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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이 보는 두산의 '이토 효과'

박은별 기자I 2012.04.26 11:42:32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두산 마운드가 기대 이상으로 견고함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 2위로 순항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원투펀치' 니퍼트와 김선우는 여전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고 이용찬, 임태훈 등 3,4선발도 맹활약 중이다. 정재훈, 이재우 등 필승 불펜들이 빠져있지만 노경은, 서동환, 프록터 등이 잘 메워주고 있다. 특히 임태훈은 팀이 거둔 7승 중 3승을 혼자 책임지며 에이스로 우뚝 섰다.

캠프 때만해도 불안하게만 느껴졌던 마운드다. 이들이 시즌 초반, 잘나가는 이유는 뭘까.

김성근 고양 감독은 두산을 제일 잘 아는 외부 지도자 중 한 명이다. 지난 5년간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으며 지독한 라이벌 관계를 이뤘다. 김 감독에게 두산에 어떤 변화가 느껴지는지 물어봤다.

김 감독은 간결하게 말했다. "이토 코치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는 것 같다."

이토 수석 코치는 올시즌 두산이 야심차게 영입한 코치다. 그는 일본 최고의 포수 출신. 볼배합의 미세한 변화를 통해 타자와 싸우는 법을 선수들이 깨우쳤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그런 볼배합을 가능하도록 한 게 변화구의 제구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변화구 구사 능력이 훨신 좋아졌다"고 평했다. "전에는 힘으로 승부했다면 이젠 제구력의 힘을 앞세워 타자를 잡는다. 상대에게 볼로 승부를 하고 있다는 게 참 고무적이다"고 했다.

특히 임태훈의 성장을 주목하고 있었다. 설명이 이어졌다.

"전에는 볼카운트 2-0에서도 힘으로 승부하다 얻어맞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변화구를 가지고 게임을 잡고 있다. 스트라이크존에서 살짝 빠지는 변화구로 상대를 속인다. 임태훈의 경우, 140km가 안되는 직구지만 변화구가 좋으니 140~150km 직구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진 말이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임태훈, 이용찬 모두 직구가 좋은 선수들이었지만 젊은 선수들은 잘 던지다가도 한 순간에 무너져버릴 수 있다. 나쁠 때 어떻게 던져야하는 줄 알고 있어야 한다. 이젠 두산 투수들에게 그런 모습들이 보이더라. 최재훈, 양의지 등 어린 포수들을 데리고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고 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두산 투수들은 최근 직구 비중보다는 변화구가 많이 늘은 것이 사실이다. 임태훈도 최근 경기였던 24일 문학 SK전에서 직구와 변화구의 비중이 38%, 62%였다.

포수들도 타팀에 비해 무척 젊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용덕한, 최승환 등 베테랑들이 힘을 보탰지만 올해는 양의지와 최재훈으로 팀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 그러나 타자와 싸우는 법을 알아가고 있기에 승부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임태훈은 지난 24일 경기서 SK 타자들을 단 1안타로 막았다. 최정에게 내준 홈런이 유일했다. 그는 경기가 끝나고 이런 인터뷰를 했다. "최정이 몸쪽 공을 잘친다. 그래서 역으로 몸쪽 조금 빠지는 공으로 유도하고 다음 배합을 생각하려 했는데 그 공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서 맞았다."

김 감독도 그 인터뷰를 유심히 지켜봤다.   "'녀석. 어른이 됐네' 싶었다. '컨트롤이 하나 빠졌다. 일부러 시도했다'든지, 이런 부분들을 보면서 이기는 법이 선수들의 의식 속에 들어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자의 장점은 곧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장점이 있는 곳에 볼을 던져서 유인하는 식의 볼배합, 그 부분을 잘 이용하고 있다. 두산이 그런 야구를 하더라. 그게 야구의 정석이다. 아마 이토 코치의 보이지 않는 효과가 아닌가 싶다."

두산 투수들도 변화를 느낀다고 했다. "이토 코치님은 시야가 넓다. 볼배합 잘한 것 못한 것 구분해주고 '공하나 던지더라고 의미없이 던지지 말라'는 이야기 등 야구의 신세계를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감독의 따뜻한 리더십과 이토 수석 코치의 보이지 않는 힘이 뭉쳐져 순항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두산의 남은 시즌을 바라보는 키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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