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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 기자] MBC 월화드라마 `동이`(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 김상협)가 12일 60회로 종영했다.
`동이`는 천민 출신으로 궁에 들어가 조선 19대 왕 숙종의 후궁이 되고 21대 왕 영조가 되는 연잉군을 낳은 숙빈 최씨 동이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로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최종회 시청률은 24.3%를 기록했다. MBC의 유일한 시청률 20%대 드라마였고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로 안방극장에서 퇴장했다.
`동이`는 이 같은 시청률 적인 의미 외에도 역사의 재해석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동이`는 역사에 묻혀있던 숙빈 최씨의 존재를 끄집어내고 부각시켰다. 조선 후기 중흥을 이끈 영조의 어머니이면서도 역사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숙빈 최씨는 역사적으로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숙빈 최씨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낸 이 드라마를 통해 동이는 정권 장악을 위한 궐내 암투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의를 지키며 천민을 돕는 데도 힘을 쏟은 인물로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게 됐다.
뿐만 아니라 `동이`는 숙종의 후궁으로 사약을 받고 최후를 맞은 희빈 장씨에 대한 재해석도 했다. 과거 드라마들에서 희빈 장씨는 숙종의 정실인 인현왕후에 대한 질투와 권력 장악을 위해 거처에 신당을 차려놓고 인현왕후를 저주한 사실이 드러나 사약을 받은 것으로 묘사됐다. 이 사약마저도 거부하다 강제로 사약을 삼키게 되는 장면은 과거 희빈 장씨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히기도 했다. `동이`의 연출자 이병훈 PD도 과거 `조선왕조 500년`에서 희빈 장씨를 이 같이 그렸다.
그러나 `동이`에서 희빈 장씨는 기품이 있고 임금과 정책을 논의할 정도로 똑똑한 인물로 설정됐다.
이병훈 PD는 “그렇게 영민한 여자가 질투에 눈이 멀어 인현왕후를 죽게 해달라고 무당을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희빈 장씨는 숙빈 최씨 동이가 낳은 연잉군(영조)보다 못한 아들(경종)을 왕세자로 책봉하고 싶어 그렇게 독해졌을 것이라고 추론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역사는 당시 권력을 잡은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기술되기도 한 만큼 권력싸움에서 패한 희빈 장씨에 대한 묘사 역시 마찬가지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동이`에서 희빈 장씨는 마지막 사약을 받을 때도 임금에게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보아달라고 부탁한 뒤 의연하면서 비장하게 최후를 맞았다.
왕에 대한 묘사도 `동이`의 새로운 시도였다. 기존 사극에서 왕은 주로 근엄한 캐릭터였지만 `동이`에서 숙종은 궁녀에게 손을 흔들고 틈만 나면 궐 밖으로 돌아다니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깨방정`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였다.
이병훈 PD는 “숙종은 카리스마 넘치는 절대군주였다. 14세에 즉위했음에도 조선 임금 중 유일하게 수렴청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통치를 했을 정도”라며 “카리스마가 있었으니 중신들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행동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수많은 임금들이 모두 근엄하기만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고 숙종 캐릭터 설정 이유를 밝혔다.
과거 `조선왕조 500년`에서 숙종은 여인들의 치마폭에 싸여 인현왕후를 폐위하고 희빈 장씨를 왕비로 책봉했다가 다시 인현왕후를 복위시키는 인물이었지만 `동이`에서는 달랐다.
물론 `동이`에서 그려진 동이와 숙종, 희빈 장씨의 모습이 실제와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조선왕조 500년`의 묘사로 후대에 좋지 않은 기억으로만 남을 수도 있었던 선조들에 대한 이병훈 PD 멋들어진 사죄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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