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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아웅산·KAL기·천안함 그리고 예능

김용운 기자I 2010.04.23 20:24:59
▲ 지난 3월26일 침몰한 천안함과 '개그콘서트' 결방을 알리는 홈페이지 공지문(천안함 사진=국방부)


[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1983년 10월15일 토요일. KBS 2TV는 10월 셋째 주 '가요톱10'을 방영했다. '가요톱10'이 방영된 이후에는 예능프로그램 '청춘행진곡'이 방영됐다. 16일 오후에는 '쇼 일요특급'이 전파를 탔다. 1TV의 '100분쇼'와 '전국노래자랑'도 15일과 16일 각각 정상 방송됐다.

후에 북한 소행으로 밝혀진 아웅산 테러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 뒤였다. 그해 10월9일 아웅산 테러사건으로 당시 서석준 부총리를 포함한 수행원 16명이 순직하고 1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1987년 12월5일 토요일. KBS 2TV에서 '유머 1번지'가 방영됐다. 6일에는 '쇼 스튜디오 A'도 탈 없이 전파를 탔다. 1TV는 5일 오후 가수의 날을 맞아 '특집 쇼'를 선보였다. 다음 날 '전국노래자랑'도 시청자들을 만났다.

인도양 상공에서 한국인 탑승객 115명 전원이 사망한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이 발생한 날은 같은 해 11월29일이었다.

1995년 7월8일 토요일. KBS 2TV는 '도전 주부가요스타'와 '가요톱10 상반기 결산' 및 '출발 토요대행진'을 방영했다. 1TV에서는 가수 김창완이 출연한 '빅쇼'가 방영됐다. 이튿날인 9일 2TV '슈퍼선데이'와 1TV '열린음악회'도 정상적으로 방영됐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풍백화점이 붕괴한 날은 같은 해 6월29일이었다. 사망자 501명, 부상자 937명, 실종된 사람은 6명에 이른 대참사였다. 삼풍백화점이 붕괴 된 이후 생존자를 구하기 위한 수색작업은 2주일가량 계속됐다.

2010년 4월 23일. KBS는 4월 마지막 주말인 24일과 25일 방영예정이던 주요 예능프로그램의 결방 및 대체편성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뮤직뱅크'와 '해피선데이', '개그콘서트' 등이 또다시 방영되지 않는다.

결방 이유는 가요 및 예능프로그램이 지난 3월26일 서해 백령도 인근해상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희생자들의 추모 분위기 조성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뮤직뱅크'는 4주 연속, '개그콘서트'는 5주 연속 시청자들을 만나지 못하게 됐다.

국가적으로 큰 참사가 발생했을 때 이에 따른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과거 천안함 사태와 같은 국가적 참사가 일어난 상황을 되돌아 봤을 때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모습은 분명 지금과 달랐다.

KBS 예능제작국의 한 관계자는 예능프로그램의 장기 결방에 따른 의견을 묻자 “벙어리 냉가슴”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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