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부터 시작된 비가 대회 종료 시까지 멈추지 않았지만, 대회장인 후난국제전시센터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총 좌석 7000석을 관중들이 모두 채워졌다.
▲ 김수철과 아오르꺼러, 간절했던 승리만큼 뜨거운 눈물
‘아시아 밴텀급 1위’ 김수철(25.팀포스)과 ‘중국 헤비급 기대주’ 아오르꺼러(21.중국)다.
김수철은 ‘중국 경량급 최강’ 주마비에커 투얼쉰(30)과의경기에서 승리, 8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지난 2년 5개월로 말론 산드로, 마커스 브리매지 같은 실력 있는 파이터들이 나섰지만 김수철의 무패를 막지 못했다.
김수철은 케이지 위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하이킥과 미들킥을 고루 사용하며 상대에게 데미지를 줬다. 펀치로도 상대 수비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김수철의 공격에 주마비에커 투얼쉰은 무너져갔다. 경기가 시작한 후 불과 1분 40초 정도 만에 공격 의지를 잃었다.
승부는 곧이어 갈렸다. 김수철의 연이은 바디 공격에 주마비에커 투얼쉰이 케이지에 누웠다. 이 찬스를 놓치지 않은 김수철이 파운딩을 퍼부어 대결의 마무리를 지었다. 김수철이 주마비에커 투얼쉰을 꺾는데 필요한 시간은 1라운드 1분 53초였다.
경기가 끝난 후의 김수철은 평소와 달랐다. 고개를 저으며 자책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다. 백스테이지로 이동해 메디컬 체크를 받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김수철의 눈에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김수철은 “지난 두 경기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나는 더 이상 발전하기 힘든 건가?’라며 내 자신을 의심하기도 들었다. 이번 경기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오늘 경기 같은 승리가 정말 간절했다. 관장님 말씀이 전부 맞았다. 관장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아오르꺼러도 눈물을 흘렸다. 아오르꺼러는 경기 전부터 밥 샙(43.미국)의 도발과 싸워야했다. 밥 샙의 도발에 아오르꺼러는 모든 신경을 경기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아오르꺼러는 마음을 다잡고, 훈련하고 또 훈련했다.
케이지 위에서의 아오르꺼러는 조금은 다른 모습이었다. 이례적으로 킥을 많이 시도하며 밥 샙의 중심을 흔들었다. 펀치로는 밥 샙의 안면을 끊임없이 노리며 위협을 줬다. 아오르꺼러의 매서운 공격에 밥 샙은 고개를 숙이며 필사적으로 방어했다. 결국 밥 샙은 왼손 훅 정타를 허용하며 쓰러졌다. 밥 샙이 넘어지자 아오르꺼러는 파운딩 공격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가 끝나자 아오르꺼러는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 잠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흥분한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해 케이지 안을 방황하며 돌아다녔다.
경기가 끝난 후 아오르꺼러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이번 경기는 솔직히 이길 수 있을지 몰랐다. 승리했다는 생각에 흥분했고, 행복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소중한 기회를 준 로드FC에게 감사하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 이예지와 린 허친, 여성부 격투 아이돌 대결 승리
이번 대회는 특별하게 2개의 여성부 경기가 열렸다. 2부 제 2경기에서 ‘여고생 파이터’ 이예지(17.TEAM J)와 하나 다테(19.일본)?, 제 4경기에서는 ‘중국 격투 여동생’ 린 허친(23.중국)과 노리 다테(18.일본)가 맞붙었다.
린 허친보다 먼저 경기에 나선 이예지는 지난 3월 XIAOMI ROAD FC 029에서 감격의 첫 승을 거둔데 이어 또다시 승리해 2연승을 기록했다. 경기 초반부터 신중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1라운드에 한 번, 2라운드에 한 번. 이예지는 총 두 번의 암바로 하나 다테를 위기에 빠뜨렸다.
이예지는 판정 결과 2:0의 성적표를 받아 하나 다테를 물리쳤다.
이예지는 그동안의 경기들과 다르게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이예지는 “훈련을 하다가 발목에 부상을 입었다. 발목이 불안한 상태에서 킥 공격을 하기 쉽지 않았다. 펀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가 킥을 위주로 견제하면서 공격하는 거리가 잡히지 않았다. 적극적인 경기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 자기 관리를 못한 내 잘못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린 허친은 중국에서 치른 로드FC 데뷔전에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에 승리로 대답했다. 독특한 기본 자세로 압박하는 노리 다테의 모습에 화끈한 공격은 선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킥과 펀치로 노리 다테의 허점을 노리는 공격으로 점수를 얻으며 3: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챙겼다.
경기 후 린 허친은 “중국을 대표해 출전하게 돼 영광이었다. 경기가 결정되고 난 뒤 많은 훈련들을 견디고, 또 견뎠다. 열심히 훈련한 결과가 승리로 이어졌다. 이겨서 기쁘고,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속 출전하고 싶고, 더 강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판정승을 거둔 이예지와 린 허친은 경기 후 백스테이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트로피에 키스를 하는 똑같은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 오두석·이형석·곽병인, 아쉬운 패배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 ‘킥복싱 세계 챔피언’ 오두석(33.팀 타이혼)과 ‘공무원 파이터’ 이형석(29.팀 혼), 심판에서 현역으로 복귀한 곽병인(40.미스터킥복싱)이 패배의 쓴맛을 봤다.
오두석은 신중한 모습으로 경기에 임했다. 차분히 기회를 노렸고, 빈틈이 보일 때만 빠르게 상대에게 돌진했다. 테이크다운도 하는 등 발전된 모습도 분명히 보였다. 하지만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데뷔전과 마찬가지로 큰 펀치를 허용해 넘어졌고, 심판 전원일치 판정패로 고개 숙였다.
약 2년 만에 케이지에 오른 이형석은 여러 사유로 경제적 문제에 직면해 선수생활을 잠시 포기했었다. 꾸준한 출전으로 ‘공무원 파이터’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와 어울리지 않는 행보였다. 그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 공무원을 선택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케이지로 돌아왔다. 파이터의 삶을 잊지 못했기 때문. 중국의 알버트 쳉(31)과 싸우며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하길 원했다. 표정에도 비장함이 묻어 있는 등 간절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승리의 여신은 이형석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형석이 받아든 것은 판정패였다.
2부 1경기를 장식한 곽병인도 마찬가지였다. 곽병인은 심판에서 현역으로 케이지에 오른 케이스. 곽병인은 계체량 행사에서 상대와 몸싸움을 벌이는 등 단단히 독이 올라있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다소 허무하게 패했다. 상대에게 테이크 다운을 허용해 케이지 구석에 몰린 뒤 일어나지 못하며 안면에 펀치를 수없이 허용했다. 끈질기게 버텨내며 반전을 노렸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과는 1라운드 2분 16초 만에 TKO패. 승리를 장담하던 곽병인은 그렇게 케이지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