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영화 '시', 국제적 찬사 vs 국내선 논란 '씁쓸'

장서윤 기자I 2010.05.27 15:50:50
▲ 영화 '시'


[이데일리 SPN 장서윤 기자]63회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시'(감독 이창동)는 올해 칸 경쟁 부문 진출작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한결같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실제로 '시'는 영화전문지가 영화제 기간 중 발간하는 데일리를 비롯, AP통신 등 해외 통신사와 프랑스 현지 언론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버라이어티' 데일리는 "'시'는 잔잔하지만 예민한 아픔을 중심에 놓고 있는 이야기"라며 "이창동 감독이 한국에서 가장 재능있는 작가이자 감독으로 명성을 굳히도록 해 줄 작품"이라고 평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몽드'도 "'시'는 공허한 현실을 바꾸는 대담한 영화"라고 평한 데 이어 여주인공 윤정희를 강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꼽았다.
 
심지어 2007년 칸 영화제 당시 이창동 감독의 전작 '밀양'을 혹평했던 일간지 '니스 마탱' 조차도 "56세의 한 한국 감독을 세계적으로 인정 받게 할 작품"이라며 이 감독에 대한 기존의 평가를 뒤집기도 했다.

함께 경쟁 부문에 진출한 한국 영화 '하녀'가 현지 언론으로부터 혹평과 호평을 오가는 다양한 평가를 받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시'가 정작 국내에서는 여러 논란에 휩싸이며 찬밥 대우를 받고 있어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지난해 마스터영화제작지원 사업에서 이 작품에 0점을 준 사실이 알려진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장관이 "'시'의 칸 영화제 수상은 예의 차원"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와 충격을 안겼다.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사안에 대해 영진위와 문화부는 각각 반박 입장을 취하며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 영화 '시'에 대해 리뷰를 실은 해외 언론

 
영진위는 '시'가 당시 서류 요건인 '시나리오'가 아닌 '트리트먼트'(시나리오의 줄거리 형태)로 제출돼 최종 지원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문화부는 "유 장관은 '시’의 각본상을 예의상 준 것이라 말한 적 없으며, 평가 절하한 적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이 감독은 서류 제출 시 시나리오 형식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담당자의 확인을 받고 트리트먼트로 제출했다"며 "이제 와서 서류요건 미비로 0점을 줬다는 영진위의 해명은 옹색하다"고 비판했다. 또,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확인 결과 총 7명의 기자 중 4명이 '예우차원에서 준 것 같다'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시'를 둘러싼 영진위의 지원사업과 유 장관의 발언 논란은 반박과 재반박이 꼬리를 물며 계속돼 무척 씁쓸한 모양새다. 사건의 진위가 어찌됐든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영화가 정작 감독의 고국인 한국에서는 폄하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이른바 '0점 논란' 등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시'가 작품으로서 관객들에게 평가받기 전에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제스처로 읽힌다.

'시'는 오는 8월 프랑스 개봉에 이어 10월에는 미국 관객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적지 않은 화제가 되고 있는 '시'가 이 감독의 바람대로 온전히 작품으로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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