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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깨기]유쾌한 상남자, 박성웅의 캐릭터 변천史

이정현 기자I 2017.04.29 07:00:00
배우 박성웅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영화 ‘황제를 위하여’ 프로모션이 한창일 때였다. 인터뷰차 배우 박성웅을 만났다. 소나기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박성웅은 처음 만난 기자에게 막걸리 한 잔을 권했다. “이런 날은 파전에 막걸리가 딱이다”고 말했다. 의외의 모습, 술 한 모금에 긴장감을 풀었던 기억이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맨투맨’에 출연하고 있는 그가 제2의 전성기를 쓸 참이다. ‘남자다움’이 아니라 친근한 모습이다. 같은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서도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상남자’로 알려졌지만 이면에 유쾌함이 가득한 박성웅의 필모그래피를 돌이켰다.

드라마 태왕사신기
△태왕사신기

박성웅은 무명기간이 길었다. 데뷔작이 1997년에 개봉한 영화 ‘넘버3’인데 10년 넘게 잠룡으로 살았다. 그가 처음 주목받은 작품은 2007년 방송한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다. 삐죽삐죽한 머리에 거친 수염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말갈족이 환생이라고 한 듯 달리는 말 위에서 큰 칼을 휘둘렀다. 무기가 없으면 주먹으로, 주먹이 없으면 튼튼한 이로 물어뜯기라고 할 참이다. 박성웅은 이 작품을 통해 선물을 많이 받았다. 배우로서 인지도를 얻고 조명받았으며 당시 호흡했던 배우 신은정과 평생을 약속했다.

영화 신세계
△신세계

박성웅은 2012년에 개봉한 영화 ‘신세계’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주연’이라는 타이틀을 단 것도 이때쯤이다. 서열 4위 이중구를 연기했다. 깡패 누아르 영화인 만큼 박성웅의 ‘남자다움’이 강조됐다. “살려는 드릴게”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등 명대사도 있다. 영화가 인기를 끌고 패러디가 이어지면서 대중은 유쾌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소화했다. 작품이 아니라 방송을 통해 실제 모습이 노출된 덕도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상남자’가 아니라 친근한 ‘유쾌남’이다. 박성웅이 캐릭터 변신을 시도한 것도 ‘신세계’가 대성공을 거둔 이후다.

△검사외전

박성웅은 포스터 뒤에 숨어 있다. ‘신세계’가 그랬듯 ‘검사외전’도 마찬가지다. 배우 황정민과 강동원이 활약한 작품으로 알려졌으나 의외의 ‘꿀잼’을 선사한 건 박성웅이다. 극 중 검사 양민우를 연기했다. 잘나가는 검사이지만 스타가 되고 싶은 욕심에 헛발질을 하는 캐릭터다. 허세 가득한 캐릭터인데 박성웅 특유의 능글맞음으로 소화했다. 영화가 9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하자 박성웅도 코미디에 자신감이 생겼다. 현재 출연 중인 ‘맨투맨’에서 보여주고 있는 허세 가득 한류스타 여운광의 뿌리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박성웅의 유쾌한 매력에 우리는 조금씩 젖어가고 있었던 셈이다.

드라마 맨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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