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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테마록]박찬호가 말한 '김인식 배려 리더십' 그리고 김병현

정철우 기자I 2009.02.17 10:33:52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제가 김인식 감독님을 존경하는 이유중에 가장 큰 부분은 그분은 시들어진 꽃에 물과 햇볓을 주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지난1회 WBC때 제게 주신 믿음은 물론이고 끝이 났던 조성민 선수에게도 다시 마운드에서공을 던질수 있게 하셨던 일도 그렇고 이번에 김병현 선수에게도 물과 햇볕을 주기위해 노력하셨는데..."

'코리안 특급' 박찬호(37.필라델피아)가 16일 자신의 홈 페이지에 남긴 글 중 일부다. 박찬호는 이 글에서 김인식 감독의 배려를 끝내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 김병현에 대한 아쉬움을 여러차례 언급했다.

박찬호를 감동시킨 김 감독의 마음 씀씀이의 핵심은 '배려'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살아내야 하는 감독과 프로야구 선수지만 그 속의 인간까지 잊어선 안된다는 것이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킨 노장의 리더십인 것이다.
 
▲배려 리더십
김인식 감독은 '재활 공장장'으로 불린다.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던 선수들을 불러모아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장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박찬호가 언급한 것 처럼 선수로서 사형 선고를 받았던 조성민도 한화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한풀이를 할 수 있었다. 박찬호 역시 2006년 WBC가 시작되기 전 확실한 '내리막 길 선수'로 평가받았지만 김 감독은 그를 에이스로 예우했다. 그와 같은 배려는 한국야구 세계 4강 신화의 원동력이었다.   
 
김 감독의 배려는 비단 선수를 다시 살려내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장종훈 한화 코치는 지난 2005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2005년은 김인식 감독이 한화에 부임한 첫해다. 또한 장종훈의 은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당시 한화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였다. 
 
2002년 이후 장종훈의 거취 문제는 구단의 뜨거운 감자였다. 냉정하게 내치기엔 팀내 비중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장종훈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만 그의 입은 무겁게 닫힌 채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장종훈 스스로 은퇴를 결정하게 만든 주인공은 김 감독이었다. 주목할 것은 정작 김 감독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은근히 은퇴를 종용하던 전임 감독들과 달리 김 감독은 그저 장종훈을 지켜보기만 했다. 오히려 시즌이 시작되기 전 "네가 하고 싶은걸 충분히 해보라"고 격려했을 뿐이었다.
 
장종훈은 "자꾸 그만두라고 할때는 오기가 생겼다. 하지만 김 감독님은 날 그냥 내버려두셨다. 그제서야 나를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은퇴도 결심할 수 있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김 감독은 좀처럼 자신의 수하에 있는 코치들을 자르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도 가장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솔직히 말하면 가끔 속터지게 하는 코치들도 있다. 김성근 감독 같은 경우를 봐도 아니다 싶은 코치를 안고 가는 경우가 있다. 다들 가정이 있고 생활이 있는데 너무 모질게는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웃긴건 정작 그 코치들은 자기가 그런 배려를 받는지 잘 모르더라"며 쓴 웃음을 지어보인 적이 있다.
 
▲김병현은 왜 포기했을까
국가대표에 뽑히게 되면 가슴 속엔 자부심이 한가득 자리잡게 된다. 공인된 특급선수이기 때문이다.
 
국가대표팀을 이끌어야 하는 감독 입장에선 이들의 자부심을 어떻게 컨트롤 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숙제다.
 
김병현은 한때 메이저리그서도 A급 선수로 군림했다. 그러나 2007시즌 후 피츠버그서 방출된 뒤 1년을 허송해야 했다.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뒤 다시 공을 잡았다고는  하지만 공개적으로 검증을 받은 적은 없다.
 
예비 엔트리에 포함됐던 한 선수는 "김병현이 좋은 선수인건 알지만 1년이나 쉬고도 국가대표가 될만한 공을 던질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자칫 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되면 팀 분위기가 나빠질 수도 있다. 다른 선수들도 자존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 감독이 김병현과 더 이상 함께 가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병현의 대표 탈락 원인으로 알려진 여권 문제는 사실 하루 이틀이면 충분히 해결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합류 그 이후였다. 그런 특혜를 받고도 몸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대표팀 분위기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았다.
 
김 감독 입장에선 김병현의 경험이 절실히 필요했다. 또 WBC가 김병현에게 다시 뛸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질 수 있는 무대이기에 간헐적으로,또 간접적으로 들려오는 그의 훈련 소식만으로도 긴 시간동안 기다려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미룰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자칫 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절대 다수에 대한 외면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자신의 글에서 "이번에 김병현 선수는 김인식 감독님의 큰 배려와 깊은 마음을 알고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꼭 그가 알고 늘 감사함을 잃지않길 바라는 마음입니다"라는 말로 안타까움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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