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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2014]4강 큰소리쳤던 일본, 남은 것은 처참한 좌절

이석무 기자I 2014.06.25 10:27:29
콜롬비아에게 1-4로 완패한 뒤 실망스러워하는 일본 축구대표 선수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상파울루=이데일리 이석무 기자] 브라질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겠다고 큰소리쳤던 일본이 1무2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일찍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일본은 25일(한국시간) 브라질 쿠아이바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대회 C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콜롬비아에 1-4로 완패했다.

일본은 이날 경기에서 큰 점수차로 이기면 그리스-코트디부아르전 결과에 따라 16강에 오를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꿈은 물거품이 됐다. 오히려 참담한 대패를 당하면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콜롬비아를 상대로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격에 나선 일본은 전반 17분 후안 기예르모 콰드라도(피오렌티나)에게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전반 추가시간 오카자키 신지(마인츠)의 헤딩 동점골이 터지면서 전반을 1-1 동점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일본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의욕적으로 콜롬비아를 몰아붙였지만 늘어난 것은 득점이 아닌 실점이었다. 일본은 후반 10분 작손 마르티네스(포르투)에 실점을 허용한데 이어 후반 37분과 45분 마르티네스와 하메스 로드리게스(AS모나코)에게 연속골을 내줘 대패의 굴욕을 안았다.

아시아 챔피언 일본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의욕적이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A매치 5연승을 거두며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일본 축구의 간판스타인 혼다 게이스케(AC밀란)는 “월드컵 4강을 넘어 우승까지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조 편성도 나쁘지 않았다. 콜롬비아, 코트디부아르, 그리스 등 비교적 해볼만한 상대들과 한 조에 속했다. 콜롬비아는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이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의 16강이었고 그리스와 코트디부아르는 월드컵에서 한 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해본 적이 없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던 일본으로선 전혀 꿀릴게 없는 상대였다. 게다가 콜롬비아의 간판 공격수 팔카오가 무릎 인대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좌절되자 일본의 미소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비참했다. 하늘 높은 줄 몰랐던 일본의 콧대는 주저앉다 못해 무너졌다. 월드컵 직전 A매치에서 보여줬던 빠른 스피드와 조직력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공격은 무의미한 패스만 반복할 뿐 날카로움이 없었고 수비는 번번이 상대 공격수에게 공간을 허용했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일본 대표팀 감독이 2차전이 끝난 뒤 “선수들의 발에 브레이크가 달린 것 같았다”라고 지적했을 정도였다. 심리적인 압박도 일본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다. 마지막 콜롬비아전을 앞두고 정신력을 강조했지만 이 역시 소용없었다.

혼다는 콜롬비아전 패배 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분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며 “우리는 어떤 말을 해도 의미가 없는 패자다.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실망만 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주장 하세베 마코토(뉘른부르크) 역시 “우리는 이곳에서 최악의 결과를 냈다”며 “역부족이었다. 우리의 패인은 우리의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고 실패를 인정했다.

자케로니 감독은 “오늘 좋은 경기를 했다”고 스스로 위로했지만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선제골을 넣었어야 했는데 상대의 수비와 역습이 워낙 좋았다. 우리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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