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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고딩 좀비 퇴치물 '지금 우리 학교는', 세계가 반한 비결은?

김보영 기자I 2022.02.03 10:56:40

54개국 1위 휩쓸어…3일 만에 1억 2479만 시청 시간
가디언 "학교 배경, 고등학생 주인공 영리한 조치"
"다양한 인간군상·사회문제 제시…늘어지는 건 아쉬워"
"좀비 강국에 뒤지지 않는 액션…'절비' 설정 참신"

(사진=넷플릭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이 한국 괴물 시리즈는 세계를 뒤흔드는 불길한 실존주의를 그린 최고의 작품 중 하나다.” (영국 가디언)

지난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All of Us are Dead, 이하 ‘지우학’)이 지난해 세계 최고 넷플릭스 인기작에 등극한 ‘오징어 게임’을 방불케 할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도 있지만, ‘좀비 강국’이라 불리는 서구권 국가에서 특히 극찬 세례가 잇따르는 점이 눈에 띈다.

공개 5일 만에 54개국 1위…비영어권 정상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스트리밍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우학’은 공개 하루 만인 지난 29일 25개국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전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이후 44개국, 46개국, 54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한국 시리즈 중에선 ‘오징어 게임’, ‘지옥’을 이어 세 번째로 세계 랭킹 정상에 오른 작품이 됐다.

‘지우학’은 전날인 2일 기준 54개국에서 1위, 91개국에서 톱 10위권을 유지 중이다. 현재 1위를 기록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독일, 호주, 프랑스, 일본 등이다. 넷플릭스의 본진으로 불리는 미국과 영국에서도 2위로 상승해 1위를 넘보고 있다.

넷플릭스 톱10 공식 웹사이트에서도 TV쇼 비영어 부문 정상에 등극했다. 넷플릭스가 지난 1월 24일부터 1월 30일까지 집계한 결과에 의하면 ‘지우학’은 28일 공개된 후 사흘 만에 총 1억 2479만 시간을 기록했다. 이는 현재 영어권 국가 TV쇼 1위를 차지한 ‘그 여자의 집 건너편 창가에 웬 소녀가 있다’(4008만 시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미국의 드라마, 영화 정보모음 사이트인 IMDB 점수 및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도 높다. ‘지우학’은 IMDB 점수 10점 만점에 7.7점을,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에서 가장 높은 100%를 기록했다.

지난 2009년 주동근 작가가 쓴 동명의 원작 웹툰을 영상으로 구현한 ‘지우학’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에 고립된 고등학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를 비롯해 영화 ‘역린’ ‘완벽한 타인’ 등 흥행작을 만든 이재규 감독이 연출을 맡고, 드라마 ‘추노’ 영화 ‘7급 공무원’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을 집필한 천성일 작가가 극본을 맡아 의기투합했다. ‘오징어 게임’ 열풍 이후 구독자 수 정체기를 맞은 넷플릭스가 2022년 맨 처음 선보이는 회심작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동시에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이유미, 임재혁 등 주연 배우 6인이 대부분 어리고 대중에게 익숙지 않은 신예들인 만큼 흥행에 불리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았다.

(사진=넷플릭스 톱10 공식 사이트 홈페이지)
“학교 배경, 고등학생 주인공 영리한 조치”

이는 기우에 그쳤다. 아시아는 물론 ‘좀비 강국’으로 불리는 미국, 영국의 외신들까지 호평을 보내고 있다. 미국의 유력 연예매체인 버라이어티는 ‘지우학’을 ‘오징어 게임’에 견주며 “‘오징어 게임’처럼 악몽같은 공간적 배경을 최대로 활용해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아찔한 효과를 선사한다”고 극찬했다. 이어 “도서관 책장 위에서 마주하는 청산(윤찬영 분)과 귀남(유인수 분), 복도를 따라 팽팽히 내달리는 각종 미션, 강당을 안전히 가로지르면서도 이내 미친 듯이 질주하는 장면 등이 특별함과 평범함을 넘나드는 스릴감을 선사한다”고도 덧붙였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한국의 좀비쇼가 당신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표현했고, 다른 외신들도 “최근 몇 년 간 본 좀비 이야기 중 최고”(BUT WHY THO?), “고등학교 좀비 이야기에서 기대하는 모든 것 그 이상”(인디와이어), “최근 K드라마 중 가장 소름끼치는 오프닝”(NME) 등 찬사를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학교’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사투, 강력한 피지컬과 무기로 좀비를 소탕하던 기존 히어로형 액션과 달리 평범하고 어린 10대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 등을 차별점으로 꼽는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총과 칼 대신 의자와 책상, 빗자루, 대걸레, 양궁부 활, 책꽂이 등 익숙한 학교의 지형지물을 기발하게 활용해 좀비에 맞서는 점이 해외에선 흥미롭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가디언은 “드라마 자체는 전형적인 좀비 발생 서사를 지녔지만 배경과 인물로 신선함을 줬다”며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매우 영리한 조치”라고 평했다. 또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대유행도 좀비와 비슷한 존재”라며 “유행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들의 상황과 현실이 극의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한 영화,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특별한 항체를 지녀 좀비에 전염되지 않는 인물은 다른 좀비물에도 흔히 있는 설정인데 바이러스 변이로 절반은 좀비, 절반은 인간인 ‘절비’란 설정을 내세운 건 상당히 참신했다”며 “다른 작품보다 좀비들의 다양성과 개성이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학생, 선생님, 형사들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제시하고 학교폭력과 성폭행, 빈부격차, 재난 상황 등 사회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12부작이라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라는 아쉬움도 덧붙였다. 주요 등장인물 서사가 청산과 온조(박지후 분) 일행, 양궁부 팀, 귀남과 은지(오혜수 분), 형사(이규형 분), 바이러스를 만든 과학 선생(김병철 분), 온조의 아빠(전배수 분) 등 너무 많아 지닌 한계라는 분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해외 작품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수위와 스릴감 넘치는 연출도 높이 평가한다”며 “급식실, 도서관 등을 배경으로 보여진 원테이크 액션 장면은 작품의 백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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