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임성일 객원기자] 드디어 유로2008 4강 매치업이 완성됐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포르투갈을 가볍게 누르고 대회 4번째 우승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독일과 조별예선부터 그야말로 극적인 드라마를 제작, 상영하고 있는 변방의 돌풍 터키, 진부한 멘트가 됐으나 그 위력을 보고 또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히딩크 매직’의 러시아와 88년 만에 메이저대회에서 이탈리아를 제압하고 44년 만에 메이저대회 정상을 노리고 있는 스페인.
이들 간의 맞대결로 이제 13번째 유럽대륙의 제왕이 가려지게 됐다. 몇몇 국가들의 탈락이 아쉽기는 하지만, 겉모양 상 ‘우승후보vs돌풍의 팀’이라는 흥미로운 조합이 나왔다.
실상 독일과 스페인은 대회를 앞두고 가장 많은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우승후보로 꼽힌 국가였다. 4회 우승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 전차군단이나 1964유럽선수권 정상 등극 이후 지긋지긋하던 무관의 제왕 꼬리표를 뗄 수 있을 전력이라는 무적함대 모두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각오는 남달랐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본 실제의 모습도 세간의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알차고 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8강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꺾고 올라왔다는 상승세도 독일과 스페인 입장에서는 반가운 대목이다. 전차군단이 생각보다 손쉽게 제압했던 포르투갈이나 무적함대가 승부차기 끝에 어렵사리 잡았던 이탈리아는 독일과 스페인만큼 우승에 근접했던 국가다. 따라서 각각의 8강이 이번 대회 최대의 분수령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험준한 산이었다. 더구나 4강전의 상대가 그래도 수월한 나라라는 것도 달가운 소식이다. 제 아무리 가파른 기세를 타고 있다한들 이름값에서 부담이 덜할 수밖에 없다.
물론 터키와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따질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현재의 흐름상 상대가 누구라는 것쯤은 끼어들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조별예선 2차전부터 스위스, 체코, 크로아티아(8강)를 맞아 공히 종료직전 골을 기록하며 기사회생을 반복하고 있는 터키는 알 수 없는 ‘행운의 호위’에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은 지금껏 상대들과는 다른 기운을 전달한다. 완패에 가까웠던 포르투갈과의 예선 1차전을 상기할 때, ‘명백한 강호’ 독일과의 맞대결에서도 터키의 승전보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해진 주포 니하트의 공백도 엎친 데 덮친 격이니 테림 감독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닐 터다.
실상 기세만으로는 누구도 두렵지 않을 나라가 러시아다. 스페인과의 조별예선 첫 판을 무기력하게 내줬던(1-4) 모습이 설정이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그리스, 스웨덴과의 2, 3차전에서 보여준 러시아는 달랐다. 게다가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하던 네덜란드와의 8강전은 왜 히딩크라는 감독의 존재를 허투루 여길 수 없는지 여실히 증명했던 무대였다.
그들은 부지런했고, 쉼 없었고 또 자신이 넘쳤다. 게다 이제 그들의 자신감이 한층 높아졌을 것이란 예상은 쉬운 일이다. 물론 연장 혈투를 벌였다는 부담은 있겠으나 이는 4강 상대 스페인도 마찬가지니 조건은 동일하다. 실상 터키가 독일을 잡을 확률보다 러시아가 스페인 함대를 격추시킬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대회 개막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독일과 스페인, 그리고 가장 열세로 분류됐던 터키와 러시아. 우리시각으로 26일 새벽부터 재개되는 4강전 결과에 따라 ‘독일vs스페인’이라는 최상의 결승카드가 나올 수도 있고 ‘터키vs러시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대회를 주최하는 UEFA를 비롯해 대부분의 팬들이 후자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그리스의 승승장구로 수많은 관객을 잃고 관심도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했던 UEFA 입장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노심초사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축구공은 둥글다는 진부하고 자명한 논리가 또 다시 실현되고 있는 유로2008이다. 과연 예정된 수순으로 끝나는 결말일지 아니면 2회 연속 이변이 완성될지. 막바지로 갈수록 흥미를 더해가는 13번째 유럽선수권이다./<베스트 일레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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