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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커 in]황선홍에게 필요한 것은 실력과 참신한 리더십

김삼우 기자I 2007.12.05 13:49:44
▲ 황선홍 신임 부산 감독 [뉴시스]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한국 축구 간판 스트라이커 출신 황선홍이 만 39세에 부산 아이파크 사령탑을 맡았다. 지난 2003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전남에서 코치 생활을 하며 지도자 수업을 쌓았지만 K리그 구단 사령탑이 되기에는 이른 나이라고 생각할 법하다.

황선홍 감독은 4일 조광래(53) 전 FC 서울 감독과 브라질 출신의 아뚜 베르나지스(54) 감독이 각각 박항서, 정해성 감독의 뒤를 이어 경남과 제주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인선이 마무리된 K리그 14개 구단 사령탑 가운데 최연소다. 포항을 2007 정규리그 정상에 끌어 올린 파리아스 감독은 그보다 한살 많은 40세다.

황선홍 감독과 함께 ‘H-H 라인’으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한 홍명보(38) 올림픽 대표팀 코치가 핌 베어벡 감독의 후임으로 물망에 올랐을 때 나이와 경력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홍 코치는 올림픽 대표팀 감독 선임이 유력시됐으나 일각에서 그의 나이와 일천한 지도자 경력 문제 등을 제기하며 의문부호를 달기도 했다. K리그는 물론 국가대표팀의 사령탑에는 산전수전 다 겪고 경험이 많은 지도자가 어울린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축구계의 흐름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알렉스 퍼거슨(6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아르센 웽거(58) 아스널 감독과 K리그의 김정남(64) 울산 현대, 김호(63) 대전 감독 등 백전노장들이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으나 뚜렷한 지도자 경력도 없고 지도자 수업을 받지 않은 40대 초반, 심지어 30대에 명문 구단이나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아 발군의 성과를 올리는 지도자들도 많다.


▲황선홍, 클린스만, 판 바스턴

황선홍 감독이 선임되자 가장 많이 비교된 위르겐 클린스만(43) 전 독일 대표팀 감독과 마르코 판 바스턴(43)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이 대표적이다. ‘전차 군단’ 독일 대표팀의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004년 독일 월드컵 대표팀 감독에 선임될 때 미국 LA 갤럭시의 기술 디렉터를 한 것이 고작일 정도로 지도자 경력이 일천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황 감독보다 한 살 많은 40세. 당연히 독일 축구계 일각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이 2006년 월드컵에서 예상외의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며 3위까지 오르도록 팀을 조련하는 능력을 과시했다. 전임 루디 푈러 감독이 발굴한 선수들을 중용하면서도 루카스 포돌스키, 팀 보로스키 등 젊은 피를 수혈, 독일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고 독일 축구 전통의 스위퍼 시스템대신 잉글랜드식 4-4-2 시스템을 가동, 보다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한 결과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월드컵이 끝난 뒤 독일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났으나 이때 인정받은 능력으로 거물 감독이 필요한 국가나 클럽이 있으면 그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조제 무리뉴 감독이 물러난 첼시,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이 사퇴한 잉글랜드 대표팀 등에서도 그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3인의 같은 점과 다른점

클린스만 감독과 동갑내기인 판 바스턴 감독 또한 클린스만 감독과 같은 해인 2004년 네덜란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2006년 월드컵 16강전에서 포르투갈에 0-1로 져 탈락하긴 했으나 강력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08 유럽 선수권 예선에서도 8승2무2패를 기록, 비록 조 2위이긴 해도 네덜란드를 본선에 진출시켰다.

그 또한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기 전까지는 아약스에서 코칭 과정을 수료한 뒤 아약스 2군 코치를 잠깐 한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현역시절 ‘스트라이커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세계적인 스타였던 판 바스턴 감독은 일단 지휘봉을 잡자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네덜란드 대표팀의 개혁을 주도하는 역량을 과시했다.

황선홍 감독과 클린스만, 판 바스턴 감독의 공통점은 한국과 독일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간판 스트라이커 출신에다 일천한 지도자 경력에도 불구, 중책을 맡았다는 것이다. 황 감독도 K리그에 데뷔하는 내년 시즌에는 클린스만 판 바스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오를 때와 같은 40세가 된다.

다만 황 감독은 이제 시작이라는 게 이들과 확연하게 다른 점이다. 클린스만, 판 바스턴 감독은 40세부터 보여준 그들의 확고한 지도력으로 세계적인 명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초석을 다진 반면 황 감독은 그들에 못지않은 실력과 성과를 보여주는 일이 남았다.

▲중요한 것은 실력

전 세계적으로 보면 황선홍 클린스만 판 바스턴 감독 뿐만 아니다. 맥클라렌 감독의 후임을 찾고 있는 잉글랜드에서도 대표팀의 간판 골게터 출신 앨린 시어러(37)가 가라앉은 잉글랜드 대표팀의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후보로 거론됐고, 유로 2008 예선 최종전에서 잉글랜드에 통한의 패배를 안긴 크로아티아의 슬라벤 빌리치 감독도 38세에 불과하다. 경험과 연륜 못지않게 참신한 리더십이 각광을 받는 것이다. 나이를 떠나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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