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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테마록]삼성판 '우-동-수'의 존재감 그리고 가능성

정철우 기자I 2009.04.07 11:17:08
▲ 조동찬(왼쪽) 김상수(가운데) 우동균(오른쪽). 사진=삼성 라이온즈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우-동-수'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힘'의 대명사였다. 우즈-김동주-심정수로 이어지는 '2000년 두산'의 중심타선은 3명이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하는 무시무시한 파워를 과시한 바 있다.

이들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의 두산은 '미러클 두산'으로 불릴 정도였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힘이 느껴지는 이름이다.

2009년 한국 프로야구에 '우-동-수' 트리오가 재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멀리 치고 많이 불러들이기 보다 짧게 치고 빠르게 뛰는 선수들의 조합이다.

'우동균-조동찬-김상수'로 이어지는 삼성의 젊은 피 트리오가 주인공이다. 아직 '원조'에 비해 이름값과 경험, 특히나 파워는 비할 수 없다. 그러나 가능성과 존재감에선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그들이다. 

▲삼성의 우동수가 소중한 이유
삼성은 2000년대 이후 빠른 야구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특히 김응룡 현 사장이 감독으로 재임하던 시절엔 도루 보다는 크게 한방을 치는 것으로 승부를 가름하곤 했다.
 
선동렬 감독이 팀을 맡은 이후 도루수가 크게 늘어났다. 선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지키는 야구'에선 1점의 의미가 더욱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전문 대주자로 활약한 강명구가 군에 입대하며 도루 수는 59개로 크게 떨어졌다.
 
59개의 도루는 8개팀 중 가장 적은 수치다. 공동 6위인 한화와 히어로즈에 비해서도 38개나 적은 수치다.
 
삼성의 튼실한 불펜은 리드하는 경기서 특히 장기가 발휘된다. 그만큼 선취점의 의미가 중요한 팀이다.
 
삼성은 지난해 선취점을 뽑은 경기서 44승8패를 기록했다. 승률이 무려 8할4푼6리나 된다. 역시 불펜이 강한 팀인 SK의 선취점 승률(.753)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중심타선의 앞에서 출루와 도루, 혹은 다양한 작전으로 기회를 만들어 줄 테이블세터의 필요성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개막 2연전서 삼성의 '우-동-수'는 8,9,1번에 주로 배치됐다. 그러나 1회를 제외하면 1번타자가 늘 톱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위 타선에서도 기회를 만들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은 상대팀엔 더 큰 부담이 된다.  
 
▲2기 우-동-수의 가능성과 숙제
김상수는 2009시즌 신인 야수 중 단연 첫 손 꼽히는 기대주다. 선동렬 감독은 김상수를 두고 "신인 시절 이종범을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더 이상의 칭찬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의 극찬이다.
 
김성근 SK 감독의 평가도 이에 못지 않다. "박진만을 넘어서는 기간이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 당장 올해부터도 상대팀을 골치아프게 할 것"이라고 평했다.
 
타격 센스가 빼어난데다 스피드는 이미 A급임을 입증했다. 아직 세기가 부족하지만 실패에 너그러운 팀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김상수의 질주는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
 
우동균은 지난해 박한이와 최형우의 힘에 밀려 주전 도약에 실패했다. 그러나 박한이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게되며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갈 태세다.
 
수비 보다는 공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선수다. 큰 체구는 아니지만 파워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동찬은 사실상 검증이 된 선수다. 2005년 16홈런 17도루를 기록하며 한단계 도약한 바 있다. 부상 탓에 최근 2년간 성적이 하향곡선을 그렸지만 건강한 조동찬은 언제나 위협적이다. 특히 내.외야를 모두 소화해낼 수 있는 최고의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그러나 셋 모두 생존을 위해선 한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자주 나가 빠르게 뛰는데 머물러선 '원조'의 명성에 다가설 수 없다.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홈런이 아니더라도 상대의 기를 꺾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개막 2연전 처럼 이들 세명이 8,9,1번에 배치된다는 가정을 해보면 숙제는 더욱 분명해진다. 우동균 조동찬이 만든 찬스를 1번타자인 김상수가 해결해낸다면 삼성 타선은 한결 무게감을 갖출 수 있게 된다.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지난해 우동균과 조동찬의 득점권 타율은 각각 3할5푼5리(31타수 11안타)와 1할3푼8리(29타수 4안타)
 
해결 능력을 갖춘 테이블 세터. 우동균 조동찬 김상수가 '원조' 우-동-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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