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잊혀진 계절’의 작곡가 이범희씨가 과거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 수상작들을 ‘대필 작곡’했다고 고백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범희씨는 17일 방송된 경인방송 써니FM ‘백영규의 가고 싶은 마을’의 ‘그 작곡가, 그 작사가’ 코너에 출연해 1986년 대학가요제 금상 수상곡인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고요’와 1985년 강변가요제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박미경의 ‘민들레 홀씨되어’를 자신이 작곡했다고 밝혔다.
‘첫눈이 온다고요’의 작곡가는 이정석, ‘민들레 홀씨되어’의 작곡가는 김정신으로 돼 있다.
대학가요제와 지금은 폐지된 강변가요제는 수상자들이 가수 데뷔를 할 수 있는 신인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가요제로 아마추어들이 작사, 작곡을 한 노래를 아마추어들이 부르는 무대였다.
그럼에도 ‘프로’라 할 수 있는 작곡가가 곡을 써준 것은 분명 해당 가요제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20년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첫눈이 온다고요’나 ‘민들레 홀씨되어’가 없었다면 이정석과 박미경의 당시 가요제 수상여부는 달라질 수 있었던 만큼 이들의 데뷔에 대한 당위성, 도덕성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수상으로 원칙에 따라 아마추어 작곡가의 곡을 들고 나왔다가 수상 및 데뷔 기회를 잃은 사람들도 분명 있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범희씨는 당시 방송에서 “당시 가요제의 수준을 조금이나마 높이고자하는 이유에서 이렇게 프로 작곡가가 대학가요제 출전자에게 곡을 주는 것이 암암리에 이뤄졌다. 대필 작곡을 해준 작곡가는 심사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말은 당시 가요제 주최측에서도 프로 작곡가의 대필 작곡을 묵인했다는 뜻이다. 결국 당시 가요제들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한다.
물론 요즘은 아마추어라도 수준 높은 곡들을 작곡하고 프로 못지않은 노래실력을 지닌 아마추어 가수들도 많다. 또 지난해 대학가요제에서는 드라마 OST 제작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자격을 박탈당하는 지원자가 생긴 것을 비롯해 자격심사도 까다롭게 진행되는 등 과거와 상황은 달라졌다.
하지만 이범희씨의 고백으로 과거 대학가요제 및 강변가요제 출신 가수들은 한번 쯤 의심의 시선을 받게 될 전망이다.
▶ 관련기사 ◀
☞개성 상실, 상업화 논란 '대학가요제'...젊은이들 독창성 돋보이던 그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