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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놓고 대한축구협회의 고심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조광래 경남FC 감독이 '포스트 허정무' 0순위로 급부상해 실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사정에 밝은 모 축구계 인사는 19일 오전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최근 대표팀 사령탑 후보군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조광래 감독을 높은 순위에 올려놓았다"면서 "최근 축구협회 측이 조 감독에게 연락을 취해 지도자 자신의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기술위원회는 12명 안팎의 국내 지도자들 중 허정무 전 감독의 후임을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우선적으로 거론되던 인물들이 하나 같이 고사의 뜻을 밝혀 선정작업에 난항을 겪어 왔다.
이 와중에 조광래 감독만큼은 대표팀 지휘봉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않았고, 이런 부분이 조 감독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모아지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조광래호 출범, 명분-실리 겸비
조광래 감독이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발탁된다면, 이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하는 일석이조의 결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조광래 발탁'은 축구계가 하나로 모아지는 첫 단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간 우리 축구계는 축구협회 집행부를 일컫는 '주류'와 재야단체를 의미하는 '비주류'로 나눠 감정싸움을 지속해왔다.
축구협회장 선거 당시 조중연 현 회장의 반대편에 선 바 있는 '비주류' 조 감독이 '주류의 요직'이랄 수 있는 축구대표팀을 맡을 경우, 조광래 감독은 '축구계 통합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대표팀 전력 유지 및 강화'라는 화두를 놓고 봐도 조 감독의 발탁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경남에서 신인과 무명 위주의 선수들을 조련해 K리그 정상급 팀으로 길러놓은 특유의 지도력이 A팀에서도 빛을 발할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이다.
특히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주영(AS모나코), 이청용(볼튼 원더러스) 등 대표팀의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는 선수들 중 다수가 조광래 감독과 두터운 정을 나누고 있다는 점에서 감독 교체에 따른 부작용 또한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원활한 공조 여부가 변수
걱정스러운 부분은 조광래호가 축구협회와 원활한 공조 체제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지의 여부다.
만약 현 축구협회 집행부와 '코드'가 다른 조 감독이 선수 선발 과정에서 기술위원회와 마찰을 빚거나, 선수단 지원 방식에 대해 협회 측과 이견을 보일 경우 대표팀 분위기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명성과 지도력을 두루 겸비한 조광래 감독에 대해 기술위원회가 선뜻 계약서를 내밀지 못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 서로 다른 두 개의 노선이 합쳐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