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이후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 확정된 것이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역대 2번째. 왕조로 불리었던 해태(현 KIA)가 1986년부터 1989년까지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SK는 토털 베이스볼의 팀이다. 특정한 한명에 기대기 보다는 모든 선수들이 조금씩 힘을 나눠 이겨내는 법을 아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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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최근 4년간 올시즌이 가장 투수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웅천 채병룡 윤길현 등 불펜의 한쪽 날개를 책임지고 있던 우완 투수들이 은퇴와 군 입대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때문에 박경완의 능력에 더 기댈 수 밖에 없었다. 없는 살림을 꾸려갈 때 비로서 그 사람의 가치를 알 수 있다. 박경완은 어려워진 SK 마운드를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튼실하게 이끌었다. SK의 팀 평균 자책점은 올시즌에도 1위(3.70)다.
박경완의 가치는 또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투혼이 그것이다.
박경완은 지난해 시즌 도중 왼쪽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접합 수술을 받았다. 아직 포수를 충분히 소화하기엔 어려운 몸상태다. 아픈 발목을 참고 뛰다보니 반대쪽인 오른 발목에도 이상이 생겼다.
그러나 박경완은 단 한번도 "못 나가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뛸 수 있는 상태라면 뛰어야 한다는 독한 각오 때문이다.
아프면 쉬어야 한다. 하지만 부상의 경계는 매우 애매하다. 박경완은 그 오묘한 줄타기를 시즌 내내 해 왔다.
야수 맏형인 박경완의 투지는 SK 전체로 퍼져나갔다. 누구도 견뎌낼 수 있는 부상은 소리내 이야기 하지 않았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그런 SK를 두고 "아픈 선수를 감독이 억지로 나서게 할 수 있는 팀은 없다. 그건 SK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SK 선수들은 가장 강한 인내력을 갖고 있다. 그것이 SK를 강팀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 중심엔 물론 박경완이 있다.
송은범은 팀이 가장 어려운 순간에 마지막 문을 걸어잠궈 준 주인공이다.
송은범이 본격적으로 마무리로 나선 것은 8월 중순 이후다. SK 마운드가 본격적으로 흔들린 시기와 일치한다.
글로버의 부상과 부진, 여기에 선발로서 송은범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마무리로 뛰던 이승호를 선발로 돌리는 고육책을 써야 했던 이유다.
마무리로 돌아 선 송은범은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마무리 투수로 나선 뒤에는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투를 선보였다. 문자 그대로 철벽 마무리였다.
1이닝만 막으면 되는 여유 있는 마무리 투수가 아니었다. 2이닝 이상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송은범은 단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고단해진 삶에 대해 투정 한번 하지 않았다.
SK 마운드는 역산법으로 짜여진다. 마무리 투수를 정점으로 마운드 운영이 결정되는 팀이다. 바꿔 말하면 뒷문을 확실히 지켜줄 투수가 있어야 팀을 꾸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송은범은 그런 SK의 고민을 풀어 준 해결사였다. 선발이 무너진 뒤에도, 2위 삼성에 턱 밑까지 추격을 허용한 뒤에도 SK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송은범이라는 확실한 뒷문지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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