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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 기자] ‘하모니’와 ‘식객2’는 중견 연기자의 힘이 돋보이는 영화다.
‘하모니’는 나문희, ‘식객2’는 이보희와 최종원이 각각 다른 젊은 출연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하모니’에서 나문희는 주연 중 한명인 사형수 김문옥 역을 맡았다. 김문옥은 살인으로 사형을 언도받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인물이다. 아들과 딸에게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멍에를 씌웠다며 평생을 죄책감에 살아가고 자신을 원망하며 답장도 쓰지 않는 딸에게 꼬박꼬박 편지를 쓰는 어머니가 김문옥이다.
김문옥은 음대 교수 출신을 교도소 내 합창단의 지휘를 제안 받지만 음악은 맑은 영혼에서 나온다며 사형수인 자신은 자격미달이라고 거절하다 홍정혜(김윤진 분)의 끈질긴 설득에 수락을 한다. 영화 속 합창단의 큰 어른이자 중심이 김문옥이고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것도 김문옥이다.
나문희는 이 역할을 맡아 살인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자식에게는 한없는 사랑을 주는 연기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촬영장에서도 나문희는 다른 출연진의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홍정혜 역을 맡은 김윤진은 “마지막 공연을 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아이의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는 데 감정이 울컥했다. 그때 지휘를 하고 있는 나문희 선생님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고 나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며 “정말 어머니 같았다”고 말했다.
‘식객2’에서 이보희는 춘양각의 주인으로 배장은(김정은 분)의 친모이자 성찬(진구 분)을 어린 시절부터 키운 어머니 같은 존재인 수향 역을 맡았다. 최종원은 음식과 여자를 섭렵하며 살다 수향에게 반해 40여년을 춘양각에서 집사처럼 살아온 자운 역으로 출연한다.
이 영화의 중심은 성찬과 배장은이고 수향과 자운은 어디까지나 조연이다. 그러나 수향은 어쩔 수 없었던 딸의 상처를 어떻게든 보듬어주려 하고 한없는 내리사랑을 보여준다. ‘하모니’의 김문옥과 같은 인물이다. 수향은 성찬과 배장은이 김치대결에서 맞붙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스토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자운은 성찬이 모성애를 깨달아가는 데 실마리를 제공하고 동네 재개발 동의를 받기 위해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이병준 일당을 상대하는 장면에서는 소소한 재미도 준다. 역할의 크고 작음을 떠나 자운의 존재가 ‘식객2’에 더욱 풍성한 재미를 주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