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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앓는 소리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세 팀의 수장들은 하나같이 “없으면 없는대로 가겠다”며 호언장담 했지만 그들의 말 중 가장 무게감이 있었던 것은 누가 뭐래도 류중일 삼성 감독이었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 보다 정확히 말하면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토종 선발로도 일정 부분 끌고 갈 수 있는 동력이 있는 사실상 유일한 팀이 바로 삼성이다.
숫자도 삼성 마운드의 안정감을 증명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힘을 가장 덜 받고 있지만 삼성의 순위는 가장 높은 곳에 있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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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에이스 배영수와 좌완 1선발 장원삼이 9승을 기록중이며, 황태자 윤성환도 7승으로 뒤를 받히고 있다. 6월 한달간은 토종 선발의 승수 쌓기가 주춤하며 팀 순위도 흔들거렸지만 7월 이후 페이스를 회복하며 1위 자리를 튼실히 지켜내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이 부진하며 오히려 토종 선발들이 보다 책임감을 갖고 뭉치는 분위기가 팀에 큰 힘이 됐다”는 내부 분석도 있었다.
이들의 활약 만이 아니다. 언제든 선발로 투입할 수 있는 차우찬 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것 역시 삼성의 저력이다. 차우찬은 그간의 부진을 딛고 올시즌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7승(3패) 3.67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중이다. 아직 최고의 기량을 모두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있기에 ‘1+1 선발’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정준 SBSESPN 해설위원은 “밴덴헐크의 공 던지는 팔이 올라왔다. 팔이 내려갈 땐 궤적이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들어가며 제구가 흔들렸는데 팔이 올라오며 처음 보여줬던 구위와 제구를 회복했다. 앞으로 더 좋은 투구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삼성 입장에선 여유있게 기다리던 또 하나의 퍼즐이 맞춰진 셈이다.
외국인 투수 의존도가 높은 팀은 장기 계획을 짜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언제든 교체 가능성을 안고 있는 투수들을 중심으로 팀의 미래까지 계산해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수정 보완 작업에도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많고, 최근에는 마땅한 교체카드를 찾는 것도 매우 어려워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염경엽 넥센 감독 같은 경우는 “삼성같은 마운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때문에 당장의 1승도 중요하지만 내년 이후의 마운드 구성을 고려한 운영을 하고 있다”고 밝힐 만큼 삼성 마운드는 타 팀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염 감독은 “토종 선수로 일단 튼실한 마운드가 구축되니 고비가 와도 잘 넘길 수 있다. 외국인 선수가 받혀주면 1+1도 가능하다. 삼성같은 마운드를 만들고 싶다”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