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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으로 승리였다. 선취점을 뺏겼고, 경기 막판엔 5-5 동점까지 되는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8회말, 박노민의 결승 투런 홈런이 터지며 극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고작 사회인 야구팀 이긴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을 수 있다. 그럼 바꿔서 한 번 생각해 보자. 그런 팀에 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꼭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져서는 안되는 경기, 대부분 상위권 팀들이 하는 경험이다. 이겨야 순위가 올라가고 우승도 할다. 반대로 하위권 팀들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1승의 절실함이 상위권 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지금 한화가 어떤 팀인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혹독한 훈련을 하고 있는 팀이다. 그 과정에서 맞은 첫 경기였고, 상대팀은 약체였다. 이날 경기서 패했다면 데미지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왜 이런 훈련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회의감이 생길 수 있었다.
김정준 한화 코치는 “경기를 보며 아찔했다”며 “그러나 이 경기를 이기면서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단순한 승리가 아니었다. 정범모 박한결 박노민의 홈런이 터져나왔다. 신인 김민우는 2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한화가 시간과 공을 들이며 키우고 있는 선수들에게서 승리가 나온 것이다. 또 졌다면 잃는 것이 너무 많았다. 가장 먼저 선수들의 마음 속에 ‘또 안되는구나’라는 불안이 싹텄을 것이다. 그런 패배의식은 감독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김 코치는 김태균이 있었다고 했다.
김 코치는 “(김)태균이가 뛸 수준의 경기가 아니었다. 경기 중에 당연히 교체됐다. 그런데 끝까지 벤치에 남아 선수들을 독려해줬다. 뒤로 물러나 있어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같이 이기자는 메시지를 심어줬다. 정말 그 어느 때 보다 든든하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이날 선발 출장했지만 안타는 치지 못하고 2타석만에 교체됐다. 하지만 끝까지 벤치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마치 정규시즌의 한 경기처럼 선수들을 독려했다. 김성근 감독이 그에게 주장을 맡긴 것이 얼마나 현명한 선택이었는지가 증명되는 장면이었다.
김 코치는 “성급할 수 있으나 느낌이 있었다. 2015시즌 ‘승리의 여신’이 한화 이글스로 날아온 것 같다. 이겨야 당연한 것, 가장 어려운 승부다. 아마추어팀을 상대로 완승을 거둬야 하는 것이 맞지만 승부의 세계는 그렇게 간단한 논리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강팀의 승리 방식은 늘 완벽하게 이기는게 아니라 어떤 상황이든 또 어떻게 해서든 당연하게 이겨내는 것이다. 한화도 이제 쉽게 무너지지 않는 힘이 붙었다. SK왕조도 그렇게 시작했다. 시작의 느낌이 같다. 성장을 애태워 기다렸던 젊은 선수들의 힘으로 고치 캠프를 살려냈다. 이제 더 높은 다음 단계로 갈 수 있게 됐다. 이 승리 안엔 김태균이 있었고 한화의 미래도 있었다. 이제 남은 경기들은 좀 편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좀 져도 될 만큼 여유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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