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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지현이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고운 얼굴에서 여진족 소녀를 찾을 수 없었다. 뽀얀 피부에 때 칠을 하고 꼬박 4개월을 보냈다. 그럼에도 “추위 말곤 힘든 기억이 없었”다. 그만큼 6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드라마 ‘대군’은 그에게 소중한 시간이었다.
‘대군’에서 손지현은 여진족 혼혈아 루시개 역을 맡았다. 생존을 위해 짐승에 가까운 본능으로 가까스로 버티던 그는 조선에서 온 휘(윤시윤 분)를 만난다. 휘와 인연으로 그의 호위무사가 돼 조선으로 함께 돌아온다. 사극이란 장르를 뛰어넘어 루시개는 특별한 캐릭터였다. 액션, 승마, 만주어란 과제가 있었다. 남자배우 못지않은 액션과 승마 실력을 갖추고자 3개월 전부터 액션스쿨을 다녔고, 만주어 선생님에게 과외도 받았다. 이 같은 노력은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루시개의 매력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기질이었다. 이를 표현하고자 송중기 주연의 영화 ‘늑대소년’을 참고했다. 상궁이 엿으로 루시개를 길들이거나, 휘가 대신 코를 풀어주는 장면 등 코믹신도 꽤 많았다. 촬영을 준비하며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구체적인 지문 덕분에 머리속에 정확하게 그려져” 연기에 큰 도움이 됐다.
“분장이 간단했어요. 머리는 질끈 묶고, 때 칠도 막 발랐어요. (웃음) 가채 보다 훨씬 시간이 덜 걸렸죠. 예뻐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니 행복했어요. 카메라 앞에서 그런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에요. 자유로웠어요.”
극 흐름과 함께 외양적인 변화도 줄 예정이었다. “예뻐져야 할 이유가 없다”는 손지현의 의견을 참고해 ‘때 칠 유지’를 결정했다. 대망의 ‘목욕신’은 씻기를 거부하는 루시개의 코믹신으로 그려졌다. 현장에서 예쁜 한복을 보며 부러움도 느꼈지만 잠시였다. “역할 바꿔보자”는 농담에 “절대 안된다”고 할 만큼 루시개에 흠뻑 빠져 살았다.
처음 해보는 액션은 잘 맞았다. 무용과 출신으로 유연함은 타고났다. 무엇보다 “강해지는 기분이 들어” 재미있었다. 합을 맞추고 동작을 외우는 데도 자신 있었다. “하다보니 근육이 생겼다”는 그는 “어느 날 (윤)시윤 오빠가 어깨를 잡더니 (근육 때문에) 놀라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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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손지현은 걸그룹 포미닛 멤버로 연예계 데뷔했다. 2년 전까지 남지현(본명)이란 이름으로 무대를 누볐다. 2016년 포미닛 해체와 함께 배우로 전향했다. 사람들의 삶이 궁금해졌고, 다양한 삶을 경험하고 싶어 택한 연기였다. 물론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도 있었다.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너무 어렸기 때문에 자신을 지켜내지 못한 순간”도 있었다. 그런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그때보다 단단해졌다. “힘들 땐 산을 찾아 흙냄새를 맡고 책을 사 모았다”고 웃었다. 덕분에 배우로 차근차근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는 “현장에서 조금씩 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커리어 우먼이나 변호사처럼 전문직 역할이나 청춘물을 해보고 싶어요. 사극을 또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결국 다 하고 싶다는 이야기죠. 하하. 아무쪼록 건강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중에게 튼튼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배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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