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세현 "정우성·강다니엘, 가장 선한 영향력 가진 2인" (인터뷰)

박현택 기자I 2018.11.13 11:43:51
[이데일리 스타in 박현택 기자] “16년을 하게될 줄은 몰랐어요, 눈이 예뻤던 그 아기가 파양되지 않았다면, ‘1회’가 끝이었을 수도 있겠죠

사진작가 조세현이 16년간 지속된 사진 캠페인, ‘천사들의 편지’를 마무리한다. 10일, 기자와 만난 그는 10주년 때 제작된 기념앨범을 연신 어루만지며 사진 속 아기들과의 추억 이야기를 멈추지 못했다.

‘천사들의 편지’는 입양문화 인식개선을 위한 사진 연작 캠페인이다. 2003년 시작되어 매해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를 안은 연예인(유명인)’ 이라는 조합으로 흑백 사진을 찍어 사진전을 열고 앨범을 펴냈다.

‘천사들의 편지’는 우리 사회에 준 혜택과 효과는 ‘눈에 보이는 것’들이다. 입양아에겐 가정을 선물했고, 부모들에겐 새 자식을 안겼다. 입양률이 점차 오르기 시작했고, ‘캠페인 시작 3년만에 대한민국에는 ‘입양의 날’이 생겼다. 무엇보다 ‘입양’에 대한 인식을 더 건강하고 희망찬 의미로 바꿨다. 동참해준 스타들의 힘도 컸다. 16년간 354여명의 스타들이 348명의 아기를 안았고 사진 속 아기들의 입양률은 90%를 넘었다. 첫 시작은 ‘캠페인’이 아닌 봉사였다. ‘천사들의 편지’라는 명명도 없었다. 2003년, 조세현은 한 사회복지사로부터 ‘입양아들의 100일 사진을 찍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30명 아기들 인생 첫 사진이자, 새 가정을 기다리는 ‘프로필’인 셈이었다. 조세현은 “왠일인지, 그 전화 한통에 ‘이건 내가 할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달려가 찍은 아이들 중 ‘설이’는 유난히 크고 영롱한 눈빛으로 조세현의 기억에 남았다. 설이는 조세현의 사진을 본 부모에게 곧 입양됐고, 1년후 조세현은 “설이가 파양됐다”는 전화를 받는다. 설이에게 시각장애가 있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는 이유였다. 조세현은 “큰 충격이었다. 다시 설이를 주제로 사진을 찍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시 카메라를 챙긴 조세현은 정통인물 사진작가로서 연예인들을 아름다운 동참을 이끌었고, ‘천사들의 편지’는 그렇게 연례 캠페인이 됐다.

11월 21일부터 26일까지 서울가나인사아트홀에서 그 마지막 사진전 ‘천사들의 마지막 편지-안녕’이 열린다. 16년간 의미있는 진전을 본 조세현은 이제 또 다른 이 사회 음지와 사각지역을 바라 볼 계획이다.

- 시원섭섭할것 같다.

◇ 아쉽지만 후련하다. 그동안 좋은 일도 많았다. 과거의 우리는 ‘입양’이라고 하면,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기를 국외로 보내는 것’만을 떠올리곤 했다. 이제는 인식이 달라졌다. 국외는 물론 국내 입양률이 크게 높아지고 입양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러워졌다. 일반 가정도 입양가정에 대한 생각도 ‘색안경’을 끼지 않는다. 입양아들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보호해야 할 아이들’로 여겨지게 됐고, 입양아를 받아들인 가족은 희망과 행복을 얻었다. 2003년도가 ‘천사들의 편지’의 1회였는데, 2006년도 부터 보건복지부에서 입양의 날 (매년 5월 11일)을 제정했다. 의미있고 감동적인 성과다.



- 수 많은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동참했다.

◇ 나는 ‘찍사’ 였을 뿐이다. (웃음) 그들에게 감사드린다. 배우 김정은은 총 8회로 최다 참여를 기록했다. 또 배우 고소영과 서현진은 아동과 미혼모 가정을 위한 고액기부자가 됐다. 3번이나 참여한 김혜수는 때가되면 전화가 와서 ‘선생님, 아직 촬영할때 안됐어요?’라고 물어왔다. 션과 정혜영도 참여했었는데, 그들은 자신들 촬영날이 아닌데도 아이들까지 데리고와서 자연스럽게 촬영장을 누비더라. 흐뭇했다. 션은 섭외에도 큰 힘을 줬다. 지드래곤, 태양, 2ne1, 모두 션의 말에 동참해준 스타들이다. 어떤 스타들은 아기들에게 직접 기부하기도 했다. 촬영 직전 찍은 CF 개런티를 모두 기부한 한 변호사가 기억이 난다. 방탄소년단 팬들은 쌀을 가마니채로 수없이 기부했다. 이민호의 팬들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기부를 하시더라. 닉쿤, 뉴이스트 팬들도 아이들을 위해 지갑을 열었다.

인물사진을 오래 찍다보면 아무래도 ‘사람의 진심’이 보인다. 방탄소년단은 당시(2013년)만해도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른 그룹은 아니었다. 촬영날 RM 이 내게 와서 이런 말을 하더라 ’(아이들을)계속 도와주고 싶다’고. 그 눈빛에서 ‘진심’을 느꼈다. 지드래곤도 마찬가지. 촬영 당일, 매니저들은 다음 스케줄이 바빠서 안절부절 하는데, 지드래곤은 아기에게 먹이던 우유를 마저 다 먹일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꾸며낸 가식이 아니다. ‘진성성’이고, ‘충실함’이다. 그러고보면 ‘천사들의 편지’ 캠페인이 입양아와 부모들에게만 영향을 끼치는게 아니다. 아기를 안고 소중한 시간을 보낸 배우와 아이돌, 셀럽들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겠는가. 생각만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 ‘천사들의 편지’가 시작된 배경을 알려달라.

◇2003년, 한 사회복지사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입양을 기다리는 3개월 된 아기들이 있다고 했다. 생후 3개월의 월령이 새 부모 적응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아기들 사진이 없습니다’ 라고 하시면서 찍어주실 수 있냐고 하셨다. 이상하게도 그런 부탁을 듣는 순간 ‘이건 내 일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사들의 편지’ 라는 이름도, ‘시리즈로 계속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저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들 사진을 찍으러 갔던 것 뿐이다.

첫 촬영 당시 유독 예뻐서 기억에 남는, 눈이 참 크고 영롱했던 설이 라는 아기가 있었다.촬영 후 좋은 가정에 입양됐다길래 매우 기뻐했던 기억이 있는데, 시간이 한참 흘러 그 설이가 파양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충격을 받았다. 들어보니, 입양 후에 잘 지내다가 뭔가 이상해서 검사를 받았는데 알고보니 그 예쁜 설이에게 시각장애가 있었던 것이다. 설이를 다시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를 주제로 하고 싶었다. 거기에 내가 연예인 사진을 많이 찍다보니, 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나눠주길 부탁했고, 그렇게 16년간 ‘천사들의 편지’ 시리즈가 시작된 것이다.



- 마지막 사진전을 정우성과 강다니엘 두 사람과 하게 된 이유는.

◇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긍정적인 영향력을 가진 두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정우성은 그 바쁜 사람이 ‘참가해줄 수 있나’라는 한마디에 흔쾌하게 ‘네’ 라고 하더라. 감동했다. 강다니엘은 그 나이때의 청년들이 다들 그런것처럼, 처음 아기와 촬영을 시작할때는 어려워했다. 그런데 아기를 안고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교감’을 하더라. 사진가의 눈에는 보인다. 사진을 보라. 마치 삼촌과 조카처럼 서로 닮아있고 친근감이 확연히 느껴지지 않나.

- ‘천사들의 편지’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면.

◇초기에는 내거티브도 많았다. ‘조세현이 아이들을 이용한다’, ‘가식이다’ 같은 말도 들었다. 아기를 안은 한 연예인의 손톱이 다소 길자, ‘아이들을 함부로 대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오해를 받건, 가식으로 보였건, 개의치 않았다. 아기들에게 새 가정을 주고 싶었고, 입양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사회적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라고 생각했다. ‘돈’ 이야기가 아니다. 이 아기들이 부모없이 자란다면, 나중에 사회에서 혹시나 어떤 일을 저지를지 누가 아나.



- ‘천사들의 편지’을 통해 가장 중요시한것이 있다면.

◇ 1회성 캠페인, 단순 보여주기식 행사가 되어선 안된다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캠페인 후 입양된 아기들의 가정을 직접 찾아가곤 했다. 아기들이 잘 컸는지, 좋은 부모 밑에서 살고 있는지 ‘감시’하고 싶은 마음이다 (웃음). 2006년, 두 다리가 없는 아기가 촬영 후 미국으로 입양됐다. 이후 많은 시간이 흘러 미국 아틀랜타에 그 가정을 찾아갔는데 두 다리에 의족을 찬 아이가 축구를 하고 있더라. 훌쩍 큰 키에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신발장에 걸려 있던 그의 의족들이다. 여러쌍의 의족들이 걸려있는데, 같은 형태의 의족이 초록,파랑,빨강...예쁜 색깔들로 여러개를 구비돼 있더라. 그걸 본 순간 ‘잘 자라고 있구나. 됐다’라고 생각했다.



2012년에 촬영한 아기는 미국 코네티컷으로 입양됐는데, 촬영 당시 미숙아여서 걱정이 많았다. 몇해지나 미국행 비행기에서도 걱정이 많았는데, 도착해보니 그 아이가 누나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면서 예쁘게 잘 자라있었다. 그 부모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 순기능을 가진 장기 사진전이 끝나는걸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 추후 꼭 ‘재결합’ 시리즈도 찍어보고 싶다. 갓난 아기때 안았던 아이가 훌쩍 커서 그때 자신을 안아준 스타와 다시 만나는 거다. 감격적인 ‘비포&에프터’가 될 듯하다.



- 마지막 한마디.

◇‘천사들의 편지’를 통해 가정을 이룬 부모들이 가끔 선물을 보내오거나, 직접 찾아오시기도 한다. SNS가 잘 되어있어서 쪽지나 메시지를 보내시기도 한다. 어떤 아이들은 직접 정성어린 편지를 써서 내게 보낸다. 말그대로 ‘찬사들의 편지’인 셈이다.

사진 찍는 후배들이 늘었다. 돈벌이도 좋지만, 사진 한장이 사회에 실질적인 공헌을 하고 사람들에게 선한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IT 강국에 커뮤니티나 SNS 도 있지않나. 파급력이 더 세고 빠른 시기이니, ‘내 카메라와 사진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를 가끔씩 고민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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