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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테마록]ML약물 파동이 한국 야구에 던진 메시지

정철우 기자I 2009.02.12 10:52:16
▲ MLB닷컴 메인페이지를 장식한 'A로드 약물 파동'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마저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메이저리그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그는 지난날 약물에 찌들었던 메이저리그를 구원해 줄 대안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물 건너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여길 일이 아니다. 한국 프로야구 역시 약물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자신있게 말할 순 없기 때문이다.

▲무법이 탈법을 부른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최근 ESPN과 인터뷰서 의미 있는 말을 했다. "내가 금지 약물을 복용한 시기(2001년~2003년)엔 영양제를 사듯 금지 약물을 구입할 수 있었다. 당시는 정말 느슨한 시절이었다."
 
단순히 변명을 하기 위한 말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실제 메이저리그는 당시만해도 금지 약물에 대해 관대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떤가. 2007년부터 도핑 테스트가 도입됐다고는 하지만 '철저함'과는 거리가 멀다. 1년에 두차례, 그것도 일부 선수(무작위 3명)에 한해서만 이뤄진다.
 
비정기적이고 불시에 이뤄진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그 시기마저 미리 알려지는 것이 보통이다. 샘플 채취도 선수들에게 전적으로 맡겨진다.
 
특히 팀의 한해 농사를 결정짓는 것은 물론 선수 개인에게도 엄청난 명예와 부를 안겨주는 포스트시즌 기간은 약물의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검사는 최소 반년 이후에나 이뤄지기 때문이다.
 
법에 구멍이 많으면 피해갈 방법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특히 유혹의 강도가 더욱 심해지는 포스트시즌에 관련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프로야구 감독은 "도핑테스트가 없던 시절, 트레이너가 "OO팀에선 선수들이 대부분 약물을 복용한다고 합니다. 우리도 구해볼까요"라고 물어온 적이 있다. 옳은 일이 아닌 것 같아 만류했지만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양심이나 도덕성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무책임의 발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하루라도 빨리 도핑테스트 강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약물 청정지역'에 대한 의지보다 '적발 이후 사태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것 아니냐는 이미지까지 쇄신할 수 있다.
 
▲자율 속의 경쟁을 읽어라.
메이저리그는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다. 천문학적인 몸값과 최적의 환경, 여기에 선수의 자율 의지에 맡겨져 있는 시스템은 멋스러움의 극치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메이저리그의 약물 파동은 그 속에 담겨진 치열한 경쟁과 그로 인한 나약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텍사스 시절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한솥밥을 먹었던 박찬호는 당시 그에 대해 "A로드(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별명)는 아마 전세계에서 가장 운동을 많이 하는 선수일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
 
비시즌 기간동안 각종 행사 등에 참석하더라도 반드시 훈련을 빼먹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 알렉스 로드리게스마저도 결국 약물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는 더 나은 선수가 돼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자신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원인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약물에 의존했던 사실 자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건 팬들의 몫이다. 야구 선수 입장이라면 다른 시각으로 이 사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는 치열한 생존 경쟁의 무대다. 구단은 세계로 눈을 돌려 선수 스카우트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급 스타였다 할 지라도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 있는 무대가 바로 메이저리그다.
 
지도자들은 우리 선수들에게 "치열함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곧잘 이야기한다.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지 않다는 뜻이다. 선수들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그만큼 저변이 넓지 못하기 때문이다.
 
약물 복용은 분명한 범죄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나쁜 것은 느슨함에서 비롯된 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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