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박인비 “새로운 세대 등장…내가 설 자리 줄어드는 것 같아”

주미희 기자I 2022.03.01 15:04:46
박인비(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골프 여제’ 박인비(34)가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어리고 장타를 날리는 선수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박인비는 1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공식 인터뷰에서 “세상이 변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골퍼들이 등장하고 내가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LPGA 투어 통산 21승의 박인비는 2008년 US 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혜성같이 등장했다가 2011년까지 기나긴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다가 2012년 2승을 거두며 부진에서 탈출했고 2013년에는 메이저 3승을 포함해 6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보냈다. 이후 2014년 3승(메이저 1승), 2015년 5승(메이저 2승)을 거뒀고 2016년에는 손가락 부상을 안고 있음에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2015년 4년 동안에만 16승을 쓸어담은 것이다. 이후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4승으로 꾸준하게 우승했지만 과거보다 우승 수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박인비는 “솔직히 말해서 내 게임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골퍼들이 생겨나고 내가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 같다. 나는 점점 나이가 드는 반면 젊고 경쟁력 있는 골퍼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현재 내가 만 33살인데 정말 좋은 플레이를 하던 황금기는 20대 중반이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박인비는 “내가 실수를 덜하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거리가 짧은 편이라 경기를 더 잘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라면서 “코스가 점점 길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그런 코스에서는 실수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 해도 경기를 잘하기가 힘들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자신이 우승을 많이 하던 2013~2015년보다 지금 우승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그때는 내가 실수를 좀 많이 해도 톱 10에 들 수 있었다. 어떨 때는 실수를 좀 했다고 느꼈는데 우승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내 플레이가 정말 좋았고 실수도 1, 2개 정도밖에 없었는데 겨우 톱 10에 들 정도다. 완벽하게 경기한다면 우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점이 전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박인비(사진=AFPBBNews)
그만큼 실력 좋은 어린 세대가 빨리 성장하고 있고 코스 전장이 길어진 만큼 장타를 치는 선수들이 많이 등장해 전보다 더 우승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박인비는 “처음에는 이런 사실이 무엇인지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그건 당연한 일이다. 내가 좋은 플레이를 할 때 나보다 윗세대들도 이런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이제는 이런 현상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어린 선수들이 잘하고 훌륭한 경기를 펼치는 것을 보는 것이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여전히 우승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계속 대회에 출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많은 분이 게임을 즐기기만 하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상관없다고 하지만 나는 예전처럼 좋은 경기를 하지 못할 때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지만 여전히 최선을 다해서 경기할 때 나에게 여전히 우승 기회가 있다고 느낀다”라고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이 열리는 센토사 골프장은 박인비에게 잘 맞는 코스다.

박인비는 “이곳 센토사 골프장은 장타자나 단타자에게 공평한 코스 중 하나다. 특히 그린에서 좋은 퍼트를 하면 스코어를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이 골프장에서 좋은 경기를 해온 것 같다”라며 “특히 내가 잘했던 좋은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대회”라고 만족감을 전했다.

그는 2015년 이 대회에서 72홀 노보기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웠고, 2017년에는 손가락 부상 이후 복귀한 첫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싱가포르와 좋은 인연을 갖고 있다.

지난달 플로리다 개막 3연전에 출전해 공동 8위-컷 탈락-공동 30위를 기록하며 예열한 박인비는 “3주 동안 준비 운동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부터 진짜 시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남편 남기협 코치가 박인비의 백을 멘다. 박인비는 지난해에도 남기협 코치와 호흡을 맞춰 공동 3위를 기록했다.

박인비는 “싱가포르는 날씨도 너무 덥고 걷는 것조차 힘들지만 남편이 캐디를 봐줄 때의 편안함이 최고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하는 것도 흔치 않기 때문에 특별한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려고 한다”라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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