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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더선의 보도와 대한축구협회가 밝힌 내용과 여러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건 전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요르단과 준결승을 앞두고 이강인과 정우영(25·슈투트가르트), 설영우(26·울산) 등 일부 젊은 선수들이 저녁을 일찍 먹고 탁구를 치러 나갔다.
그러자 주장 손흥민이 팀 단합을 위해 중요한 식사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개인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자중하라”고 나무랐다. 후배들의 무례한 태도를 보이자 손흥민이 격분했고 이강인이 주먹을 휘두르면서 사건이 커졌다. 주변 선수들이 이 둘을 뜯어말리는 와중에 손흥민이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다.
특히 이강인이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핵심은‘주먹질’이다. 이강인인 2001년생인 반면 손흥민은 1992년생이다. 둘 사이에는 9살의 차이가 있다. 게다가 손흥민은 대표팀 주장이고 이강인은 막내급이다. 아무리 어릴 때부터 유럽에서 생활해 한국식 ‘선후배 문화’가 익숙치않더라도 9살 형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주먹을 휘둘렀다는 내용에 대해 일부에선 다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손흥민과 이강인 사이에 몸싸움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주먹을 날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당시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이강인이 멱살을 잡힌 상황에서 이를 뿌리치려는 동작은 있었지만 주먹질이라고 보기는 애매하다”며 “당시 몸싸움도 빠르게 마무리 됐다”고 말했다.
이강인 측도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의 글을 올리면서도 주먹을 날렸다는 부분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강인 측 대리인은 15일 성명을 통해 “언론 보도 중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라며 “보도 내용 중 손흥민이 이강인의 목덜미를 잡았을 때 이강인이 손흥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강인이 전날 자신의 SNS에 직접 올린 사과문에도 손흥민과 있었던 마찰을 ‘언쟁’이라고 표현했다. 주먹을 휘두르는 등의 물리적 폭력행위가 있었던 것이 아님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강인이 정말로 주먹을 날렸는지, 아닌지는 보다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같은 상황이라도 보는 입장이나 위치, 생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관계와는 별개로 대표팀 분위기를 흐리게 만들었다는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수로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이강인의 선수인생에 큰 시련이 찾아왔다. 앞으로 국가대표로서 활약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