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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그 남자, 그여자’의 이미나 작가는 ‘풍선껌’으로 드라마 시장에 데뷔했다. 성공적인 분위기다. 시청자가 곱씹는다. 배우들의 대사를 적어두고, 기억하려는 흔적이 온라인 곳곳에 남아있다.
이동욱, 정려원, 박희본, 이종혁 등 주연배우 4인방의 말 뿐이 아니다. 배종옥, 김리나, 박준금, 박원상, 이승준, 김정난 등 조연배우의 주옥 같은 대사도 많았다. 잠깐 출연한 양동근이 극중 까만라디오의 게스트로 출연해 ‘고민은 짧을수록 좋다’는 코너에서 남긴 조언만 해도 명대사다. 그래도 추리고, 추려 2,3개만 꼽았다. 정려원, 이동욱, 박희본, 이종혁의 ‘인생 대사’로 ‘풍선껌’ 종영의 아쉬움을 달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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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박리환을 연기했다. 극중 박선영(배종옥 분)의 아들, 김행아(정려원 분)의 반쪽이다. 이동욱은 대사오 함께 극중 내레이션까지 도맡았다. 그 여운이 연기에 디테일을 더했다.
“왜 아프게 했냐는 비난보다 더 아픈 건, 아프다는 말도 못하는 사람에게 아프지 말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것.”(8화)
알츠하이머에 걸린 엄마에게 리환은 ‘행아와 만난다’고 고백했다. 예상대로 엄마의 반대는 심했다. 설득하는 과정에서 설득 당하지 않은 엄마의 독한 말이 쏟아졌다. 모든 걸 행아가 듣고 있었다. 리환이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너무나 아파했던 행아의 상처를 보듬어주려했다. 그때 나온 말이다.
“감당할 수 없는 사실을 만날 때 사람들은 눈을 감는다. 깜깜한 어둠이 모든 것을 덮어주기를, 사라져라, 사라져라, 이 모든 것이 꿈이었어라.”(9화)
같은 내레이션이 중복돼 등장했다. 행아에게 깊은 상처를 준 자신의 처지를 보며 비관할 때 나온 말이다. 동시에 자신의 엄마가 알츠하이머로 자신의 존재까지 잊어가는 모습을 보며 되풀이한 말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니 짐 전에 살던 아파트로 옮겨놨어. 넌 이제 몰라도 돼. 앞으로도 계속 모를 거야. 엄마도 나도 죽었다고 생각해. 넌 그냥 너대로 살아. 무슨 일 있어도, 설사 그런 일 있다고 해도 넌 상관 하지마. 너 엄마 아니잖아 진짜 이모도 아니고. 니 말이 다 맞아. 나 엄마두고 너 못 안아. 세상 사람들이 다 헤어지라고 하는데 우리 둘이 좋다고 이러면 안 되는 거 맞아. 그러니까 그만하자. 반만 헤어지는 방법은 없으니까.”(10화)
이동욱의 ‘인생 장면’이었다. 무려 8분에 걸쳐 행아와의 이별 장면이 이어졌다. 알츠하이머 증세가 악화되는 엄마를 보며, 결국 행아와 이별을 선택한 리환은 독하게 마음 먹었다. 리환도 울었고, 행아도 울었고, 시청자도 울었다.
“하루씩만 살면 되는 것 같아요. 열두시가 될 때까지만. 내일도 이렇게 힘들 거라는 생각하지 말고. 내일도 그 사람이 내 옆에 없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말고. 이런 날이 언제까지 계속 될거라는 생각도 하지말고. 딱 열두시까지만.”(12화)
극중 자신을 좋아하는 치과의사 홍이슬(박희본 분)에게 리환이 말했다.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라’는 말에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잊고 살아갈 수 있죠?’라고 힘들어하던 이슬에게 그땐 해줄 수 없었던 말이었다. 행아와 헤어지고, 이별한 채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그제서야 이슬에게 해줬던 얘기다. 한번 쯤 사랑에 아파본 시청자라면 마음을 때렸을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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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PD 김행아를 연기했다. 극중 박선영, 박리환의 가족인듯 가족 같은 사이로 컸다. 남은 아닌, 가끔은 그들보다 더 소중한 존재로 영혼을 지배한 캐릭터였다. 늘 꾹 참고 희생한 인물처럼 그려졌지만 누구보다 아픔이 많고, 깊은 사람이라는 게 회를 거듭할수록 드러나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들었다.
“이제 이런 거 하지마. 우리 사귄다고 쳤다가 이렇게 됐잖아. 그럼 이제부터 안사귄다고 치면 되잖아. 니가 이 뚜껑 안 열어줘도 나 밥 안 굶어. 니가 이 반찬 안 올려줘도 나 맨밥 안 먹어. 그냥 예전처럼 둘이 앉아서 밥 먹고 싸우고 지나가는 사람 흉보고 그러면 되잖아. 우리만 그렇게 하면 다 좋아지니까 우리 때문에 다들 힘들어하니까. 마음이 뭔대 뭐가 그렇게 중요한대 숨기면 숨기고 사는 거야. 그래봤자 좀 힘들고 말겠지. 그럼 어떻게 세상에 다른 사람 아무도 없는 것처럼 우리 둘만 있다고 생각하고 뻔뻔하게 좋아하면서 살아? 너도 그런 나쁜 사랑 못할 거잖아. 너 이모 두고 나 안을 수 있어?”(9화)
워낙 참고 참는 인물이라, 한번 대사가 터지면 속사포처럼 이어졌다. 선영의 알츠하이머 소식을 듣고, 리환과 연인이 아닌 친구 사이로 예전처럼 돌아가자는 행아. 일부러 강한 척, 일부러 괜찮은 척, 쿨한 척 돌아가려는 행아의 한방에 리환이도 한 발짝 물러날 수밖에 없게 한 말이다.
“잠깐만, 나 할 말 있어. 잠깐이면 돼. 더 가까이 안갈게. 여기서 말할게 가지마. 나 운전 면허 따고 있어. 이제 도로주행만 하면 돼. 상담도 9번 받았어. 저번 주부터는 병원 안에서 받아. 혼자 11층 까지 가는데 한번도 토하거나 기절한 적 없어. 상담 받는 거 다 끝나면 운동도 할거야. 니가 준 약도 매일 이모가 준 비타민도 매일 하나씩 먹고 있어 그러니까 아직은 아니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내가 이모 데리고 병원에 갈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너한테 갈거야. 니가 오지말라고 해도. 지금은 내가 아무 도움도 안되면서 니 등에 업혀있는 거 같아서 내 무게라도 내려주려고 여기 있는 거야. 그리고 나 안 울어. 아까처럼 어디서 꼭 니가 나 보고 있을까봐 집에 있을 때도 안울어. 어떤 날은 니가 너무 보고싶어서 목구멍이 막 아프고 택시 타고 한의원 가서 몰래 니 얼굴 보고 올까, 너 집 앞에 숨어있다가 너 들어가는 뒷모습만 보고 올까, 혼자 막 작전도 짰었는데. 나 되게 열심히 참고 있었어. 나는 니가 너무 보고 싶었어.”(12화)
역시, 터졌다. 행아와 이별할 수 없다던 리환은 그 마음을 번복했다. 행아와 이별했고, 그를 밀어냈다. 우연히 길에서 재회한 행아와 리환. 리환을 본 행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먼저 다가갔다.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진심을 털어놓은 행아의 말은 자신보다 남을 생각한 배려 투성이었다. 그 동안 자기 걱정했을 리환을 위해 온갖 근황을 털어놓고, ‘보고 싶었다’는 핵직구를 던졌다.
“나는 괜찮아 나는 너랑 헤어진 게 아니니까. 근데 너는 나하고 헤어졌으니까.”(13화)
또 다시 병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리환과 행아. 어린 시절 부모를 사고로 잃은 기억 때문에 병원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행아는 이를 치료하기 위해 용기를 내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엄마 일로 병원에 들른 리환은 그런 행아와 마주친 뒤 외면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피 투성이의 환자가 지나가려하자 행아의 눈을 본능적으로 가리게 된 리환. 그런 리환을 보며 행아는 역시나 그를 먼저 생각하는 대사를 던졌다. ‘나는 너하고 헤어지지 않았다’는 담담한 말 속에 진심이 꾹꾹 눌러 담겼다.
“누구한테 화를 내야할지 모르겠으니까. 다 화나 다 싫어. 선생님은 이모가 틀렸대. 리환이는 다 자기가 잘못한거래. 이모는 아프고 리환이는 나보다 더 힘들어. 너는 내 걱정하느라 나보다 더 화났고 가게는 갈 수도 없어 그럼 병원가서 그 많은 의사들한테 다 화낼까. 엄마 아빠 이모 한명도 못 고칠 거면서 왜 가운은 왜 입고 돌아다니고 있냐고? 아님 교회가서 화내? 나한테 왜 이러냐고? 절에 가서 소리라도 지를까? 내 옆이 있는 사람 제발 그만 좀 건드리라고?”(13화)
행아의 곁엔 오랜 친구이자 라디오 작가 태희(김리나 분)가 있었다. 리환과 있으면 ‘너덜너덜해지는 건 너’라며 늘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 친구였다. 리환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미련이 사실은 선영의 알츠하이머가 유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끝까지 보살펴주려는 희생 탓이었다는 걸 알게 된 태희가 분노했다. ‘왜 그렇게 사느냐’는 태희의 날선 모습 덕에 행아는 속시원히 외칠 수 있었다. ‘나 역시 화가 난다’고 외치면서도 ‘화낼 곳이 없다’고 울부짖는 행아의 말에 시청자도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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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홍이슬을 연기했다. 치과의사는 삶의 도피처였다. 그는 내로라하는 재벌가 딸이다. 그를 끔찍이 아끼는 오빠(김사권 분)가 있고, 그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그 또한 지독한 모성애일 엄마(박준금 분)가 있었다. 뚱뚱하고 예쁘지 않은 외모에 가진 건 돈과 힘 밖에 없는 자신을 보는 남자들과 리환은 달랐다. 그 모습에 반해 헤어나올 수 없는 사랑의 늪을 경험했다.
“첫째 그 사람은 내가 갖고 싶을만큼 좋은 사람이니까. 그 사람 옆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다. 둘째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니까 내가 가진 것들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을 버리진 않는다. 셋째 그 사람을 내가 정말 좋아한다면 나 때문에 헤어지라고 말할 수 없다.”(8화)
이슬은 갖고 싶은 것에 취약했다. 늘 풍요로웠다. 결핍이 뭔지 몰랐던 게 결핍이었다. 처음으로 가지고 싶은 게 생겼을 땐 그게 사람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을 몰랐고, 세상에 가질 수 없는 게 있다는 사실에 힘들었다. 오빠에게 털어놓은 마음 속엔 그가 얼마나 리환을 사랑하는지 담겨있었다.
“제가 가진 거 뭐든 필요하면 다 가지셔도 되요. 제 자존심까지. 그런 게 만약 남아있다면. 다 드릴테니까 리환 씨 옆에서 없어주면 안 되나요. 미안해요.”(9화)
뭘 해도 리환의 곁에 머물 수 없는 자신과 달리 뭘 해도 리환의 곁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행아를 부러워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리환의 엄마를 도울 수 있는 현실적인 위치에 있었던 이슬은 그게 자신과 리환을 엮어줄 유일한 희망으로 생각했다. 결국 못난 마음으로 행아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아무리 못난 말이었어도 그 또한 진심이었던지라 이를 보는 시청자도 한 마음으로 아파했다.
“그 사람이 왜 평범해요. 그 사람이 어떻게 평범해요. 저한테 평범한 사람은 유학가서 망나니처럼 지내다가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서 적당한 때에 팀장이 되고 이사가 되고 비싼 것과 좋은 것도 구별 못하고 돈이 있으면 예쁜 여자 갖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자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변기 닦는 솔처럼 생각해서 온갖 더럽고 귀찮은 일을 처리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라고요. 그러니까 아니요, 그 사람은 하나도 평범하지 않아요.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에요. 지금껏 한번도 미쳐보지 못한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요. 저 좋아하지도 않은 사람이랑 결혼해서, 그 사람이 밖으로 돌 거 뻔히 알면서도 귀찮아서 문제 일으키기 싫어서 그냥 결혼한다고 했던 게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제발 가만히 좀 있어주세요. 더 바닥까지 보이고 싶지 않아요.”10화)
홍이슬이 터졌다. 엄마에게 늘 구박 받고, 엄마에게 속 시원히 말 한번 제대로 못했던 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혼은 비즈니스, 남자는 수단과 도구로 생각하는 엄마에게 반기를 들었다. ‘평범하다’라는 표현에 대한 ‘상류사회’의 정의에 신선함도 담겼다. 남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이들에게도, 세상 걱정 하나 없을 것 같은 이들 사회에서도 갈등과 대립이 얼마나 심각하게 존재하고 있을지 알게 해준 결정적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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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국장 강석준을 연기했다. 일이 바쁘다, 내 위치가 높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람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방법을 몰랐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인지, 남을 아낄 줄도 몰랐다. 그게 잘못인 줄 몰랐다는 게 가장 큰 결핍이었다. 역설적이게도, 행아를 사랑했지만 행아를 잃고 나서야 사랑이 뭔지 알게 된 인물이다. 늘 과묵하고, 말을 아끼던 인물이라 대사가 많지 않았다는 게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여기서 내가 너 처음봤을 때 그때부터 다시 시작하자. 처음부터 시작하자. 내가 먼저 전화번호 물을게. 너한테 다가가고 다른 사람 눈 신경쓰지 말고 가고 싶은 곳 있으면 가고 너 좋아하는 영화도 보러가자. 너가 괜찮다면 회사 사람들한테 굳이 숨길 것도 없고. 다시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급한 게 아니라 중요한 것부터, 너부터.”(12화)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얘기를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늦었다고 생각하면, 이미 늦은 거라고 한다.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리환과 헤어졌다는 행아를 다시 잡아보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질 않는다. 남에게 받은 상처를 자가치료로 극복한 사람의 마음은 너무 단단해졌을 테니까. ‘너한테 행아는 욕심이 맞다’는 듯 말하던 석준의 친구는 그야말로 솔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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