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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타자' 최지만의 우타석 홈런…스위치히터의 모든 것

이석무 기자I 2020.07.27 18:30:33
최지만.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최지만(29·탬파베이 레이스)이 2020시즌 첫 홈런을 쳤다.

최지만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홈 경기에서 6회말 상대 좌완 투수 앤서니 케이를 상대로 좌중월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터뜨렸다. 올시즌 자신의 1호 홈런이자 2016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통산 37번째 홈런이었다.

이번 홈런은 유독 특별했다. 우타석에 들어서 때린 홈런이었기 때문이다. 최지만은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이 경기 전까지 한 번도 우타석에 들어선 적이 없었다. 올시즌 앞서 치른 2경기도 전타석 좌타자로 출전했다. 그런데 이날 갑자기 스위치히터로 변신했고 오른손 타자로 홈런까지 때리는 만화같은 일이 벌어졌다. MLB닷컴은 “전날까지 빅리그 통산 860타석을 모두 좌타자로만 나섰던 최지만이 오른손 타자로 처음으로 나서 비거리 131m짜리 홈런을 쐈다”며 “타구 속도가 시속 177㎞로 올해 탬파베이 타자 중 가장 강력한 타구였다”고 소개했다. 최지만은 “그냥 스윙했더니 볼이 담장 바깥으로 날아갔다”며 “스위치타격에 너무 많이 스트레스를 느끼진 않았다”고 홈런 순간을 떠올렸다.

메이저리그에선 처음이지만 사실 최지만은 오래전부터 스위치히터 변신을 시도했다. 좌투수에 대한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지만은 우투수를 상대로 통산 타율 2할5푼9리 33홈런을 기록했다.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친 OPS는 8할4푼6리에 이르렀다. 반면 좌투수에게는 통산 타율이 1할8푼5리에 홈런도 3개뿐이었다. OPS는 5할8푼4리에 머물렀다.

이처럼 좌완 투수에게 약한 면이 뚜렷하다 보니 상대팀은 최지만 타석 때 왼손 구원투수를 집중 투입했다. 심지어 좌완 투수를 선발로 내세운 경기에선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적도 많았다.

최지만은 이같은 고질적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스위치히터 변신을 선택했다. MLB닷컴에 따르면 최지만은 마이너리그에서 오른손 타자로 54번 타석에 등장해 타율 2할9푼6리를 친 바 있다.

송재우 MLB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최지만이 오른손 타석에서 홈런 친 것은 굉장히 의미가 크다”며 “이제 좌투수가 나왔을때도 라인업에서 빠지지 않고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한 타석으로 모든 것을 규정지을 수 없지만 이 홈런은 최지만의 선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크다”며 “심리적으로도 자신감이 한층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블로 산도발. (사진=AFPBBNews)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위치히터는?


스위치히터란 좌우 타석에 모두 들어서는 타자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스위치히터는 좌투수가 나올 때 오른손 타석에 들어서고, 우투수가 나오면 왼손 타석에서 공격을 한다.

메이저리그에선 미키 맨틀, 피트 로즈, 치퍼 존스, 에드 머레이, 랜스 버크먼 등이 전설적인 스위치히터로 기억되고 있다. 맨틀은 스위치히터 역대 최다인 통산 536홈런을 때렸고 로즈는 통산 4256안타로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안타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존스는 통산 타율 3할3리에 통산 468홈런을 때리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3루수로 인정받고 있다.

최지만의 경우처럼 스위치히터는 대부분 좌투수 혹은 우투수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후천적인 연습을 통해 만들어진다. 치퍼 존스는 원래 선천적인 우타자였다. 하지만 아버지인 래리 존스가 어릴 적부터 33인치 길이의 플라스틱 막대기를 들고 양손 교대로 테니스공을 치는 훈련을 시킨 덕분에 스위치히터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1990년대 뉴욕 양키스의 스위치히터 강타자였던 버니 윌리엄스도 원래 오른손 타자였지만 당시 벅 쇼월터 양키스 마이너리그 감독이 “양키스타디움의 오른쪽 펜스가 얼마나 가까운지 생각해보라”고 강력하게 설득한 끝에 스위치히터로 변신했다.

대부분의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잡이나 왼손잡이가 결정된다. 어느 한쪽 감각이 우월하면 다른 한쪽 감각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선천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쪽을 후천적으로 발달시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좌우 타석에서 보는 시각적 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성공한 스위치히터라고 해도 양쪽 모두 완벽하게 잘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이름이 알려진 많은 선수들이 스위치히터에 도전했지만 중간에 포기했다. 한국 프로야구 대표 강타자인 SK 최정이나 LG 트윈스 주전 유격수 오지환 등도 스위치히터 변신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심지어 스위치히터로 나름 좋은 활약을 하다가 한쪽 타석으로 돌아간 경우도 많다. 2012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한 파블로 산도발이 대표적 케이스다.

1980~90년대 메이저리그에선 스위치히터가 한 팀에 3~4명씩 있을 정도로 유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야구가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스위치히터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굳이 한 명의 타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기보다는 데이터를 분석해 상대 투수에 따른 맞춤형 타자를 투입하는 것이 최근 추세다.

통산 435홈런-312도루를 기록한 카르로스 벨트란이 2017년 은퇴한 후 그 뒤를 잇는 스위치히터 강타자가 나오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스위치히터로서 6번이나 올스타에 뽑혔던 랜스 버크만은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절대로 스위치히터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kt wiz 멜 로하스 주니어(왼쪽)와 LG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선수 시절 이종열. (사진=연합뉴스, LG 트원스)
◇한국은 오히려 스위치히터 관심 ↑


한국은 최근 스위치히터에 대한 열기가 식어가는 메이저리그와 상황이 반대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를 뒤흔드는 최고의 외국인타자인 kt wiz의 멜 로하스 주니어가 스위치히터다,

로하스는 올시즌 좌우 타석을 가리지 않고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올시즌 홈런, 타율, 타점, 최다안타 등 타격 4관왕에 도전하는 로하스는 올해 우타석에서 타율 4할3푼2리 9홈런, 좌타석에서 타율 3할7푼2리 15홈런을 때렸다. 굳이 비교하면 우타석에서 타율이 더 높지만 장타는 좌타석에서 더 많이 나왔다. 지난 7월 28일 수원 LG전에선 한 경기에 좌우 타석에서 번갈아 가며 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리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좌우 연타석 홈런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역대 두 번째 기록이었다. 1호는 2010년 5월 12일 청주 한화전에서 당시 LG 소속이었던 서동욱이 기록했다.

로하스는 “좌타석에서 우투수를 상대하고 우타석에서 좌투수를 상대하는 것은 공을 훨씬 편하게 보고 칠 수 있어 분명한 강점”이라면서도 “좌우 타석에 모두 들어서야 하니 남들보다 두 배 훈련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스위치히터로서 좋은 성적을 내는 특별한 비결은 없고 그냥 꾸준한 훈련과 루틴을 통해 타격감을 유지하는 방법뿐이다”고 강조했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스위치히터는 1988년부터 1995년까지 태평양 돌판스에서 뛰었던 원원근이었다. 이후 박종호, 장원진, 이종열, 최기문, 서동욱, 황진수 등이 스위치히터로서 프로야구 무대를 누볐다. 현재까지 프로야구 최고의 외국인타자 중 한 명으로 기억되는 펠릭스 호세도 대표적인 스위치히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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