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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최동훈 감독 "전지현, 참 멋있는 여배우"(인터뷰)

박미애 기자I 2015.07.24 09:50:47
‘도둑들’ 이후 3년만에 ‘암살’을 선보인 최동훈 감독(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는 드물다. 흥행이 어려워서다. 한국영화뿐 아니라 할리우드영화도 마찬가지다. 배우 케이트 블란쳇은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 주인공을 수상하며 인상적인 소감을 남겼다.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깨지기를 바란다는 것. 한국영화에도 깊이 박혀 있는 그러한 편견을 한 영화가 깨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도둑들’ ‘전우치’ ‘타짜’ 등으로 흥행 연타를 친 최동훈 감독의 새 영화 ‘암살’이다.

‘암살’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일본군 수뇌와 친일파를 저격하는 여성 독립군 안옥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전지현이 안옥윤 역을 맡아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이름 없는 독립군, 그중에서도 여성 독립군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독립 투쟁이라는 게 전쟁이나 다름없고, 전쟁터는 남성적인 세계죠. 그런 세계에 한 여성이 임무를 부여받고 발을 들인다면 더 절실해 보이고 더 힘들게 느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독립 투쟁의 절실함, 힘듦을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역사는 소수의 몇몇만 기록에 남기고 기억하지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이들이 독립 투쟁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그 중에는 당연히 여성도 있었을 터다. 최동훈 감독은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고 역사의 주변에 있던 인물을 작품에서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안옥윤 속사포(조진웅 분) 황덕삼(최덕문 분)이 임무를 앞두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사진을 찍는 장면이나 영감(오달수 분)이 “3000불, 우리 잊으면 안돼”라며 안옥균에게 말하는 장면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이유다.

최동훈 감독은 전작에서도 여성을 비중 있게 다뤄왔다. ‘타짜’(2006)에서 정마담(김혜수 분)은 판을 흔드는 인물이었고 ‘도둑들’(2012)에선 김혜수 전지현 김혜숙 이심결 무려 네 명의 여성이 조직의 중요한 일원으로 그려졌다. 그는 여성의 캐릭터를 아무 의미 없이 작품 속에 세워놓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도둑들’을 보고는 이런 장르의 영화에 왜 여배우를 네 명이나 쓰냐고 하더군요. 세상이 남자 반, 여자 반으로 이뤄져 있고 저한테는 그게 자연스러운데 이상하게 비쳤나 봐요. 개인적으로는 여성이 주인공일 때 보여줄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여배우들이 자신의 매력을 드러낼 기회가 많지 않았으니까요. 한국영화에도 올해 ‘차이나타운’ ‘무뢰한’ 같은 좋은 영화들이 나왔듯이 저희들이 노력을 하다 보면 점점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최동훈 감독의 기대에 전지현은 정확히 부응했다. 길이 1m27㎝ 무게 5㎏의 무거운 장총을 겨누고 있는데도 어색하지 않다. 긴 팔다리를 이용해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고 구르고 넘어질 때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웬만한 남성 배우보다 근사하다. 최동훈 감독은 ‘안옥윤이 정말 멋있다’며 치켜세웠다.

‘암살’은 개봉 첫날 관객 47만명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최동훈 감독의 전작인 1000만 영화 ‘도둑들’(43만명)도 넘어선 수치다. 지금의 기분을 물었다.

“일단은 긴장이 되고요. 작업이 끝났으니까 이제 뭐를 하지 싶어서 허탈감도 들고 관객이 어떻게 볼까란 생각에 두렵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이 드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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