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전 22m 이글 환호’…테일러 “내가 캐나다 오픈의 저주를 깼다”

주미희 기자I 2023.06.12 12:08:04

PGA 투어 RBC 캐나다 오픈 최종 4라운드
연장 4차전에서 22m 이글 퍼트 집어넣어
‘플레처의 저주’ 깨고 69년 만에 캐나다인 우승

닉 테일러가 12일 열린 PGA 투어 RBC 캐나다 오픈 연장 4차전에서 22m 이글 퍼트를 집어넣은 뒤 캐디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이글 퍼트 컵 안으로 들어갔을 때 ‘블랙 아웃’이 된 것 같았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닉 테일러(35·캐나다)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캐나다 오픈(총상금 900만 달러) 연장 네 번째 홀(18번홀·파5)에서 22m 이글 퍼트를 성공시킨 순간. 69년 만에 캐나다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서 우승한 캐나다인이 된 테일러는 이글 퍼트가 홀 안에 떨어지자 퍼터를 공중에 던진 뒤 캐디 데이브 마클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렇지만 그는 전혀 이 장면을 기억하지 못했다.

12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오크데일 골프클럽&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테일러는 버디 8개와 보기 2개를 엮어 6언더파 66타를 적어냈고, 플리트우드와 17언더파 271타로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테일러, 플리트우드 모두 연장 첫 홀(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뒤 3차 연장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의 추가 기운 건 연장 네 번째 홀이었다.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라간 테일러가 먼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는 22m 이글 퍼트를 집어넣었다. 버디 퍼트를 남겨놓은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가 퍼팅을 할 필요가 없었다. 테일러의 이글 퍼팅이 홀 안으로 빨려들어가자, 18번홀 그린에 모인 수많은 캐나다 갤러리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동료 캐나다 선수인 마이크 위어, 코리 코너스, 애덤 해드윈은 테일러를 축하하기 위해 그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테일러의 절친한 친구인 해드윈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샴페인을 마구 뿌리다가 경비원에게 저지당하기도 했다.

테일러는 “캐나다 오픈은 주니어 때부터 늘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놓을 정도로 학수고대하는 대회였다”며 “일부에서 ‘캐나다 오픈의 저주’라고 부르는 것을 내가 깼다. 말문이 막힐 정도로 기쁘다. 오늘의 기쁨은 상당 기간 동안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1904년에 첫 대회를 연 유서 깊은 대회인 캐나다 오픈은 캐나다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다. 그렇지만 1954년 팻 플레처 이후 68년 동안 캐나다 선수에게 우승을 내주지 않았다. 때문에 ‘캐나다 오픈의 저주’, 혹은 ‘플레처의 저주’로 불렸다.

테일러의 우승에는 수천명의 캐나다 갤러리들도 한 몫했다. 갤러리들은 ‘오 캐나다’를 부르며 테일러의 일거수일투족을 응원했다.

우승 트로피 들어올리는 테일러(사진=AFPBBNews)
테일러는 “내가 출전한 대회 중 가장 믿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 모든 홀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며 “연장전 상대였던 플리트우드에게 미안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테일러의 절친한 친구인 해드윈은 “캐나다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다. 누구도 22m 이글 퍼트를 성공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정말 멋진 방법으로 우승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테일러는 2020년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 이후 3년 4개월 만에 PGA 투어 통산 3승째를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62만 달러(약 20억9000만원)다. 매켄지 휴스, 애덤 스벤손, 코리 코너스에 이어 2022~23시즌에 우승한 네 번째 캐나다인이 됐다.

이 대회 3연패에 도전했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마지막 날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공동 9위(12언더파 276타)로 대회를 마감했다. 연장전에서 패한 플리트우드는 통산 5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성현(25)이 7언더파 공동 25위로 대회를 마쳤고, 노승열(32)이 5언더파 공동 38위, 강성훈이 1언더파 공동 57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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