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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AD] 설하윤② "중요한 건 유명 학원 아닌 좋은 선생님"

김은구 기자I 2020.10.01 08:00:00

가능성 알아봐주고 비전 제시하는 선생님 만나야
오랜 연습생 생활, 포기 안한 건 가족들의 사랑 덕분

설하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초등학교 4학년 때 롤모델이 생겼다. 보아였다. 13세에 데뷔해 노래와 춤으로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인기를 끌었던 보아의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건 결혼식 축가 이후였다. 마침 어려서부터 알고 지냈던 이모의 친구 남편이 작곡가였다. 그 작곡가에게 노래와 녹음에 대해 배우면서 가수 준비를 했다. 하지만 녹음실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설하윤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운영이 어려워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때부터 서울 압구정동 SM아카데미에 다녔다. 가수가 되고 싶다며 부모 앞에서 울고불고 뗑깡을 부려 학원 등록을 허락받았다. 스스로 준비가 덜 돼 있다고 생각해 연기, 노래, 춤을 더 배우고자 했다. 제대로 연습생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던 셈이다.

설하윤은 걸그룹에 들어가고 싶었다. 여러 곳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다 떨어졌다. 주위에서 ‘가수 말고 다른 걸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도 있었지만 “싫다. 노래를 부르고 싶다. 계속 하겠다”고 했다. 가족들은 설하윤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했다.

SM아카데미에서 5명의 선생님을 만났다. 당시 만난 1명에게 지금도 보컬 레슨을 받는다고 했다. 설하윤은 “유명한 학원을 다닌다고 해서 다 잘되는 건 아니다”라며 “어떤 선생님을 만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학생의 잠재력을 끌어내주면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선생님, 학생의 가능성을 알아봐주고 용기를 심어주는 선생님을 만나면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설하윤은 실용음악학원에 다니다 친구들과 서울 홍대 인근 클럽을 빌려 공연을 했다.(사진=TSM엔터테인먼트)
학원을 실용음악학원으로 옮겼다. 오디션에 계속 떨어지다보니 스스로 소질이 없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할 때의 희열은 그냥 내려놓을 수 없었다. 가수라는 꿈,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바람에 절실함이 있었다.

또래의 많은 사람들이 대학 진학에 매진할 때 설하윤은 친구들과 공연을 준비했다. 친구들과 돈을 모아 서울 홍대 인근 클럽을 빌려 가족, 지인들을 불러 앉혀놓고 공연을 했다. 자신을 사랑하고 지켜봐주는 사람들 앞에서 직접 준비한 공연을 보여주고 박수를 받는 것은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상기시켜줬다.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서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더 할 수 있다는 각오가 생겼다. ‘아무 것도 안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고2 때였다. 그러다 한 대형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했다. 혼성그룹 데뷔를 준비했다. 하지만 당시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성그룹 기획은 무산됐고 연습생들은 뿔뿔히 흩어졌다.

유명 연기자들이 다수 소속된 매니지먼트사에서 걸그룹을 준비한다고 해 합류했지만 멤버가 자꾸 바뀌고 데뷔 계획도 미뤄지다 회사가 문을 닫았다. 당시 계약기간이 남아 그 기간이 끝날 때까지 PC방, 주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다른 기획사들에 연습생으로 다시 들어갔지만 역시 데뷔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연습생 생활을 이어가며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했다. 자신을 계속 믿어주고 지원을 해주는 부모에게 미안한 마음은 꿈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설하윤은 “잇따른 좌절 속에서도 연습생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혼자서의 힘이 아니었다”며 “가족들의 사랑이 내게 놓을 수 없는 끈이 돼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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