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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테마록]외국인 선수, 트랜드가 변했다

정철우 기자I 2010.01.29 13:27:07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한국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가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 1998년이었다. 가장 큰 목표는 팀별 전력 평준화와 선진 기술 습득. 13년이 지난 지금, 한국 프로야구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제 한국 프로야구의 외국인선수 역사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 어지간한 선수로는 통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초창기 외국인 선수는 마이너리그 트리플 A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선수면 만사 OK였다. 그러나 이제 그 정도로는 어림 없다. 한국 야구의 성장은 외국인 선수를 뽑는 기준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2010시즌 8개 팀의 외국인선수 영입 형태를 살펴보면 그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 SK 글로버

 
▲적응력이 우선
한때 외국인 선수에 대해 이런 농담이 정설로 통한 적이 있었다. "착한 선수 순서대로 집에 간다."
 
성격 좋고 적응에 애쓰는 선수일 수록 기량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스포츠 신문 기사에 기량 외적인 부분으로 더 많은 기사 거리를 제공하는 선수들이 여기에 속했다.
 
두산 스카우트 팀장으로 1998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구경백 OBS 해설위원은 "실력이 좀 떨어지는 선수일 수록 구단 직원들에게 잘 보이려 애썼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야구 좀 하는 선수들은 실생활에선 별반 인기를 끌지 못했다. 팀 미팅에는 참석하지 않거나 단체 훈련에서 예외를 요구하는 등 특별 대우를 원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2001년 삼성에서 잠시 뛰었던 투수 갈베스가 대표적인 예였다. 그는 웃돈까지 요구해 분란을 낳기도 했다.
 
실력이 워낙 빼어난 탓에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용병'이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 팀원으로서 보다는 승리의 도구로서만 이용됐던 셈이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어지간한 실력으론 한국 무대에서 통할 수 없다. 한국 야구를 인정하고 하나로 녹아드려는 선수들이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의 대표 포수 박경완은 "메이저리그서도 한 몫 했다는 투수들의 공도 받아봤다. 그러나 그런 선수도 한국 야구를 인정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했다. 새로 가세하는 선수들에게 그 말을 꼭 해준다"고 말했다.
 
가도쿠라(SK) 크루세타(삼성)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팀과 하나되려는 노력이 더 큰 평가를 받으며 재계약에 성공할 수 있었다.
 
SK 글로버는 빼어난 실력은 물론 불펜 투구까지 자원하는 희생 정신을 발휘, 팀으로부터 극진한 예우를 받고 있다. 
 
▲ KIA 로페즈 (사진 오른쪽)

▲몸쪽에 주목하라
몸쪽 승부는 투수에게 가장 절실한 요소다. 몸쪽 승부를 안하고도 0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던 '전설의 선동렬(현 삼성 감독)' 처럼 특이한 경우도 있지만 몸쪽을 던지지 못하는 투수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외국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들에겐 좀 더 중요한 임무가 주어져 있다. 직구처럼 오다가 마지막 순간에 변화를 일으키는 공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싱킹 패스트볼, 혹은 투심 구사 능력이 외국인 선수를 뽑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최고의 성과를 올린 로페즈(KIA)역시 싱킹 패스트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한국 타자들은 아직 우투수가 던진 오른쪽으로 휘는 공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타자의 경우 몸쪽 존에서의 변화에 취약점이 많다.
 
'몸쪽=직구'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2007시즌 MVP 리오스 역시 투심 패스트볼이 제대로 손에 익으며 언히터블 투수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었다. 리오스의 땅볼 유도 능력은 그의 이닝 이터 본능의 디딤돌이었다.
 
▲덩치가 중요해
한때 맞춤형 선수들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발이 빠르거나 수비가 좋은 특화된 외국인 선수들이 주요 스카우트 대상이 됐었다.
 
그러나 이제는 덩치 큰 선수들이 대세다. 이 역시 우리 야구 수준의 향상과 궤적을 같이 한다.
 
발야구는 이미 세계 무대에서 가장 큰 무기가 됐을 만큼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빼어나다. 수비 역시 뒤지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의 가장 큰 잣대는 역시 힘이다.
 
2010시즌 외국인 선수 16명 중 신장이 180cm를 넘지 않는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190cm가 넘는 선수도 무려 8명이나 된다.
 
경험에서 얻은 변화다. 일단 큰 선수는 상대를 위압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통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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