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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테마록]WBC 대표팀의 긍정적 요소만 살펴보면...

정철우 기자I 2009.02.16 11:36:28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여전히 짙은 안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찬호 이승엽 김동주 등 주축 선수들이 빠지며 힘겹게 출발하는 가 싶더니 전지훈련을 앞두고는 김병현마저 석연찮은 이유로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여기에 박진만도 어깨 부상 탓에 대회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마디로 악재의 연속이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름값에선 1회 대회보다 밀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운까지 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력으로 해봐야지 별 수 있냐"는 김인식 대표팀 감독의 말은 그냥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정신력? 패기+자신감+예방주사
2기 WBC 대표팀의 가장 큰 장점은 '젊음'이다.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으로 이어지는 에이스 3인방은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채 4년이 안되는 젊고도 젊은 피다.
 
메이저리거라고는 TV나 컴퓨터 게임에서나 접해 본 것이 전부인 선수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미 한국 프로야구를 접수한 패기가 세계무대에서 통하지 말란 법은 없다.
 
괜한 배짱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 프로야구의 정상급 선수들을 넉다운 시킨 경험이 있다. 올림픽 전승 우승으로 고취된 자신감은 대표팀 젊은 어깨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예방주사를 맞아둔 것도 든든한 구석이다. 현실적으로 한국 대표팀의 1차 목표는 아시아 예선 통과다. 그 길엔 일본보다 우선 대회 첫 상대인 대만이 걸림돌이다. 우선 대만을 넘어놓아야 그 다음 목표를 향한 전진이 가능하다.
 
한국 야구는 2000년 이후 대만을 상대로 두차례 뼈아픈 패배를 경험했다. 2003년 삿포로에서 열린 아테네 올림픽 예선과 2007년 도하 아시안게임이 그랬다.
 
고무적인 것은 이후 승부에선 대만을 모두 잡았다는 것이다. 올림픽 예선 패배 후엔 2006년 1회 WBC에서 대만을 잡았고 아시안 게임서 진 뒤엔 베이징 올림픽 예선과 본선에서 대만을 모두 꺾었다.
 
이번 WBC에서는 대만 전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만 대표팀 역시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자칫 방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또 한차례 예방주사를 맞아 두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시리즈서 한국 대표로 나선 SK가 대만 대표였던 퉁이 라이온스에 대패한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당시 선발출장하진 못했지만 SK 주전 포수인 박경완이 대표팀 안방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든든한 이유다. 박경완은 전훈 출국 전 "대만 멤버가 약해졌다해도 파워가 뛰어난 팀인만큼 절대 방심해선 안된다"는 각오를 다진 바 있다.
 
▲WBC 맞춤형 스케줄
얼마 전 미국 스포츠전문 채널인 ESPN은 WBC에 참가하는 국가 중 한국 선발투수진 랭킹을 2위에 올려 놓았다. 1위는 일본.
 
메이저리거들이 나서는 미국이나 도미니카 등보다도 우위에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 속에 나온 결론이었다.
 
전문가들이 한국과 일본 투수들의 기량을 높게 평가한 이유가 중요하다. ESPN은 "한국과 일본 투수들은 3월이면 이미 정상 페이스에 올라 있다. 메이저리거들의 훈련 페이스보다 훨씬 빠른 시기"라고 설명했다.
 
한국 투수들, 특히 대표팀에 뽑힐만한 특급 선수들도 4월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한다. 메이저리거들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훈련량 자체가 월등히 많다. 이미 불펜 피칭을 끝내고 실전 훈련에 돌입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두는 것이 보통이다. 여기에 'WBC를 위한 준비'라는 명제가 더해지면 더욱 강도가 세진다.
 
1회 대회 당시 미국에서 뛰고 있던 봉중근은 "한국 투수들은 공을 정말 많이 던진다. 미국 선수들보다 훨씬 많이 던지고도 훈련량이 부족하다고 고민하더라"고 말한 바 있다.
 
'3월 대회'가 가져다주는 시차는 전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1회 대회 주역 중 하나인 김민재(한화)는 "다시 미국과 붙어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단 3월에 대회가 열리다보니 메이저리거들의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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