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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아야 꽃을 핀다'...시련 딛고 윔블던 여왕 오른 본드로우쇼바

이석무 기자I 2023.07.16 11:03:15
체코의 마르게타 본드로우쇼바가 윔블던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비를 맞아야 꽃이 핀다’(No Rain, No Flowers). ‘윔블던의 여왕’으로 우뚝 선 마르게타 본드로우쇼바(24·체코)의 오른쪽 팔꿈치에 문신으로 새겨진 좌우명이다.

이 말처럼 본드로우쇼바의 선수 인생은 시련의 연속이었지만 이 어려움들을 모두 이겨내고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마지막 순간 네트플레이에 이은 발리샷이 득점으로 연결되는 순간 그는 코트에 드러누운 채 눈물을 쏟아냈다.

본드로우쇼바는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대회 윔블던 테니스 대회(총상금 4470만 파운드·약 743억원) 여자 단식 결승에서 온스 자베르(6위·튀니지)를 세트스코어 2-0(6-4 6-4)으로 제압했다.

생애 첫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한 본드로우쇼바는 우승 상금 235만 파운드(약 39억1000만원)도 품에 안았다. 2019년 프랑스오픈 준우승에 이어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 두 번째 도전 만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다.

본드로우쇼바는 윔블던 여자 단식 역사상 가장 낮은 세계 랭킹으로 우승한 선수라는 새로운 기록도 세웠다. 세계 랭킹 40위대 선수가 윔블던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것은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이 처음 도입된 1975년 이후 처음이다. 그전 기록은 2007년 대회에서 우승한 비너스 윌리엄스(미국)가 가지고 있었다. 당시 그의 랭킹인 31위였다.

세계랭킹 상위 32명에게 주는 시드를 받지 못하고 윔블던 여자 단식을 제패한 것도 올해 본드로우쇼바가 최초다. 4대 메이저 대회로 범위를 넓히면 2021년 US오픈에서 우승한 에마 라두카누(영국·당시 랭킹 150위) 이후 약 2년 만에 나온 ‘논 시드’(Non Seed) 메이저 챔피언이다. 라드카누는 당시 시드를 받지 못한 것은 물론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올라온 뒤 우승까지 이뤘다.

본드로우쇼바가 원래 세계랭킹이 낮은 선수는 아니었다. 2019년 프랑스오픈 준우승에 이어 2021년 도쿄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세계 여자 테니스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적이 있었다. 이후 왼쪽 손목 부상이 찾아왔다. 본드로우쇼바는 당시 부상 상태에 대해 ‘뼈가 몸속에서 떠 다녔다“고 표현했다. 왼손잡이인 그에게 왼쪽 손목 부상은 더 치명적이었다.

본드로우쇼바는 2019년 프랑스오픈 준우승 이후 왼쪽 손목 부상으로 그해 하반기 대회에 거의 나오지 못했다. 간신히 회복해 도쿄올림픽에 참가했지만 부상이 재발했고 왼쪽 손목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윔블던에는 아예 출전하지도 못했다. 깁스를 한 채 관중석에서 다른 선수의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2019년 14위까지 올랐던 본드로우쇼바의 세계 랭킹은 긴 공백기 탓에 올해 2월 100위 밖으로 밀려났다. 사람들은 ‘그의 테니스 인생이 끝났다’고 섣부른 결론을 내렸다. 그를 4년 동안 후원했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조차 계약을 종료했다. 더는 재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본드로우쇼바는 보란 듯이 이겨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본드로우쇼바는 “작년 윔블던에는 손목 수술을 받고 깁스하고 있었는데 올해는 우승해 믿기지 않는다”며 “올해 내가 우승하면 코치가 윔블던 배지 문신을 새기기로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윔블던 우승으로 랭킹 포인트를 크게 늘린 본드로우쇼바는 다음 주 세계 랭킹에서 개인 최고인 10위까지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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