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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테마록]이대진이 전하는 '톰 하우스 투구 이론'

정철우 기자I 2009.01.15 10:31:04
▲ 이대진 [사진제공=KIA타이거즈]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KIA 투수 이대진(34)은 2008시즌이 끝난 뒤 자비를 들여 미국 단기유학(?) 길을 떠났다.

랜디 존슨, 박찬호 등의 부활을 도우며 성과를 올린 톰 하우스의 야구 클리닉 'NPA(National Pitching Association)'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대진은 '톰 하우스 클리닉'에서 약 50일간 투구에 대한 새로운 세계를 접했다.

톰 하우스의 이론은 투구폼 교정과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한 새로운 트레이닝 방법을 도입해 투구 능력, 특히 스피드를 끌어올리는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구열에선 국내 첫 손 꼽히는 이대진인 만큼 길지 않은 시간 속에서도 제법 많은 노하우를 쌓고 돌아왔다. 이대진이 접한 새로운 투구의 기술은 어떤 것 이었을까.

▲스피드의 3가지 분류
이대진은 "일단 스피드업을 위해선 스피드의 개념부터 다시 파악해야 했다. 스피드는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 노력에 의한 것, 그리고 시각적인 효과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고난 능력이야 하늘이 내려준 것. 톰 하우스 이론은 후천적이고 시각적인 스피드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대진은 "일단 빠르게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매일 약 1시간 30분 정도의 강한 트레이닝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특이한 것은 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트레이닝이었다는 점이다. 아이소매트릭(Isometric.근육을 늘리거나 구부리지 않고 고정시킨채 그대로 힘만 가하는 것) 위주의 버티기 운동이 주를 이뤘다.

예를 들어 한 발을 들고 버티기, 손만으로 버티기 등 정적이지만 균형을 잡으며 흔들림 없이 버텨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트레이닝이 이뤄졌다. 이대진은 "시간도 시간이지만 해야 하는 양이 매우 많아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의 경우 하체 트레이닝은 투구의 기본 중 기본으로 꼽힌다. 하체의 힘을 기르기 위해 달리기와 웨이트 트레이닝이 핵심. 러닝과 스쿼트, 그리고 기구를 통한 근력 강화가 일반적인 트레이닝 방법이다. 

하체가 중요하다는데는 톰 하우스 역시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접근법에서 차이가 있었다. 톰 하우스는 근력을 키우는 것 보다 힘을 균형있게 쓰는 것이 투수에겐 더 중요하다는 이론을 갖고 있는 것이다.
 
▲ 이대진 [사진제공=KIA타이거즈]

▲시각적 스피드업이란 무엇인가
톰 하우스가 주목받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랜디 존슨의 부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뒤 부터다.

톰 하우스는 랜디 존슨의 신체적 조건을 기반으로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타자가 느끼는 스피드는 스피드 건에 찍히는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208cm의 랜디 존슨이 던지는 공은 180cm의 빌리 와그너 보다 체감 스피드가 약 6.4km 정도 높아진다고 밝혔다. 스피드 건에 같은 속도가 나올 경우 타자는 랜디 존슨이 던진 공에 더 위압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비밀은 릴리스 포인트에 있었다. 톰 하우스에 따르면 존슨은 와그너보다 45.7cm(18인치)나 타자 쪽에 더 가까운 곳에서 공을 뿌리고 있으며 이 차이가 체감 스피드의 차이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키 작은 선수가 키 큰 선수 못지 않은 효과를 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있다.

톰 하우스는 이를 위해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방식을 연구해 실제 투수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톰 하우스가 비디오 녹화를 통해 끊임없이 투구폼을 교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대진은 "릴리스 포인트를 끌어오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3박자가 맞아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하체(엉덩이)를 최대한 곧고 멀리 뻗어야 하며 왼 어깨는 끝까지 타자를 향해 닫혀 있어야 한다. 또한 글러브를 가슴쪽으로 끌어오는 것도 릴리스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론이었다"고 말했다.

▲정답은 없다
이대진은 인터뷰 말미 또 한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톰 하우스 이론은 새로운 접근이긴 했지만 유일한 해법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대진은 "미국에 가 보니 톰 하우스 외에도 다양한 이론들이 준비되고 정립돼 있었다. 다만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또 톰 하우스의 이론이 모두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기존 한국의 이론과 겹치는 대목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이번에 미국에 다녀오며 또 다른 이론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더 공부하고 싶은 욕심을 안고 돌아왔다. 결국 지향점은 어디나 똑같다. 다만 가는 길이 여러가지 있을 뿐이다. 보다 많은 접근법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대진에게 있어 톰 하우스와의 만남은 '결론'이 아닌 또 하나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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