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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안방극장 10년 징크스 '기자 주인공=필패' 공식 깰까?

김은구 기자I 2014.11.18 08:37:52
피노키오(사진=IHQ)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SBS 새 수목 미니시리즈 ‘피노키오’가 ‘안방극장 징크스’를 깰지 주목된다. ‘기자가 주인공 직업이면 시청률이 부진하다’는, 흥행 필패 공식이다.

‘피노키오’는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거짓 신분으로 성장해온 최달포(이종석 분)와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기 때문에 평생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최인하(박신혜 분)가 주인공이다. 지난 12일과 13일 각각 방송된 1, 2회에서 최달포와 최인하의 어린 시절 인연을 소개한 데 이어 두 사람이 기자가 되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된다.

기하명이 최달포로 살아가게 되고 기하명의 형 기재명(윤균상 분)이 천애고아가 되도록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인물도 기자였다. 극 중 방송사 MSC 보도국 기자 송차옥(진경 분)은 화재현장에서 발생한 소방대원들의 사망사고 원인을, 살아있는 것을 봤다고 하는 목격자의 증언만 믿고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소방대장(기하명의 아버지)에게 뒤집어 씌워 한 가정을 파탄으로 내몰았다.

‘피노키오’는 닐슨코리아 조사에서 1회 7.8%, 2회 9.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빠른 상승세다. 동시간대 경쟁작으로 한주 앞서 방송을 시작한 MBC ‘미스터 백’이 시청률 경쟁에서 앞서 있기는 하지만 ‘피노키오’는 무시할 수 없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19일 새롭게 시작하는 KBS2 ‘왕의 얼굴’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3회에서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다면 수목드라마 선두 경쟁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기자가 주역인 드라마는 지난 2004년 MBC ‘결혼하고 싶은 여자’를 마지막으로 좀처럼 인기를 끌지 못했다. 명세빈이 기자 이신영 역으로 출연했고 기자로서 활약상도 적잖이 보여준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2008년 기자를 주인공으로 제작된 전문직 드라마 MBC ‘스포트라이트’가 방송됐다. 손예진과 지진희 주연의 ‘막강 캐스팅’이었지만 성적표는 기대에 못미쳤다. 이준기가 기자로 등장한 MBC ‘히어로’, 윤아가 기자 남다정 역을 맡은 KBS2 ‘총리와 나’ 모두 한자릿수 시청률의 부진을 보였다.

기자가 주인공인 기존 드라마들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뻔한 스토리’ 때문으로 분석된다. ‘진실 보도’가 원칙인 기자, 특히 주인공은 정의감이 충만한 캐릭터로 묘사되는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기자가 주인공이지만 결국 사랑 이야기로 흐르는 바람에 직업이 주는 재미도 더하지 못햇다.

정석희 대중문화 평론가는 “대중은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 안에서 기자에게 악역을 요구한다. 특이하게도 ‘정론 보도’의 원칙을 지키는 기자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론 보도’보다는 아픈 사람을 파헤치고 꼬집는 것은 물론 나쁘게 몰아가는 기사를 대중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기자가 좋은 사람으로 묘사되는 드라마에 대중이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다. 악역에 가까운 모습의 기자가 드라마 주인공으로 등장해도 대중은 반기지 않는다. 대중이 기자를 나쁘게 만들면서 거리감을 갖는다는 게 정석희 평론가의 설명이다.

반면 기존 드라마들과 구성 자체가 달랐다. ‘피노키오’는 시청률을 위해 ‘팩트보다 임팩트’를 부르짖는 송차옥을 앞세워 초반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극하며 관심을 높였다. 정론 보도를 위해 의지를 불태우는 뻔한 주인공의 모습 대신 후일 최달포가 기자가 돼 송차옥을 만나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감도 키웠다.

초반 무거운 사건이 동화적인 풍경이 잘 어우러져 전혀 무겁지 않게 느껴졌다는 평가도 있다. 이종석과 아역 배우들의 연기도 호평을 이끌어 내며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이종석은 지난해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올해 ‘닥터 이방인’에 이어 SBS에서 3연타석 흥행 도전이다. 박신혜는 지난해 ‘상속자들’, 올해 ‘피노키오’로 SBS에서 흥행 릴레이에 도전하고 있다. 이종석과 박신혜의 합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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