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방콕 수파찰라사이 경기장과 남다른 인연

이석무 기자I 2016.03.27 10:27:00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결승 북한전에서 드리블 돌파하는 차범근 사진 (사진 출처: 한국축구100년사)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7일 한국과 태국의 친선경기가 열리는 태국 방콕의 수파찰라사이 경기장은 오랫동안 방콕 국립경기장으로 불린 유서깊은 스타디움이다.

3만5000명 수용의 이 경기장은 방콕에서 세차례 열린 아시안게임(1966년, 1970년, 1978년)의 개폐회식이 열린 주경기장이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올드 팬들에게는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태국 킹스컵 축구대회의 경기장으로도 유명하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한국 축구와의 인연도 깊다.

1976년 방콕 수파찰라사이 경기장에서 열린 제18회 아시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남북한은 준결승에서 만났다. 그 경기에서 한국은 0-1로 패했다. 각급 대표팀을 통틀어 축구 최초의 남북 대결이었다.

2년뒤인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에서도 남북이 맞붙어 사상 첫 A매치 대결을 벌였다. 팽팽한 접전 끝에 연장전까지 0-0 무승부로 끝나 결국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시상식에서는 한국팀 주장과 김호곤과 북한 주장 김종민이 시상대에서 함께 올랐다. 금메달을 나란히 목에 걸고 어깨동무하며 환하게 웃는 역사적 장면을 연출했다.

1972년 5월 7일 수파찰라사이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컵 1차전에선 고려대 신입생이었던 19살의 차범근이 이라크를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나고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3번째 키키로 나선 차범근은 긴장한 나머지 하늘높이 공을 차서 볼이 골대 뒤쪽 관중석까지 날아갔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허정무도 연세대 1학년이었던 1974년 12월 수파찰라사이 경기장에서 열린 킹스컵 인도네시아전에서 A매치 데뷔를 했다. 이회택이 지금으로부터 50년전인 1966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를 치른 경기장도 이곳이었다.

수파찰라사이 경기장은 아시아 축구를 주름잡던 한국 축구의 영광이 서린 스타디움이다.

특히 1968년부터 시작된 킹스컵 축구대회는 한국의 단골 우승 무대였다. 대표팀은 1969년 제2회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1970년, 1971년에 3년 연속 우승을 하고, 다시 1973년부터 1975년까지 내리 3연패를 달성했다.

1977년 공동우승을 끝으로 한동안 킹스컵에 참가하지 않다가 오랜만에 참가한 1998년 대회에서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차범근은 1998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킹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유일하게 선수와 감독으로 이곳 경기장에서 우승을 맛보았다.

방콕 아시안게임의 주인공도 한국이었다. 1970년 대회에서 버마와 공동우승으로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데 이어, 1978년 대회에서도 북한과 공동 우승했다.

이렇듯 좋은 기억에도 불구하고 태국과의 맞대결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금까지 한국과 태국이 수파찰라사이 경기장에서 A매치를 벌인 것은 모두 18차례. 성적은 8승 4무 6패로 한국이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방콕에서는 브라질도 힘을 못쓴다’는 우스개소리처럼 태국의 유명한 홈텃세로 인해 한국은 항상 어려운 경기를 해왔다. 특히 1975년부터 2년 동안은 3연속 패배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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