘해적’ 촬영 기간에도 계속됐다.
“‘선덕여왕’이나 ‘나쁜 남자’때 연기적으로 참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간이 지나 ‘어? 나쁘지 않았었네’라는 느낌을 받다보니 왠지 모르게 스스로 흔들리는 것 같았다. 카메라 앞에서 떨고 긴장하는 모습이 발견됐다.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썼는데, 여하튼 배우로선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그후론 겁이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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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한 것이 그냥 웃기면 끝일 것이라 생각한 안일함도 컸다.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초반 두달 동안은 고생을 많이 했다. 어느 날은 촬영을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중단된 적이 있다. 그때 (유)해진 형이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너의 가능성을 이야기했고, 그렇게 봐주고 있는데, 왜 겉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있냐’고 하시더라. 이런 저런 고민을 털어놨는데, ‘이 영화는 너가 중심인데 그렇게 흔들리면 안 된다’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힘이 많이 됐다. 선배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김남길은 그날을 계기로, 스스로를 더 많이 사랑하자는 생각을 했다. 비슷한 시기 문득 집에서 방 청소를 하다가 무엇인가에 홀린 듯 홀가분한 느낌을 받았던 것도 ‘해적’ 촬영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터닝포인트가 됐다. 언제 어떻게 찾아왔는지 모를 배우로서의 사춘기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순간에 확 달아난 느낌이었다.
“아마 선배들이 주위에서 북돋아준 긍정적인 기운이 작용해서 달라진 것 같다. 요즘 영화 ‘무뢰한’으로 전도연 선배와 촬영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눈으로만 표현하려면 지치지 않겠냐. 나도 ’밀양‘때 힘든 순간이 있었다. 난 (김)남길씨 지금 이 눈이 좋다. 본인이 갖고 잇는 본질의 연기가 좋지 않나. 같이 그런 연기를 해보자’라는 얘기를 했다. 사실 그때 눈에 뭐가 나서 바보처럼 눈을 반쯤 감고 있을 때였는데.(웃음) 그래도 선배들의 말에, 요즘 다시 연기하는 재미를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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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조선 건국 초기 국새를 중국으로부터 하사 받았던 역사적인 시절을 바탕으로 바다 속 고래가 국새를 삼켜버렸다는 상상력이 더해져 이야기가 완성됐다. 그 국새를 찾기 위해 사투를 버리는 산적 장사정과 해적단의 단주 여월(손예진 분)의 고군분투가 흥미진진한 여정으로 화면에 표현됐다. 내달 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