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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 실수 딛고 자기 힘으로 3승 일궈낸 류현진

이석무 기자I 2020.09.03 12:00:40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동료들의 어이없는 주루 미스, 수비 실책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질주를 막을 수 없었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말린스 파크에서 열린 2020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탈삼진 8개를 곁들이며 5피안타 2볼넷 1실점 한 뒤 2-1로 앞선 7회초 교체됐다.

토론토는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2-1 승리를 거뒀고 류현진은 시즌 3승(1패)을 달성했다. 최근 2경기에서 호투하고도 승리를 날렸던 아쉬움을 날려버렸다.

지난 경기에서 잘 던지고도 타선의 부진과 구원진 난조, 수비 불안으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던 류현진은 이날도 어수선한 상황에서 투구를 이어갔다.

1회부터 주루 실수가 속출했다. 최근 트레이드를 통해 토론토 유니폼을 입은 뒤 이날 3번 타자 2루수로 나온 조너선 비야는 두 차례나 주루사를 당해 기회를 날렸다. 1회초에는 안타를 친 뒤 2루까지 무리하게 달리다 태그아웃 당했다. 4회초에는 3루에 있다가 포수 견제사에 걸려 아웃됐다.

비야는 수비에서도 류현진을 돕지 못했다. 2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코리 디커슨의 병살타성 타구 때 송구 실책을 범해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하게 제 몫을 했다. 특히 고비마다 본인이 직접 해결하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삼진을 잡으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실제 이날 류현진은 삼진을 8개나 잡았다. 올 시즌 류현진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이다. 앞서 지난 8월 6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5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거뒀을 때 삼진 8개를 빼앗은 바 있다.

류현진은 1회말 첫 타자 존 버티를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119.4km(74.2마일)짜리 느린 커브로 타이밍을 완벽히 뺏었다.

2회말에는 1사 2, 3루로 몰린 상황에서 호르헤 알파로와 재즈 치점을 연속해서 삼진 처리했다. 각각 체인지업과 커브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3회말 2사후 개릿 쿠퍼를 헛스윙 삼진 처리한 공도 108km(67.3마일)의 슬로우 커브였다.

4회말에는 무사 1루 상황에서 브라이언 앤더슨을 상대로 138km짜리 커터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5회말 선두타자 호르헤 알파로도 10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커터로 삼진을 잡았다. 1실점을 내준 뒤 2사 1, 2루에서 헤수스 아길라르를 삼진 잡은 공은 체인지업이었다. 6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된 알파로와 승부에서도 커터로 삼진을 일궈냈다.

류현진은 99개의 공을 던지면서 포심 패스트볼은 26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오히려 체인지업이 27개로 더 많았다. 그밖에 커터 22개, 커브는 12개, 투심 패스트볼 12개를 던졌다. 특히 승부구를 던져야 할 때는 어김없이 커터,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로 삼진을 잡았다.

다저스 시절 류현진은 주로 땅볼 타구를 유도하는데 주력했다. 좋은 야수들이 뒷받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비력이 불안한 토론토에선 다르다. 최대한 어렵게 승부하면서 삼진을 잡는데 주력하고 있다.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이날 경기 중계를 하면서 “류현진이 오늘 위기 때는 맞혀 잡지 않고 삼진을 잡는 투구를 한다”고 밝혔다. 야수들을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자신의 힘으로 위기 상황을 넘기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자연스럽게 삼진 개수도 늘어났다. 올 시즌 류현진은 43이닝을 던져 삼진 48개를 잡았다. 이닝 당 평균 삼진 개수가 1.12개다. 반면 지난 시즌에는 182.2이닝을 던져 163개 탈삼진을 잡았다. 이닝 당 평균 0.89개 탈삼진을 기록했다.

물론 삼진을 많이 잡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삼진을 의식하면 그만큼 투구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볼넷도 지난 시즌에 비해선 한층 늘어났다. 지난 시즌에는 182⅔이닝을 던져 24개의 볼넷만을 허용했는데 올해는 43이닝만 소화했는데 벌써 작년의 절반에 이르는 12개 볼넷을 내줬다.

물론 상황이 다른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류현진이 팀의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 분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언론에서도 류현진이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MLB닷컴 키건 매티슨 기자는 “토론토 구단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된 절반은 류현진에게 빚을 졌다”며 “저녁 식사라도 대접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 칼럼니스트 앤드루 스토튼은 “류현진은 이기려고 이곳에 왔고, 토론토 선수들은 지려고 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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